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전야, 아기는 폭풍성장 중!
이 글이 올라가는 4월 13일의 금요일에 우리 딸은 남산의 깨봉빌딩에서 돌떡을 나누고 있을 예정이다. 돌이라니, 돌이라니…. 이게 정녕 꿈이 아니라니. 주마등처럼 만삭 때 아기가 일찍(『루쉰 길 없는 대지』 출간 작업을 모두 마치기 전에) 나올까봐 마음 졸이던 때부터 서로가 쭈글하면서도 퉁퉁 부은 얼굴로 처음 만났던 때며 조금만 잘못 안아도 부러질까 염려되던 신생아 때, 물소리를 들어야 울음을 그쳐서 싱크대 앞에서 아빠와 교대로 서성이던 때, 처음 자기 몸을 들썩들썩하더니 뒤집던 때, 처음 이유식을 먹던 때, 배밀이로 몸을 움직이던 순간… 등등이 스쳐 지나간다.
까꿍 놀이 중!
이 무렵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때”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일단 돌을 향해 가면서 우리 딸의 경우 가장 두드러진 행동은 수시로 부리는 ‘애교’다. 그 큰 머리를 거의 90도 가깝게 꺾으면서 미소를 보내는데, 딸은 웃을 때 이효리처럼 눈이 반달이 되어 더욱 애교스럽다. 이유식을 먹다가도, 놀다가도, 마치 어디 약속이 있는 듯 갑자기 바쁘게 기어가다가도 문득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웃어 보이면 “녹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나에게는 조카가 두 명 있고, 이 둘이 여태까지 내가 살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만난 아기들이다. 둘 다 여자아이인데 첫째 조카는 외모와 달리 성격이 ‘상남자’라 한 번도 ‘애교’라는 걸 보지 못했고, 둘째 조카는 평소 표정은 차가운 도시 아기인데 한 번씩 제대로 애교를 떨며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하지만 역시 둘째 조카의 기본표정은 ‘시크’라 우리 딸아이처럼 수시로 반달눈이 되는 일은 없었던 덕에 나는 생애 가장 애교스러운 아기의 애교를 소나기처럼 맞고 있다.
또 돌이 다가오니 딸의 인지가 엄청나게 발달하는 중이라는 걸 하루가 다르게 느낀다. 어제는 좀 머뭇거리거나 더듬거리던 일을 오늘은 능숙하게 해내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기 때문이다. 하룻밤 사이에 음절 발음이 엄청나게 또렷해진다든지, 손가락으로 코를 살짝살짝 누르며 하는 ‘코코코’를 어제는 입 근처에다 대고 했는데 오늘은 제대로 코에다 대고 한다든지, 사물의 이름에 주의를 기울이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든지, 엄마의 표정을 아기가 읽고 있구나 하는 걸 문득 느낀다든지,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얻는지 궁리하는 표정이 된다든지(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걸 보게 된다든지)…. 엄마 아빠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능력을 발휘하며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특히 가장 최근에 놀라게 한 능력은 걸음마다. 보통 생후 11개월에서 16개월이 걷기가 완성되는 시기라고 하고, 생후 11개월 무렵에는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거나 걸음을 떼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우리 딸도 지난 1월 하순에 올린 아빠의 글(바로가기)에 나왔듯이 처음 혼자서 무언가를 잡고 일어선 이래 부단히 일어서고 앉는 연습(흡사 스쿼트 자세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을 하더니, 얼마 전 그러니까 만 11개월에 들어서자 걸음마 보조 장난감 같은 것을 잡고 처음 걸음을 뗐다. 서너 걸음이나마 혼자서 장난감을 잡고 걷는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다(그만큼 걷더니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해낸 사람처럼 뿌듯한 표정과 함께 주저앉아 쉬더라는;;).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까 갑자기 걸음마 장난감을 잡고 사무실을 왕복하는 게 아닌가. 걱정되어서 좀 쉬라고 해도 이 정도로는 성에 안 찬다는 듯 장난감을 붙잡고 서툴게나마 회전까지 하면서 몇 번이나 왕복을 했다.
그리고 며칠간은 갑자기 보채는 게 심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오늘 하루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했다가 밤에도 자주 깨고 낮에도 유난히 엄마를 찾아서 ‘돌치레’ 하느라 아픈가 싶었다. 밤에 계속 깨면서 보채는데 아빠가 안으면 넘어가도록 울고 엄마가 안아야 진정하니, 지난 주말에는 나도 눈꺼풀을 들어올리기도 힘든데 “엄마” “엄마” 하며 우는 딸에게 처음으로 살짝 ‘욱’할 뻔했다(보통 아빠가 아기를 거의 봐주니까 상대적으로 칭얼댈 때 엄마가 늘 달래도 욱하는 일은 없었달까. 그러니까 아기를 보는 사람이 두 명만 되어도 아기의 보챔이나 칭얼댐에 짜증 혹은 성질나는 일이 거의 없어진다. 혼자만 24시간 돌보면 아무리 보살 같은 성격의 엄마라도 지쳐서 시간차만 있을 뿐 화를 안 낼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곧 아기가 얼마나 힘들면 이러나 싶어서 눈꺼풀과 팔에 안은 아기를 모두 힘차게 들어올렸지만 말이다.
<분서>를 읽(?)으려는 걸까요?
혹시나 하고 아빠가 아기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확인을 해보니, 어금니가 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딸은 유난히 이가 빨리 나고 있는데, 역시 보통 16개월부터 나기 시작한다는 어금니도 벌써 올라오고 있는 듯하다. 어금니가 날 때 특히 아기들이 잇몸에 통증이 심하고 힘들어한단다. 아이고 말도 못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나, 싶으니 다시 또 밤에 자꾸 깨서 아기를 안는 일도 견딜 만해진다.
이제 돌이 지나면 딸은 조금씩 장난감에 의지하지 않고도 걸을 수 있게 되겠지. 활개 치며 뒤뚱뒤뚱 걸어 다닐 테고, 그녀가 가는 곳마다 허리케인이 휩쓴 듯 엉망이 되어 있겠지만, 그 난장판은 딸의 능력이 또 조금씩 커간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은 부디, 어금니가 조금은 덜 아프게 쑥 올라오기를 바랄 뿐이다.
_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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