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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의 독국유학기] 내가 나여도 되는 공간 내가 나여도 되는 공간   종종 외국에 나와 사는 여자애들을 보면 비슷한 분위기를 느낀다. 정처 없는 느낌. 집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서 떠도는 사람들의 정처 없음을 그들과 나로부터 느낀다. 가족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나와 친구들의 화두였다. 우리는 만나면 처음엔 웃긴 얘기나 좀 하다가 결국 가족사로 가서 울고 싶지만 울지 못할 것 같은 얼굴들로 끝냈다. 자신의 상처를 바탕삼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우리의 원가족은 집이었는데, 더 이상 돌아갈 곳은 아니었다. 가족 이야기는 모두가 하나같이 기괴해서 웃겼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처량할 때도 있었다. 도대체 왜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에는 자기 탓을 하기가 가장 쉬웠다. 이제는 그때처럼 가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지겹.. 2025. 1. 21.
[나의 은퇴 이야기] 야호! 은퇴닷! : 사회적 명함에서 내면의 명함으로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가시화되면서 ‘은퇴’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너무 적었습니다. 작년부터는 1964년생으로 필두로 한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 출생자) 세대가 은퇴를 시작했습니다. 1천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은퇴를 시작한 이때, 우리는 어떤 은퇴를 ‘상상’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은퇴를 한, 은퇴를 앞둔, 아직 은퇴가 먼, 각양각색의 학인들이 자신의 은퇴 이야기를 나눕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은퇴 5년차에 접어 드신, 문탁네트워크 철학학교 ‘전교 1등’이자 ‘만능살림꾼’이신 가마솥 샘이 써주셨습니다.야호! 은퇴닷! : 사회적 명함에서 내면의 명함으로 가마솥(.. 2025. 1. 20.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 힘 [마진실 세미나에서의 청년들과 간디의 만남]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 힘박소연(남산강학원) 올해는 내게 여러모로 참 감사한 한 해다. 삶에 여러 가지 소중한 변화가 찾아왔다. 내면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선물한 사건은 단연코 간디와의 만남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진실 세미나’ 시즌 1이 끝났을 때 간디는 내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간디의 삶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고,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도록 나를 경책해 주었다. 온갖 착취와 폭력 가운데에서도 간디는 불살생의 계율을, 수동적 저항을 말한다. 간디는 인도 독립을 위해서 걸었고, 단식했으며, 물레로 옷을 지었다. 아주 단순한 행위들이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핵심에는 ‘두려움 없는 마음’이 있다. 걷고 단식하고, 물레를 돌리는 행위 .. 2025. 1. 17.
[나의 석기 시대] 비(雨)는 토기의 꿈 비(雨)는 토기의 꿈 1. 토기의 다양한 용도 부산 《동삼동 패총 전시관》에서 아이의 시체가 들어 있었던 한반도 최초의 옹관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죽은 몸도 있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사람’이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대개 식기류 그릇에는 죽은 생물이 담긴다. 선사의 옹관식 장례도 신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었을까? 후지하라 다쓰시는 변기가 사기로 되었다는 점을 들어 일종의 그릇으로 본다. 후지하라에게 있어 배변이란 자연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후지하라 다쓰시,『전쟁과 농업』).  장례를 신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는 묘의 부장품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토기다(나중에 더 찾아서 알게 된 사실인데 고대 제국, 예를 들면 이집트 투탕카멘의.. 2025.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