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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지미 헨드릭스』 - 노래하듯 쓴 자서전(?) 『지미 헨드릭스』 - 노래하듯 쓴 자서전(?) 나는, 이제, 다 크다 못해, ‘이제 어른이야’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 속에 ‘아, 멋져’ 싶은 영웅이 있다. 어디 ‘아, 멋져’ 뿐인가? 온 마음을 다해 동경하고, 그 동경의 마음을 담아 그가 남긴 곡들을 따라 치다가, 어쩌다가 비슷한 느낌이라도 나게 되면 온 몸이 녹아내릴 듯한 희열을 맛볼 정도다. 어느 원시인이 나뭇가지 비슷한 걸 두드리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음악가’라고 불리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내 마음속에서 그 정도의 위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제 들어도 좋기만 하고, 어디서 들어도 ‘그래! 이거야!’ 싶으며, 누구와 들어도 ‘죽이지 않냐?’라고 묻게 되는 그 사람, 지미 헨드릭스다. 헌.. 2017. 5. 26.
『루쉰, 길 없는 대지』 - 우리가 사는 곳이 인간 세상임을 기억하라 『루쉰, 길 없는 대지』 - 우리가 사는 곳이 인간 세상임을 기억하라 많은 스승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해왔고, 그 어구가 이미 상투어가 되어버릴 정도가 되었다. 말하자면, 이제 ‘균형 잡힌 시각’은 아무런 의심 없이 갖춰야할 덕목 중에 하나가 된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반화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그걸 갖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까 어떤 사태, 인물, 현상 등을 두고, ‘하나’로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훨씬 쉽고, 더 선호된다. 그렇게 한번 정리를 하고 나면, 그 ‘하나’ 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가뿐하게 넘어가버리거나, 의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 묻어버리고 만다. 루쉰을 떠올려보자면, 그의 생은 내내 어떤 ‘균형’ 속에 있었다. 그것은 적과 나를 구분한 후에 평균값을 .. 2017. 5. 23.
『루쉰, 길 없는 대지』 - "그렇다. 다시, 갈 뿐이다." 『루쉰, 길 없는 대지』 - "그렇다. 다시, 갈 뿐이다." 혁명은 한 번에 ‘헤까닥’ 뒤엎는 게 아니라 어둡고 비좁고 답답한 참호 속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진다. 루쉰의 글자들 사이에서 싸우는 것은 루쉰과 청팡우 등만이 아니다. 나도 그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다. 이희경, 「혁명은 어디에 있을까」, 고미숙 외, 『루쉰, 길 없는 대지』, 북드라망, 2017, 185~186쪽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유혹, 아니, ‘참아야지’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슬쩍 다가와 의식 전체를 점령하고 마는 그런 유혹이 있다. 다름 아니라, ‘한방의 유혹’이다. 이 유혹은 정말이지 너무나 강력해서 평소엔 그 강력함마저 느낄 수 없다. 가령,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한 번에 .. 2017. 5. 8.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 조국과 민족의 짙은 그늘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 조국과 민족의 짙은 그늘 '민족'이라는 말 속에 포함된 근·현대의 모든 신화들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식민지 40년의 집단 기억이 없다면 오늘날 '민족'이라는 개념이 나에게 주는 뉘앙스는 아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이름으로 가해진 다양한 형태의 폭력들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민족의 일원이기를 거부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그 속에 짙게 배어버린 비탄과 연민 속에서 나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와 같은 개념과 정서 사이의 균열이 이른바 '역사'를 대하는 내 의식의 기반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나는 잘 울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야기'에 이입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지어낸) 이.. 2017.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