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43 [북-포토로그]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 2주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같이 산 적도 있었던 지라 할머니의 죽음이 더 와닿았습니다. 할머니는 외손주인 저를 포함해서 사촌 동생들까지 키워주셨는데요, 그래서일까요.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병원에 사촌 동생들까지 와있었습니다. 할머니는 8년 동안 요양병원에 계셨습니다. 집에 계시다 갑자기 쓰려지셔서 병원으로 가보니 이미 편마비가 와 몸 한쪽을 쓰지 못하셨습니다. 그렇게 병원 침대에서 오래 계셨지요. 밖에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시고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할머니는 새로운 요양병원으로 옮기시면서부터 식사를 거부하셨습니다. 그렇게 한달, 두달이 지난 어느 날 숨 쉬기 힘들어하는 할머니와 마주했습니다. 눈을 살짝 뜨신 혼미한 상태.. 2025. 11. 19. [북-포토로그]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시(詩)”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시(詩)”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죽음’에 대해 인식하며,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아이가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표현을 달리하여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해 왔다. (뭐, 별 소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 대화의 끝은 태반이 아이의 “엄마는 죽지 마”로 끝나곤 했으니까.) 만 7세, 한 달여 뒤면 만 8세가 되는 아이는 여전히 엄마 아빠가 자신이 늙을 때까지 같이 오오오오오래애애애 살다가 죽기를 바라지만, 이제 세상에 죽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개학이 며칠 안 남은 겨울방학의 어느 날, 갑자기 아이는 자기가 ‘시.. 2025. 3. 28. [마.진.실] 두려움을 없애는 힘, 진솔함 두려움을 없애는 힘, 진솔함김 지 영(남산강학원) 흉기 난동 현장에 내가 있었다면? 인터넷 뉴스에 들어가면 연일 ‘흉기 난동’에 대한 기사들이 상위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 사건들을 접하면서 떠올려 봤다. 내가 그 현장에 놓인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우선 그 사람의 시선을 내 쪽으로 돌린다. “선생님!! 여기 보세요! 진정하세요!!”라고 소리치며 주의를 끈다. 이제 그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럼 그의 다리를 냉큼 붙잡는다. 그리고 그 순간 칼에 찔리더라도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시간이라도 끌고 싶다. 이런 죽음 또한 복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순간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으니까. 잠깐! 한데 이것은 모두 상상이다(!). 오직 .. 2025. 3. 26. 『동네 병원 인문학』 지은이 내과 전문의 이여민 선생님 인터뷰 『동네 병원 인문학』 지은이 내과 전문의 이여민 선생님 인터뷰 1. 내과 전문의로 30년 이상 일해 오셨는데, 인문학을 만나 공부하시기 전과 후에 진료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인문학 공부가 언뜻 전혀 무관해 보이는 내과진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환자를 볼 때 ‘질병’에 초점을 맞추고 검사 결과를 통해 환자 치료에만 집중했던 시각이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며 점차 ‘사람’을 향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결국엔 그 질환을 일으킨 환자 생활 전체를 보게 되었어요.고미숙 선생님의 『위생의 시대』에서 위생 권력을 배우고, 왕양명의 『전습록』을 읽으며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저의 태도를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30년 동안 동네병원을 운영하는 저에게 환자.. 2025. 3. 4. 이전 1 2 3 4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