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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9)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9) 『노자』의 비유(2) - 갓난아이[嬰], 통나무[樸] * 바로 앞 글 가기 * 연재 모두 보기 3. 갓난아이 부드럽고 연약하다 했으니 우리의 연상은 갓난아이의 비유로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갓난아이의 비유가 처음 나오는 곳은 10장이다. “혼백을 싣고 하나로 끌어안으면서 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를 오로지하고 부드러움을 이루어 갓난아이처럼 될 수 있겠는가.”[載營魄抱一, 能無離乎. 專氣致柔, 能嬰兒乎.] 10장은 모두 6문장으로 4자+4자로 이루어졌는데 첫 구절만 5자+4자로 씌였다. 포일(抱一)사상으로 알려진 구절로 유명한데 여기에 “영백”(營魄)이란 낯선 글자를 가져왔다. ‘영백’과 신체성 ‘영백’이란 단어부터 시작해 보자. 하상공은 영.. 2021. 4. 23.
[공동체가양생이다] 내가 배웠던 '학교', 파지스쿨 내가 배웠던 '학교', 파지스쿨 세상에 하나뿐인 학교 문탁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문탁샘이 청소년인 악어떼들을 데리고 직업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프로그램 전 시간이 비는 틈에 악어떼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다음 프로그램으로 뭘 하고 싶은지 묻는데 녀석들이 도통 대답을 안 했다. 답답해진 나의 음성이 커졌던지 지나가던 문탁샘은 “애들이랑 얘기 좀 해 보랬더니 싸우고 있냐?”고 했다. 싸우기까지야 싶었지만 여튼 청소년들을 상대하는 일은 나랑 맞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다 어린이 서당에서 수업을 맡은 후, 문탁의 청소년 프로그램 전체를 기획 운영하는 ‘주권없는 학교’(이하 주학) 활동까지 겸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공동체에 있다 보면 적성운.. 2021. 4. 22.
북드라망 한뼘리뷰 대회 - 『청년, 천 개의 고원을 만나다』 메모 & 밑줄 blog editor’s memo 우리가 사는 세계를 떠올려 보자. 모두 알다시피 ‘이 세계’는 변덕스럽다. 어제까지 옳았던 것이 오늘 보면 틀린 것이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한 가지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 질문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질문이다. 누군가 ‘고전읽기’에 몰두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 질문이 그를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말하자면, 이슈메일과 에이헤브 선장의 항해가 곧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밑줄긋기 말하기가 아주 조심스럽지만, 이제 막 철학을 시작한 당신에게 나타날 증상들이 있다. 지독한 혼돈과 함께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얼마간의 밤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최초의 질문들이 가슴을 틀어막고.. 2021. 4. 21.
북드라망 한뼘리뷰 대회 - 『청년, 천 개의 고원을 만나다』 메모 & 밑줄 blog editor’s memo 『천개의 고원』은 어떤 책인가? ‘이런 책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책이다. 책을 처음 펼쳐서 읽기 시작한 순간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아주 조금의 과장도 보태지 않고, 단 한 마디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계속 책을 펼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도대체 이 책과 ‘삶’을 연결하여 글을 쓴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어쩌면, 『청년, 천개의 고원을 만나다』는 『천개의 고원』 보다 놀라운 책일지도 모른다. 밑줄긋기 기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내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내 삶 속에서 펼쳐졌던 모든 것들, 성공도 실패도, 사랑도 이별도, 언제나 자본이 만들어 놓은 조건에 내 .. 2021.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