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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의 독국유학기] 어젯밤의 이야기 어젯밤의 이야기어제는 밤 늦게까지 글을 쓰다가 스스로에게 약간 실망하면서 초콜렛을 찾으러 부엌에 들어갔다. 부엌에는 레오가 있었다. 레오는 두 달 전쯤 이사 온 이탈리안이자 독일인이다. 내 윗방에 사는데 내가 늦게 자기 때문에 레오가 얼마나 늦게까지 안 자는지 그의 발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레오는 늦은 밤에 꼭 담배를 한 대씩 피러 나온다. 문을 열어 인사를 하자마자 그가 쇼파 위에서 자고 있는,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고양이를 가리켰다. 레오는 그 고양이와 같이 찍은 셀카를 보여주었다. 나와 레오가 같은 물건을 산다면 나는 설명서를 아예 읽지도 않고 무작정 끼워보는 편인 반면에 레오는 침착하게 읽은 뒤 하나씩 맞춰보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겠다. 레오는 그런 식으로 나에게 물리적인 평안도, 마음의 평안도 주.. 2024. 11. 26.
[우.세.소] 인문세 ‘자연학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자연, 전략가들이 만드는 무대  이기헌(인문공간 세종)   나에게 자연은 산골에나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거였다. 사계절을 느끼고 공기를 마시고 흙을 밟고 살면서도 왜 그런지 그게 어디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2년 전 친구가 자연학을 공부하자며 권유했다. 꼭 알아둬야 할 훌륭한 지식이라니 끌려서 신청하게 되었다. 공지를 보니 선생님이 따로 없고 아는 만큼 발표해야 한다는데, 발표 울렁증이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섰지만 글쓰기 숙제가 없으니 조금만 용기를 내보자고 생각했다. 같이 공부하자고 옆구리를 찔렀던 친구는 금요일이 바쁘다며 하차했고 나는 지금 반장이 되어 세미나를 이끌고 있다. 공부를 시작할 때와 다르게 지금은 내 주변의 자연이 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들이 더 잘 보이고, 더.. 2024. 11. 25.
[불교가 좋다] 지금 나를 그대로, 그럴 수 있다고 보는 훈련 지금 나를 그대로, 그럴 수 있다고 보는 훈련 질문자1: 저는 아버지를 많이 미워하고 어머니한테는 되게 많이 미안해하는 게 있어요. 이번에 화성에서 니체를 공부하고 있는데, 원한과 양심의 가책이 같은 심리적 매커니즘에서 나온 거라고 설명을 하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화스님: 앞서 말한 대로 미워하고 내가 고마워하고 하는 두 가지 맥락이 어떤가를 떠나서, 그것 자체에서 지금 나한테 어떻게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예를 들어 아버지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미워하는 감정이 나오게 되어있어요. 이것은 내가 쌓으려고 해서 쌓은 것도 아니고, 미워하려고 한 것도 아닌데 30년 살다 보면 언제 그렇게 되어있는 거예요. 같은 상황인데 그 상황을 아버지를 안 미워하는 딸도 있을 수 있고, 같은 상황인.. 2024. 11. 22.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저자 후기] 읽기의 애니미즘 읽기의 애니미즘 오선민『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북드라망, 2024)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읽기의 활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끔 이끈 책이기도 합니다. ‘읽기의 애니미즘’을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저는 2023년 가을부터 24년 초봄까지 북드라망 홈페이지를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에 대한 해석을 차례로 연재를 했습니다. 그 전에는 인류학 답사 밴드 ‘인문세(인문공간세종)’에서 23년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10차례, 그리고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개봉에 맞춘 영화 토크 1회에 달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를 감상하는 연속-집중 세미나를 했습니다.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 2024.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