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크리스마스엔 그라믄 안 돼!

크리스마스엔 그라믄 안 돼!



크리스마스 한참 전부터 거리며 상가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고 건물벽과 나무는 각종 전구로 동여매집니다. 아, 크리스마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지요. “뭐 하지?” 그리고 대개의 다른 때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이날만은 꼭 무언가를 ‘하고야’ 맙니다. 돌이켜보면 뭘 안 하기로 주변에서 정평이 난 저란 사람도 (꼴에 크리스마스라고;;) 지난 십여 년 뭘 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시기도 했고, 심야영화나 연극, 뮤지컬을 보러가기도 했고, 콘서트도 갔고, 밤길 새벽길을 달려 남이섬이나 속초에 가기도 했고……, 남들에 비해 뭘 뽀사지게 한 것도 아닌데 저 정도 했다는 사실만 떠올려도 참 벌써부터 피곤합니다. (좀 늦게 깨닫긴 했지만;;) 크리스마스는 ‘뭐 하는’ 날이 아니라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니까요.


그런데 며칠 전 출근길, 남편이 약간은 들떠서 그리고 정확히는 저보고 들으란 듯이 하는 소리를 들어버렸습니다. “와, 크리스마스네!” 이 뒤에 ‘뭐 하지?’가 생략되어 있다는 것쯤은 다들 아실 테지요, 흑. 아실랑가 모르겠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갑자월에 갑자일, 크리스마스 당일은 을축일, 저에게는 이틀 연속 관성이 들어오는 날이라 벌써부터 불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의 ‘사일렌트 나이트’를 위해 미리 이 글로 약을 쳐놔야겠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엔 그라믄 안돼!” 편입니다!    




간과 신을 버리는 음주‘과’무…, 그라믄 안 돼!


『동의보감』에서는 겨울 석달을 ‘폐장’(閉藏)의 때라고 했지만 쇼핑몰이고 식당이고 술집이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우리들을 반깁니다. 특히 밤새도록 문을 열어놓는 술집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참 좋은 장소입니다. 취향 따라 입맛 따라 차수(1차, 2차…) 따라 옮겨 다니며 술을 먹기도 좋지요. 하지만 술은 그야말로 양기 도둑. 술 마시면 말 많아지는 거, 그러다 쌈 붙어서 멱살부터 시작해서 머리끄덩이까지 잡는 거, 온 동네 떠나가라 노래하는 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춤추는 거 다~ 양기를 쪽쪽 빼는 일이지요. 크리스마스 때는 이런 걸 배로 하니 양기도 배로 빠지는 셈입니다.


겨울은 음이 지배하는 계절, 하지만 겨울의 정점인 동지에 이르면 이제 하늘로부터 조금씩 양의 기운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다시 돌아오는 양기를 반기는 의미에서 우리에겐 동지라는 절기가, 서양에는 크리스마스라는 명절이 생겼습니다만 지금의 우리는 양기를 반갑게 맞아주기보다는 ‘땡겨’ 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기 예수의 은총으로도 마신 술의 인과를 피해갈 수는 없는 법. 게다가 ‘땡겨’ 썼으면 이자는 곱절이겠지요? 과음으로 인해 간(肝)이 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음주의 단짝 가무가 곁들여지면서 정이 고갈되고, 정을 응축시키는 신(腎)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신이 두 손을 꼭 잡고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크리스마스엔 적당한 음주가무만! 음주무는 아니 아니 아니 되어요! 술은 술시(戌時)까지만 마시는 걸로!^^



♬ 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 가…지 마세요, 그라믄 안 돼!


언젠가의 크리스마스 이브였지요. 그때만 해도 어느 정도 기운이 떨어졌을 때라 어디를 가려고 예약을 하거나 하지는 않고 맥주나 한 캔씩 먹고 자면 되겠구나 하던 때였습니다. 그날 낮까지만 해도 아무 말 없던 남편은 퇴근 때가 다가오자 돌연 어디든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표 한 장 구하기도 힘들 것인데 가기는 어딜 갑니까. 그러나 저는 현명하게도 일단 밥이나 먹고 생각하자며 그를 달랬고, 어디든 가야 할 테니 차를 가지러 집에 갔고, 집에 갔더니 밥을 먹은 그는 졸렸고, 그럼 30분 뒤 깨워준다며 저는 그를 재웠지요. 물론 저는 그 양반을 깨우지 않았습니다. 그러곤 신나게 저의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게임을)했지요. 대목 때이니 저는 밤이 늦도록 영업(?)을 하였고 남편은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릴 줄 알았는데 새벽 2시, 갑자기 이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그러곤 정신을 차리더니 해돋이 보러 속초에 가잡니다.(;;) 떨떠름했지만 저는 포용력의 대표주자 무토였기에 그의 의견을 따라주었고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빵빵 뚫린 길을 가자니 당연히 해가 뜨기도 전에 속초에 도착하였습니다. 


