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시(詩)”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죽음’에 대해 인식하며,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아이가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표현을 달리하여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해 왔다. (뭐, 별 소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 대화의 끝은 태반이 아이의 “엄마는 죽지 마”로 끝나곤 했으니까.)
만 7세, 한 달여 뒤면 만 8세가 되는 아이는 여전히 엄마 아빠가 자신이 늙을 때까지 같이 오오오오오래애애애 살다가 죽기를 바라지만, 이제 세상에 죽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개학이 며칠 안 남은 겨울방학의 어느 날, 갑자기 아이는 자기가 ‘시’를 생각했단다. 아이의 학교는 수업을 시작할 때 시 한 편을 외우며 율동처럼 몸 동작도 하며 몸깨우기 시간을 갖는다. 한 달에 한두 편의 시를 외우는데, 이 시들을 통해 엄마로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웠던 ‘시’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마음으로 체득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시까지 썼다고??!!
그래서 우선 읊조려 보게 하고, 기록으로 남기도록 노트에 쓰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리고 그 시를 왜 떠올렸는지도 써두면 좋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기록했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시.”
김광섭 시인의 시 구절처럼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는지 알 수 없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그 간절함만큼을 오늘, 지금, 이 순간에 함께하며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이 순간을 살 때 무엇으로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오늘은 그 이야기를, 아이와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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