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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만나러 갑니다] 비질(vigil), 기어코 응시하기 비질(vigil), 기어코 응시하기 글_경덕(문탁네트워크)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도축장 가는 길 도축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캘린더에는 '비질(vigil)1) 모임, 9:30, 오산역' 이라고 적혀있었다. 월요일 아침, 나는 출근하는 인간들로 꽉 찬 지하철에 탑승했다. 몸을 비집고 들어가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 앞에 섰다. 한참을 가야 해서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은 금방 내릴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자고 있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태연한 모습이 그날따라 유난히 못마땅했다. 벌써부터 피곤하고 짜증이 올라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쉬었다. .. 2024. 4. 16.
‘법’보다 ‘밥’이 먼저인 막달레나의집을 소개합니다!―신간 『막달레나, 용감한 여성들의 꿈 집결지』가 출간되었습니다! ‘법’보다 ‘밥’이 먼저인 막달레나의집을 소개합니다! ―신간 『막달레나, 용감한 여성들의 꿈 집결지』가 출간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저에게 잊을 수 없는 밥상 기억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잠시 TMI 하고 가자면, 저는 사주에 아주아주아주 미약한 식상이 하나 겨우 있는 덕분에, 먹는 걸 그다지 챙기지 않습니다. 별 의욕도 없고요. 이런 저에게도 아주 드물게 어떤 ‘밥’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요, 이번 책은 밥은 물론이고 ‘밥상’에 대한 짙은 기억을 준 곳입니다. 지금은 용산을 떠나 은평구에 자리 잡은 ‘막달레나의집’은 1985년 용산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을 돕던 이옥정 대표님과 미국분인 문요안나 수녀님이 함께 만든 곳입니다. 용산 성매매집결지가 사라지기까지 30여 년을 성매매 현장에서 살아가는 .. 2024. 4. 15.
[우.세.소] 사이재의 <융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사이재의 를 소개합니다! 한스(세미나원) 2020년 시작된 코로나는 나에게 큰 변화를 일으켰다. 내가 소위 ‘공부’란 걸 시작한 것. ㅎㅎ 맞다. ‘공부’다. 코로나로 인해 저녁 모임, 술자리 등이 없어지고, 주말에 야외도 안 나가니.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신기하게도 『동의보감』이 읽고 싶어졌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병을 치료해 왔는지 내가 너무 무지했다는 느낌이 언뜻 들었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지만 고립, 혼자 있음은 확실히 사람을 철들게 한다. 아무튼, 고미숙 선생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란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내가 공부했던 서양의학은 질병을 우리 몸으로부터 분리시켜서, 질병을 치료와 퇴치의 대상으로 생각해 왔는데.. 2024. 4. 12.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꿈과 광기의 왕국 《바람이 분다》 ①배경 꿈과 광기의 왕국 새처럼 날고 싶어 2008년 《벼랑 위의 포뇨》 이후, 2013년에 미야자키의 신작《바람이 분다》가 발표된다. 2023년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발표될 때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는 십 년이라는 오랜 공백이 생긴다. 후기의 이 두 작품은 미야자키 월드 전체에서 아주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다. 첫째, 두 작품은 모두 소년이 주인공이다. 미야자키는 소피와 포뇨를 통해 여성의 근원적 힘을 낳고 죽이는 거침없는 생명력으로 확실히 정의했고, 쇼스케를 통해 정직한 눈으로 모든 변화를 감당하며 나아가는 씩씩한 사나이의 원형을 만들었다. 다음 작품인 《바람이 분다》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쇼스케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불안하고 동요하면서도 꾸역꾸역 .. 2024.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