해가 뜨지 않았기에 차에서 잠깐 잠을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나왔을 때는 해가 돋은 건지 뜬 건지 주변은 차차 밝아오고 시작하였습니다. 겨울 바닷바람은 싸다구를 갈기는 듯하는데 화기가 넘치는 저희 집 양반은 바닷가를 ‘거닐기’를 원하였지요. 자고 일어나 체온도 내려간 상태에서 싸다구를 갈기는 듯한 바닷바람을 쐬며 걷자고 하니 제 속에서도 화기가 솟구치는 듯하였습니다. 그 화기에 의지해서 바닷가를 걷자 (‘겨울바다’에 대한 로망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 낸 것입니까!!) 이번엔 속초항에 가서 회를 먹어야 한답니다. 아, 아침인데……. 따뜻한 실내도 아니고 정박해 놓은 배 안에서……. 그래요, 뭘 먹든 밥은 먹고 가야 할 테니, 참았습니다. 회 먹고, 오징어도 사고, 이제 집으로 출발! 하였는데 가는 길에 설악 워터00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하는 생각과 동시에 전 그곳에서 빌린 해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러곤 부끄러움도 잊고 뜨끈한 물에 취해 사지를 마구 휘저으며 물놀이를 하였지요.
 

그리고 다음 날, 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감기몸살로 인해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셔서 도저히 운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날의 약속도 취소하고 절절 끓는 구들장을 지고 연휴와 주말을 보냈다는 슬픈 사연이……, 흑. 이제 많이 아시다시피, 겨울철 석달은 폐장(閉藏)의 계절,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하는 때에 밤잠 자지 않고 게임을 하였고, 지키고, 싸매고,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계절에 집 버리고 떠나서 훌렁 벗고(물론 수영복 입었습니다만;;) 1년 내내 쓰지 않았던 사지를 종일 썼으니 병이 들고도 남지요.



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아기 예수가 태어나려고 오늘내일하고 있는 날이지요. 대개들 몸이 근질거리시겠지요.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나가고, 가능한 화끈하게 이 밤을 불살라버리려고 아예 작정들을 하셨을 것입니다요. 그러나! 우리 식으로는 동지인 이때는 꽝꽝 얼어 있던 지구에서 양기가 움터오르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곧 우리 몸에도 아주 미약한 양기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때라는 뜻이지요. 이때 얻은 양기가 1년 양기의 종자가 되는 셈입니다. 이 양기를 잘 갈무리해 두어야 1년을 두고두고 쓸 수 있지요. 그러니 잊지 마세요. 크리스마스는 연말(年末)이 아닌 ‘연시’(年始)란 사실을요. 새로운 1년 또 발로 열심히 뛰셔야 할 것 아닙니까. 크리스마스는 그 발을 살살 주물러주며 워밍업을 하는 때여야 합니다!


발바닥, 하면 용천혈(湧泉穴)이다. 양기가 울뚝불뚝 용솟음쳐 결혼을 앞둔 새신랑이 꼭 알아야 할 바로 그 용천혈! 용천혈은 인체의 12경맥 중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의 출발점이다. 족소음신경의 신경이 바로 신장의 경맥을 가리킨다. 요컨대  동지에 한 줄기 양기가 샘솟고, 발바닥으로 그 기운을 흡수하여 신장을 보양하니 ‘간신이’(간과 신) 살아난다. 새신랑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마찬가지다. 정기가 발바닥인 용천혈로 솔솔 흘러들어오니, 이는 곧 생명력의 원천이다. …… 연말에 들뜨고 분주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 안에서 차분하고 발바닥을 주무르고, 친구의 발도 주물러주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경험, 이만 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또 있으랴?(『절기서당』, 251쪽)


편집자 k





절기서당 - 10점
김동철.송혜경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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