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크리스마스엔 그라믄 안 돼! 크리스마스엔 그라믄 안 돼! 크리스마스 한참 전부터 거리며 상가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고 건물벽과 나무는 각종 전구로 동여매집니다. 아, 크리스마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지요. “뭐 하지?” 그리고 대개의 다른 때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이날만은 꼭 무언가를 ‘하고야’ 맙니다. 돌이켜보면 뭘 안 하기로 주변에서 정평이 난 저란 사람도 (꼴에 크리스마스라고;;) 지난 십여 년 뭘 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기도 했고, 심야영화나 연극, 뮤지컬을 보러가기도 했고, 콘서트도 갔고, 밤길 새벽길을 달려 남이섬이나 속초에 가기도 했고……, 남들에 비해 뭘 뽀사지게 한 것도 아닌데 저 정도 했다는 사실만 떠올려도 참 벌써부터 피곤합니다. (좀 늦게 깨닫긴 했지만;.. 2013. 12. 24. 기대하는 삶은 모두 동냥이다! 밖에서 오는 구원은 없다 루쉰이라는 두번째 전쟁기계는 나를 더욱 격렬하게 몰아친다. 이 전쟁기계는 어딘가에 의존하고 싶어 하는 내 심약한 상태를 산산조각 냈다. 루쉰의 공포는 그가 어떤 구원도 바라지 않는 데에서 온다. 구원은커녕, 그는 네가 꿈꾸는 구원이야말로 남의 피를 빨아먹는 동냥에 다름 아니라고 호통 치며, 약자들에게 기꺼이 동냥해 주려는 강자들 역시 증오해 마지않는다. 신(神)조차도 루쉰의 비웃음을 피해 가지 못한다. …… 루쉰은 말한다. 밖에서 오는 구원은 없다. 세상 모든 게 다함께 ‘좋아’지거나 최소한 세상의 다른 것들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나만 ‘더 나아진’ 삶을 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꿈이다. 동냥이란 무엇인가. 타인이 나에게 혹은 내가 나 자신에게, 뭔가를 기대하거나 기대를 기대.. 2013. 12. 23. 수백 번, 수천 번 시도하며 내몸으로 익히는 앎, 삶 고꾸라지며 익히는 앎 내 고민은 이것이었다. 진보적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왜 나의 삶은 진보적이거나 자유롭지 않을까? 좋은 책과 품성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진보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권위를 악용하는 사람도 없었고, 교복을 착용하거나 무책임한 체벌 때문에 억압받은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내 일상은 보람차기보다는 무기력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생각들을 배웠는데 왜 정작 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질까? 이 진보적인 환경에서 아무리 해도 나는 ‘의식 있는 진보청년’이 될 수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말은 내 말이 되지 않았다! ― 김해완,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71쪽 『천 개의 고원』에는 하나의 윤리적 질문이 변주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억압받기를 욕망하는가.. 2013. 12. 16. 나는 이미 잉여인간이었다! 응답하라, 잉여인간! 요즘 '잉여'라는 말이 유행(?)이다. 나는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사람이 떠오른다. 예전 회사 동료다. 보기 드문 여성 프로그래머였던 그녀는 같이 일하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었다. 나도 그녀와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배려 덕분인지 큰 불편함이나 다툼없이 마무리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여성들에게 늘 더 친절했다.^^) 함께 다니던 팀에서 내가 먼저 나오고, 이후 그녀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바로 일을 시작한 나와 달리, 그녀는 꽤 오랫동안 백수인 상태로 지냈다.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기타를 배우기도 하고… 그때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잉여인간'이라고 표현했었다. 이때 처음으로 '잉여'라는 단어를 들었기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해야할 것도 없고,.. 2013. 12. 9. 이전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