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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선택의 가능성 ― 오래전 글이 불러온 바람 선택의 가능성 ― 오래전 글이 불러온 바람 오래전 내가 쓰고 잊었던 나의 글 한 편을 어느날 친구가 프린트하여 편지와 함께 보내주었다. 프린트된 그 글은 분명 내가 썼던 글이었지만, 내가 쓴 것 같지 않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내 가치관을 바꿀 만한 사건을 맞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마음이 아파져 그 글을 덮어 두었다. 그 글은 그 ‘사건’과 전혀 상관없지만, 그 ‘사건’을 둘러싼 배경과 사람들을 선명히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그 글을 어쩌다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여전히 아득하긴 하지만, 내 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로소 그 ‘사건’을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고 떠올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전에 쓴 그 글에서 내가 ‘더 좋아했던 것들’을 ‘여전히.. 2018. 9. 14.
『소설가의 일』- 소설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 『소설가의 일』- 소설을 가장 재미있게 읽는 방법 기타를 배울 때, (콩글리시로) '카피'라는 걸 한다. 기타를 들고 앉아 유명한 곡을 들으며 리프를 '따거나', 솔로를 '따거나' 하는데, 바로 이 '딴다'는 것이 바로 '카피'다. 내 품의 기타를 가지고 나오는 소리를 재현하는 작업인데, 악보도 볼 줄 알고, 청음도 할 줄 알면 당연히 훨씬 잘할 수 있겠지만, 잘 몰라도 약간의 기본기와 노가다를 감수할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꽤 괴롭기는 해도, 할 수는 있다. 그렇게 해서, 곡 하나를 조금씩 완성해 간다. 정확하게는 그 곡의 플레이를 손에 익혀가는 것인데,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이게 참 재미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그 곡의 리프와 솔로들을 완성해낸 기타리스트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 2018. 9. 13.
『서대문 형무소』 - '위대한 여정' 속, 0.9평의 어둠 『서대문 형무소』'위대한 여정' 속, 0.9평의 어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정치'에 무관심해졌다. 그것이 일상의 정치든, 저 멀리 국회나 아스팔트 바닥에서 벌어지는 정치든, 마찬가지였다. 미시권력이든, 거시권력이든 '권력'이라는 기호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이론과 실천의 이분법, 어떻게 해도 이론의 완전성을 따라잡을 수 없는 실천의 초라함, 그로부터 연유하는 죄의식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맑스주의 용어 중에 '당파성 이론'이라는 게 있다. 대충 요약하면, 중립은 없다, 우리 계급의 편이 아니면 다른 계급의 편이라는 내용이다. 좀 더 파고 들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편 안에서 '끊임없는 자기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그게 문제다. '끊임없는 자기비판'을 하기에는 나는 너무 약하다. 나는 그걸 '.. 2018. 9. 12.
'절실함',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하여 '절실함',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하여 나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이라는 질문이 어쩐지 허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좋은 책을 골라야지' 하면서 책을 고르는 경우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취미는 독서'라거나, '책을 많이 읽어야지' 같은 의식이 있어서 책을 읽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딱히 그런 의식이 없이 그저 배고프면 밥먹는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같은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낯선 질문이 아닐까 싶다. '절실함'도 그렇다. 무언가 '절실'하여서 책을 읽은 경우는 내 인생에 고작 3~4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을 지금은 더 이상 읽지 않는다. 사실 그 중에 몇몇권은 책등도.. 201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