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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둥글레의인문약방]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약국이 한가하다. 감기나 알레르기 질환들이 뜸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약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노인 환자들이 많아서 늘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여름이 되자 약국으로 일명 ‘다이어트 처방’이 몰려들었다. 다이어트 처방은 계절에 상관없이 늘 있지만 노출이 많은 여름이 되면 당연히 더 늘어난다. 근무약사 입장에서는 이 처방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달갑지는 않다. 처방 일수가 길고 약 가짓수가 많아서 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약을 먹으면서까지 살을 빼려는 그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다이어트 처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진료과에 상관없이 발행이 가능하다. 여러 약국에서 근무하.. 2020. 3. 30.
[청년 연암을 만나다] J에게 J에게 나는 ‘더부살이’라고, 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공동주거를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총 네 명이 지내는데, 오늘은 우리 집 막내 J의 이야기를 나눠 보려한다. 나는 J에게 편안함을 많이 느끼는데, 그건 다름이 아니라 그녀가 나와 비슷하게 타고난 곰손이기 때문이다. 잘 흘리기도 잘 흘리고, 실수도 자주 하는 J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친근하다. 그런데 집 청소에서만큼은 내가 더 오래 더부살이를 해서 그런지 J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J는 동의 안 할 수도 있겠지만^^;;) J는 쓰레기를 치워도 손톱만한 쓰레기 쪼가리를 흘리고 간다거나, 화장실 머리카락 치우기나 이불개기 등등에서 뒷마무리가 잘 안되었다. 그래서 같이 사는 친구들과 나는 J에게 지적을 많이 했다. J는 ‘자신도 노력하고 있다’고 항.. 2020. 3. 26.
[쿠바리포트] 욕망에 관하여 욕망에 관하여 핑크하우스에서의 마지막 드라마 나는 이사를 가겠다고 말했고, 난리가 났다. 아줌마는 문자 폭탄을 날렸다. 최소한 6개월은 살아달라고 자신이 처음에 부탁했던 것을 잊었느냐고, 왜 배신을 때리느냐고! 물론 그 약속을 나는 기억했다. 그러나 그것은 앞뒤 맥락 쏙 빼먹은 반쪽짜리 약속이었다. 맨 처음 아줌마는 이 집이 라이센스가 없는 불법 까사임을 강조하면서 내게 조용히 살아달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룸메이트를 들이게 된다면 이웃이 불평을 할 수도 있으니, 그 경우에는 정부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서 이 집을 합법 까사로 바꾸겠다고 했다. 합법 까사가 된다면 처음 라이센스 발급 비용(꽤 비싸다)을 메워야 하므로 집값도 올려야 하고, 나도 여기서 최소 6개월은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납득.. 2020. 3. 25.
[내인생의주역] 술과 음식에서 기다린다는 것 술과 음식에서 기다린다는 것 水天 需 ䷄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九三, 需于泥, 致寇至. 六四, 需于血, 出自穴. 九五, 需于酒食, 貞吉.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살아간다는 건 늘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인 것 같다. 어릴 적 동생과 함께 시장간 엄마가 돌아오길 버스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해질 무렵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내리는 엄마를 보며 뛰어가던 우리들. 그 기다림은 참 행복했다. 하지만 인생에는 그런 기다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것에 대한 기다림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늘 약간은 긴장되고 초조하고 애가 탄다. 수(需)는 기다림의 괘이다.. 2020.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