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3577

[연암을만나다] 검지 않은 까마귀를 만나기 검지 않은 까마귀를 만나기 연암은 무엇을 보아도 괴이하게 생각치 않는 자를 ‘달관’한 자라고 말한다. 세상의 천만 사물 앞에서 그것을 자기가 원래 알던 것과 비교하며 의심스러워한다면 속인이고, 사물 간의 차이를 담담히 보고 여유 있게 ‘응수’한다면 달관한 자다. 속인들은 해오라기에 비해 검은 까마귀가 불길하게 생겼다고 비웃고, 오리와 비교해 학의 긴 다리를 위태롭다고 느끼고, 옛 시를 닮지 않은 시를 기괴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말은 각자 잘 살고 있는 까마귀와 학, 이미 쓰여진 시에게는 어불성설이다. 그렇다, 우리가 종종 생각하듯 모든 존재는 다르게 태어났지만 ‘틀리게’ 태어난 적은 없다. 연암은 여기에서 한 번 더 나아가서 이렇게 묻는다. 까마귀는 정말 검은 색인가? 검은색은 어둡고 불길한 색인가?.. 2020. 6. 4.
[나의삶과천개의고원] 다양한 ‘얼굴’로 노래하라! 다양한 ‘얼굴’로 노래하라! 100명쯤 되어 보이는 걸그룹 연습생들이 “Pick Me, Pick Me”를 외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연습생 전부가 카메라 ‘정면’만을 응시하며,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이 춤을 추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100명 모두가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 귀에는 하나의 목소리로만 들린다.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되질 않는다. 아이돌은 가수일까? 댄서일까? 요즘은 가창력보다 나이와 얼굴, 몸매, 특히 춤이 우선시 된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나이가 많거나 뚱뚱하고 춤을 추지 못하면 데뷔할 수 없다. 데뷔를 하려면 어떻게든 아이돌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맞는 몸과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대중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다. 노래.. 2020. 6. 3.
[내인생의주역] 말(馬)이 튼튼해진 뒤에나 길하다 말(馬)이 튼튼해진 뒤에나 길하다 地火 明夷 ䷣ 明夷, 利艱貞. 初九, 明夷于飛, 垂其翼, 君子于行, 三日不食. 有攸往, 主人有言. 六二, 明夷, 夷于左股, 用拯馬壯, 吉. 九三, 明夷于南狩, 得其大首, 不可疾貞 六四, 入于左腹, 獲明夷之心, 于出門庭. 六五, 箕子之明夷, 利貞. 上六, 不明晦, 初登于天, 後入于地. 최근 지인의 고민을 두고 주역 점을 친 일이 있다. 지인에게 일을 배우고 싶다는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찾아왔다. 일을 나눠서 하면 지인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또 젊은이의 자립을 돕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가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다른 일을 했으면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거라거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2020. 6. 2.
[동화 인류학] 연재를 시작합니다! - 엄마가 동화를 펴 든 까닭은? [동화 인류학] 연재를 시작합니다!- 엄마가 동화를 펴 든 까닭은? 저는 쌍둥이 엄마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인생을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하게 되지요. 먹고 숨 쉬는 일에서부터 싸고 잠드는 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손길을 거쳐서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매일 새롭게 발견합니다. 사십 평생 키워 온 나의 욕망이 실은 온갖 사회적 관계망의 산물이며, 자연이라고 하는 더 넓고 깊은 대지를 양분으로 한 것임도 순간순간 깨닫습니다. 한 마디로 ‘내 운명의 주인은 나’라는 말을 밑바닥에서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온갖 육아서를 독파하며 더 잘 키우는 기술을 연마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제가 읽은 많은 지침서에는 육아가 엄마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성숙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 2020.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