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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두려움과 불안함이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두려움과 불안함이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어느 토요일 점심 즈음. 그날도 두 아이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런데 전화를 건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저 엄마 병원 친구인데요, 놀라지 말고 들어요. 엄마가 갑자기 심정지로 응급실에 갈 예정이거든요? 병원에서도 연락이 갈 건데 놀랄까봐 내가 먼저 연락해요.” 엄마는 몇 달 전 유방암으로 진단받고 항암치료 중이시다. 식단관리와 치료를 위해 암 전문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 순간 너무 멍해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엄마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당장 응급실로 출발해야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출발하기 전 가장 먼저 유축을 .. 2024. 2. 13.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①배경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든다. 치히로의 모험 이상으로 삶을 풍요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은 없다. 이 작품은 무기력하게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확실하게 준다.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청소를 조금 하다 나왔을 뿐인 소녀의 모험담에 어떤 숨겨진 장치가 있기에, 관객은 삶의 지극한 다채로움에 감탄하며 감사하게 되는 것일까? 일차적 원인은 공간 설정에 있다. 아빠와 엄마와 이사를 오게 된 시골의 도로에서부터 갑자기 빠지게 된 저편 세계 온천장까지, 미야자키는 구석구석 엄청난 사물과 사람, 괴물과 신을 배치함으로써 개별 공간의 입체감을 상상 그 이상의 방식으로 엮는다. 마녀 .. 2024. 2. 8.
[내인생의주역시즌3] 이기려는 마음 없이 싸우기 이기려는 마음 없이 싸우기 ䷅ 天水訟(천수송) 訟, 有孚, 窒, 惕, 中吉, 終凶. 利見大人, 不利涉大川. (송, 유부, 질, 척, 중길, 종흉, 리견대인, 불리섭대천.) 송괘는 진실한 믿음이 있으나 막혀서 두려우니, 중도를 지키면 길하고 끝까지 가면 흉하다. 대인을 만나면 이롭고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지 않다. 初六, 不永所事, 小有言, 終吉. (초육, 불영소사, 소유언, 종길.) 초육효, 다투는 일을 끝까지 하지 않으면 약간 구설수가 있으나 결국에는 길하리라. 九二, 不克訟, 歸而逋, 其邑人三百戶, 无眚. (구이, 불극송, 귀이포, 기읍인삼백호, 무생.) 구이효, 다툼을 이기지 못하여, 돌아가 도망가니, 그 마을 사람이 3백호 정도이면, 화를 자초하지 않으리라 六三, 食舊德, 貞厲, 終吉, 或從王.. 2024. 2. 7.
[월간 이수영] ‘무(無)에 대한 의지’에 대하여 ‘무(無)에 대한 의지’에 대하여 월간 이수영 2023년 4월호 부제: 무에 대한 철학자들의 다른 생각 니체는 허무에 대한 욕망이 우리의 삶을 병들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칸트와 헤겔은 공백이나 무(無)가 인간의 본원성에 속하므로, 이것들을 바탕으로 인간을 규정하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니체, 칸트, 헤겔, 이 세 철학자가 인간을 어떻게 다르게 사유하는지, 공백과 무와 같은 부정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니체: 허무에 대한 욕망으로 삶을 적대시하는 인간 니체는 인간은 ‘허무를 강력하게 욕망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허무에 대한 욕망은 우리에게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생성’된 것입니다. 누가 허무를 욕망하도록 만들었을까요? 바로 니체의 책 『도덕의 계보』.. 2024.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