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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아파서 살았다』- 연민의 종류들 『아파서 살았다』- 연민의 종류들 나를 ‘불쌍히’ 보는 그 눈길이 생명 에너지를 잃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나 보다. 이미 통증과 여러 가지 행동 장애로 힘이 빠진 상태에 ‘불쌍하다’는 그 한방이 날아온 것이다. 물론 청정한 연민은 자비의 모습을 띠게 되고 그것은 사람이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민에는 탁한 마음이 끼어들기 쉽다. 상대적 우월감이나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같은 것. 자기 연민이건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건 이런 삿된 기운이 끼어들면 그것은 부정적인 힘으로 작동한다. 그날의 한 판 싸움은 어쩌면 위기에서 나를 지키고자 한 생명 차원에서의 반응이었는지도 모르겠다.오창희, 『아파서 살았다』, 52~53쪽 탁한 마음이 끼어들지 않은 ‘연민’을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것은 .. 2018. 3. 19.
『책의 탄생』 - 책은 어떻게 책이 되었나? 『책의 탄생』 - 책은 어떻게 책이 되었나? 책이 가장 좋은 대접을 받았던 때는 언제였을까? '책'이 발명된 직후가 아니었을까? (반대로 수많은 책들이 넘쳐나서 흔하다 못해 업신여김마저 당하는 우리의 시대는 얼마나 축복 받은 시대인지.) 귀하고도 드문 책들의 시대, 필사본의 시대에 책들은 그야말로 귀한 몸이었다. 한글자 한글자를 판면에 세기는 필경사가 있었고, 가죽장정을 재단하여 책을 묶는 장인도 있었다. '책을 찍어낸다'는 현대의 표현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책의 제작은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고, 그렇게 제작된 책은 당연하게도 귀중품 대접을 받았다. 그런 책들을 소중하게 모으고 관리하는 '장서가'가 생겨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책의 탄생』은 종이의 탄생 및 인쇄술의 발전부터 본격적인 '상.. 2018. 3. 12.
2월에 눈에 띈 책들 2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마리나 칸타쿠지노, 김희정 옮김, 부키 책소개죄와 용서를 둘러싼 여러 종교적 진리와 철학적 성찰들을 접하며 우리는 용서의 조건이나 가치를 배우지만, 수많은 감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어쩌면 용서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용서를 가리켜 숭고하면서도 겸양의 미덕을 일깨우는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무가치한 몸짓에 불과하다며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토록 의견이 분분한 개념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용서가 유동적이고 능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어떤 계기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에 따라 날마다.. 2018. 2. 27.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돌봄노동과 새로운 관계 구축 그때 간병인이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다. 여든여덟이 된, 기운이라고는 하나 없는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가 된 노인의 모습이었고, 간병인은 그런 어머니를 죽음을 앞둔 노인 취급을 했다. 학교에 오가는 길에 들렀지만 어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옆 환자의 보호자들이 간병인이 어머니를 방치한다고 귀띔을 해 주었다. 간병인에게 화가 나기보다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는 어머니의 의욕없음이 더 걱정스러웠다.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나라도 어머니 같은 분을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간병인에게 편지를 썼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어머니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식성은 어떠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렇게 입원을 하고 있는지 등등을 간략하게 적었다. .. 2018.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