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감성시리즈:나는왜?14 쓸모없음의 큰 쓸모 쓸모없음의 큰 쓸모 “승진이나 상은 남한테 미루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해라” 내가 항공사에 입사하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다. 아버지의 욕망과 내 욕망이 만나 승진을 위해 달렸다. 승진을 하면 월급 인상 외에 권력이 생긴다. 비행기 매니저를 하게 되면 평가권도 갖고, 그 비행에서는 최고 권력을 갖는다. 대형기일수록 더하다. 그래서 다들 빨리 승진해서 매니저가 되고자 한다. 회사는 승진을 미끼로 충성을 요한다. 승진을 하면 다음 승진을 위해 또 달린다. 회사는 직원을 소모품으로 본다. 소모품 중 품질 좋은 소모품이 되라며 충성을 요하는 건 기본이고 성형과 몸매관리도 자기관리라며 독려한다. 그러다 기내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서 병가가 길어지면 그 직원은 쓸모가 없어지고 회사의 지출을 늘리는 불편한 존재가.. 2019. 9. 23. [나는왜?] 명랑한 중년을 위해 명랑한 중년을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 서문에서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반갑고도 놀라웠다. 요즘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고민은 남편의 은퇴, 딸의 독립, 시어머님의 요양병원 입원 등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살면서 문득 문득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처럼 무겁게 다가온 적은 없다. 니체는 우리가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언가를 ‘집으로 가져가는’ 단 한 가지 일에만 진심으로 마음을” 쏟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흔히 자신의 직업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선호하는 직업은 무언가를 빨리,.. 2019. 9. 9. [나는왜?] 고집불통 망나니 들여다보기 고집불통 망나니 들여다보기 나는 오랫동안 ‘통제되지 않는 나’ 때문에 힘들어 했다. 분노, 질투와 같은 감정들은 한번 일어났다하면 제 멋대로 작동하여 타인과의 소통을 망쳐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런 괴로움을 해소하고자 술에 취하게 되면 심하게 고집을 부리곤 했다. 심지어 정신을 잃고 길바닥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술버릇 때문에 아내와 가족들이 힘들어했다. 내 안에는 ‘고집불통 망나니’가 하나 더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나를 창피하게 여겨 감추려고만 했었다. 나에게 있어서 통제되지 않는 무의식 세계는 괴로움 그 자체였다. 어느 날 우연히 나는 딸이 깔아준 팟캐스트를 통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다. 질문자에 대한 스님의 설법들이 얼마나 지.. 2019. 8. 26. 『안티 오이디푸스』- 우리 모두가 파시스트였다! 우리 모두가 파시스트였다! 작년 추석 연휴기간 벌어진 사건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 고성과 폭언으로 동네 개들마저 따라 짖을 정도로 우리 부부는 흥분해 있었다. 감이당 공부를 그만두라는 남편의 일방적 통보에 나는 치솟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실례합니다.” 예기치 않은 경찰의 방문에 부부싸움은 자동 종결됐지만, 나와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다. 평소 아빠의 폭언에 불만을 품었던 딸이 용단을 내린 것이었다. 놀랍게도 우리 부부는 그날 이후 폭언을 딱 끊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가족의 지반’에 의심을 품게 됐다. ‘아빠-엄마-나’라는 가족삼각형 안에서 나는 지극히 모범적인 아내, 엄마로 살아왔다. 남편은 또 어떤가. 성실하고 가족밖에 모르는 가장이다. 하지만 그는 전제군주였다. 남편이 .. 2019. 8. 12.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