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우연 (2) : 뉴욕과 스티븐 제이 굴드 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우연 (2): 뉴욕과 스티븐 제이 굴드 의 서문에서 굴드는 날짜놀이를 한다. 그의 외할아버지 파파조가 뉴욕에 처음 상륙했던 날은 1901년 9월 11일이다. 그리고 굴드 가(家)의 도미 100주년인 2001년 9월 11일, 테러가 터졌다. 굴드는 사색이 되어 외친다. “이 극적인 악마의 사건 때문에 파파조의 기쁨과 희망이 연소되어서는 안 된다.” 굴드의 글쓰기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과학책이 이런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에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굴드는 우연적인 사건에 의미부여 하는 일을 좋아한다. 별 연관 없는 주제를 송이송이 연결하는 데 대단한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코 허풍을 떨거나 길을 잃는 법은 없다. 그의 마음에는 유물론의 과학으로 완성된 ‘.. 2017. 1. 20. 누구나 아는 공자와 논어 ② 누구나 아는 공자와 논어 ② 첫번째 글 보러가기 『춘추』(春秋)라는 책이 있습니다. 노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데, 공자가 지었다(述)고 알려져 있습니다. 『춘추』는 『시경』, 『서경』, 『주역』, 『예기』 등과 함께 유학에서는 경전(經)으로 대접받는 책입니다. 나이를 물을 때,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라고들 하잖아요? 그 말의 연원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담고 있는, 시간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그게 자연스레 나이를 가리키는 관용어가 된 건데, 제가 왜 이런 얘길 하냐 하면, 이 『춘추』라는 책에서 공자 관련 기록을 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공자의 아버지 기록입니다. 공자의 아버지는 이름을 숙량흘이라고 합니다. 직업이 무사(武士)였어요. 직업 군인이었다는 말입니다. 제가 예전에 .. 2017. 1. 19.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들 - 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들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시경』의 「북산(北山)」이라는 시에 “넓은 하늘 밑은 임금님 땅 아닌 곳 없으며, 바다 안 땅 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임금님 신하이거늘” “溥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이라는 구절이 있다. 은대(殷代)까지는 땅 위의 왕들이 그들보다 높은 절대자로 상정된 제(帝, 대왕)의 명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한다는 관념이 확고했다. 그러나 『시경』의 저 문구처럼 주나라가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땅 위의 어떤 임금’이 다른 모든 것을 다스리는 천하가 되자, 상황이 약간 애매해졌다. 절대자인 제(帝)가 땅위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임금 위에 누군가 진정한 통치자가 있어야하는데, 땅 위의 임금 따위가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2017. 1. 17. 치곡(致曲), 한 귀퉁이에 정성을 다한다 치곡(致曲), 한 귀퉁이에 정성을 다한다 조류독감(AI) 때문에 계란 파동이 났다. 한판에 3000원 남짓하던 계란이 1만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생협의 계란가격은 그대로다. 그렇다고 지금 생협의 계란 가격이 시중보다 더 싼 건 아니다. 생협 계란은 원래 비쌌다.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생협에서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그 이유들에는 편리함과 식재료의 질도 포함되지만 땅을 지나치게 황폐화시키지 않는다는 것과 동물복지도 훨씬 믿을만하다는 약간의 위안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식재료의 가격등급이 환기시키는 식재료의 불평등의 문제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똑같은 생협 유정란이어도 non-GMO 계란은 더 비싸고, 유정란은 시중에서 파는 계란보다 질은 좋지만 훨씬 비싸다. 나는 좋은 식재료를 포기하.. 2017. 1. 12. 이전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