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감성시리즈:나는왜?14 [나는왜] 니체의 역겨움, ‘차라’의 가르침 니체의 역겨움, ‘차라’의 가르침 내 속의 무엇이 니체와의 만남의 계기가 되었을까. 억지로 만난 척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 대략 10년 전 쯤 공부하던 팀에서 했던 연구가 생각났다. ‘해방 공간의 교육력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이다. 당시 내가 정리하고 있던 내용은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이 되자, 조선땅 곳곳에 지금으로 치면 중등학교가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세워졌고, 나는 이 힘을 조선인들에게 내재해 있는 ‘교육력’임을 논증하고 싶었다. 내가 사는 마을에 학교가 세워진다면 ‘누구는 땅을, 누구는 돈을, 누구는 자갈과 흙을, 누구는 시멘트 몇 포대를, 누구는 자신의 노동력’을 기꺼이 내 놓았다. 이러한 힘은 조선땅에서만 발휘된 것은 아니다. 일제시대 조선땅에서는 도저히 .. 2019. 10. 28. 얼굴을 지워라! 얼굴을 지워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거에 신경 써요?” ‘한부모 가족’이라는 언표 때문에 힘들다는 내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한 말이다. 정말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고 아이들도 잘 자라주고 있는데 뭐가 문제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저 언표가 힘든 것이 아니라 남편의 부재 그 자체가 힘든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것으로 인해 내 자아가 타격받았다고 생각되어서였다. 나에게는 삶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완벽함, 완전함’ 같은 이데아 말이다. 이것에 맞춰 내 영토를 일구며 살아왔다. 거기에 흠집을 내는 사람들이 싫었고, 그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집을 나간 후 깡패가 되어 찾아온 오빠를 만나지 않았던 것도,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귀찮아하고 미워했던.. 2019. 10. 21.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 부르듯 철학하기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 부르듯 철학하기 읽을 수 없던 책, 『안티 오이디푸스』가 돌아왔다. 내게는 꽤 심란한 복귀였다. 3년 전에도 기회가 있었지만 이해하지 못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욕망 기계니 기관 없는 신체니 하는 개념들과 설명 없이 서술되는 방식이 너무 낯설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계에 도전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책을 공부하라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어려웠고 이 책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문제의식도 잡히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친구들처럼 불편하거나 괴로운 문제들, 나만의 문제의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왜 안 되는 걸까? 결국 나는 예정된 합평시간까지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뭔가.. 2019. 10. 17. [나는 왜?] 공무원에게 외침 공무원에게 외침 많은 청년들이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한다. 30년 전 청년이었던 나도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때론 나에게 주어진 일이 부당하다는 생각도 했고 인정받지 못한 일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해진 위치에 맞는 일을 하면서 관료조직의 유전자를 몸에 잘 장착시키고 있었다. 위계나 나이로 따져본 나의 현재 위치는 상위 5% 정도이다. 이렇게 조직에서 연차가 쌓이고 부터는 개인적인 불만도 줄어들었다. 그런데 작년 연말 나의 안정된 생활패턴에 금이 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새로 취임한 수장이 자신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해 나와 또 한 명의 여성 공무원에게 일방 전출발령을 내면서 티오를 만들었다. 나는 그 일을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모욕감까지 느꼈다. 폐쇄적.. 2019. 10. 1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