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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 조국과 민족의 짙은 그늘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 조국과 민족의 짙은 그늘 '민족'이라는 말 속에 포함된 근·현대의 모든 신화들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식민지 40년의 집단 기억이 없다면 오늘날 '민족'이라는 개념이 나에게 주는 뉘앙스는 아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이름으로 가해진 다양한 형태의 폭력들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민족의 일원이기를 거부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그 속에 짙게 배어버린 비탄과 연민 속에서 나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와 같은 개념과 정서 사이의 균열이 이른바 '역사'를 대하는 내 의식의 기반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나는 잘 울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야기'에 이입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지어낸) 이.. 2017. 5. 2.
『루쉰, 길 없는 대지』 : 나는, 내가 인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루쉰, 길 없는 대지』“인간은 인간에게 절망하지만, 그 인간이 바로 나를 살게 하는 힘” 루쉰을 읽으며 나는 재차 확인했다. 내 절망은 세계와 타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내 기대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임을. 내가 구축한 환상에 내가 깔린 셈이다. 루쉰의 텍스트는 내 우울함을 삼켰고, 내 헛된 기대마저 날려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가르친다. 인간은 인간에게 절망하지만, 그 인간이 바로 나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모래바람에 할퀴어 거칠어진 영혼, 그것이 사람의 영혼이기에, 나는 사랑한다. 나는 형체 없고 색깔 없는, 선혈이 뚝뚝 듣는 이 거칢에 입 맞추고 싶다. 진기한 꽃이 활짝 핀 뜰에서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한가로이 거닐고, 두루미 길게 울음 울고, 흰 구름이 피어나고…. 이런 것들에 마음 끌리지 않는.. 2017. 4. 26.
이탈로 칼비노,『반쪼가리 자작』 - '완전한 인간'은 누구인가? 이탈로 칼비노,『반쪼가리 자작』 - '완전한 인간'은 누구인가? 때때로 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가 젊기 때문이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옮김, 『반쪼가리 자작』전집2권, 114쪽 아직 젊기 때문인지 우습게도, 가끔씩, 정말로 아주 가끔씩 나는 왜 천재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가끔이 아니라 자주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못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글을 못 쓰지', '나는 왜 이렇게 읽은 책이 없지', '하필 나는 왜 이런 아시아의 변방에서 태어난 거지', '왜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지' 등등. 다시 말해 삶 전체가 온통 '결여'로 가득차 있었던 셈이다. 어쩔 수 없는 '젊음'의 극단성 같은 것일.. 2017. 4. 11.
4월 둘째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4월 둘째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출처: http://bookdramang.com/1527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창조적 기억』, 미나토 지히로 지음, 김경주 옮김, 논형 책소개기억은 보존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동적으로 구축되는 것이라는 시점을, 우선 신경 생리학 연구나 기억술의 전통에서 끄집어낸다. 그것을 전제로 자코메티의 조각, 샤를 마통의 회화, 빌 비올라의 비디오 아트를 인용하면서, 예술 제작에 있어서의 기억의 작용을 분석한다. 이어서 기억의 상으로서의 사진의 감각·감정과 기억의 관계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집단적 기억을 둘러싸고 기억의 정치학을 논한다. 이것들을 통해 끊임없이 논의를 촉발하는 것은 촉각을 핵으로.. 2017.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