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자족(自足)이라는 이름의 풍요 자족(自足)이라는 이름의 풍요 스톱, 피터팬 코스프레 돈에 대한 생각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진지함의 정도로 따져보면 나는 돈을 우습게 여기는 편이다. 타고나길 저렴한 취향 때문인지 공동체 환경에서 자라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돈의 위력을 잘 몰랐고, 돈 쓰는 것을 버는 것만큼이나 내켜하지 않는다. 물론 한창 학교 다닐 때, 특히 알바를 할 때는 넉넉히 용돈 받는 애들이 부러웠지만 그때뿐이었다. 돈이 뭐 대수인가? 조금 벌어 조금 쓰면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게 내 신조였다. 그래서 내게 낯설고 거북했던 것은 모든 가치가 일단 쉽게 많이 버는 데 있는 것처럼 구는 분위기였다. 입시-학점-취업-승진의 코스는 꼭 그 목적을 위해 짜인 것 같았다. 치솟는 서울살이 비용이 그 코스를 정당화해주는 듯했.. 2022. 11. 2. ‘스위트 홈’이라는 환상 ‘스위트 홈’이라는 환상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소통불능의 상태로 각자가 갇혀 있는 거죠, 각자의 방에.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 시대의 가족들하고 똑같지 않나요? 부모 자식 간에 믿음이 있으세요? ‘온전히 다 나한테 줘야 돼. 부모님도 온전히 나한테 신경을 써야 해’, 지금 이런 감정들 말고 가족 간에 다른 건 없지 않나요? 그래서 그게 없으면 막 의심하고, 어긋나게 되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합니다. 그러면서 또 자식들한테 엄청 투자하고, 또 자기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고 너무너무 노력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거는 일종의 자기 확대예요. 그 존재 자체를 그냥 인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화하는, 자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부부가 만나서 살고 자식을 낳아서 기르고, 이러고 있는 상태라는 거죠. 『소세키와 가족, .. 2022. 10. 17.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좋지 아니한가? 원래 이 글은 전혀 다른 내용일 뻔했다. 의 주제들을 짜던 3월까지만 해도, ‘사랑’과 관련해서는 진한 한숨이 묻어 있는 전개가 예정되어 있었다. 공부와 연애의 병행 불가능성에 대한 한탄, 그럴수록 커지는 환상, 깊어지는 슬픔, 그리고 거기에 초연해지는 기술 따위를 쓰려 했다. 맨날 늘어놓던 지겨운 투정과 성과 없는 자기 최면 말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침침한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땐 거의 포기 상태였고, 별자리상 실낱같은 희망이 있을 거라는 말도 그냥 웃어넘겼었다. 나를 방해하지 마라. 열심히 공부해서 티 없이 청정한 수행자의 길을 가려니까. 슬픔을 밀어내고 겨우내 마음을 추슬렀을 즈음, 불현듯 핑크빛 봄이 찾아왔다. ‘꿈★은 이뤄진다’는 말이 진실이었나? 꿈.. 2022. 10. 5. ‘자기’로부터 벗어나기 ‘자기’로부터 벗어나기 1935년, 편협한 유럽중심주의에 지친 레비-스트로스는 유럽의 ‘바깥’을 기대하며 남아메리카 브라질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바깥’은 없었습니다. 남미에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지요. 아무리 ‘바깥’을 찾으려고 해도 그의 눈은 익숙한 풍경, 길든 관념밖에는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는 없는 대로와 자동차, 유럽에는 없는 거칠고 투박한 살림살이와 먹을거리 등. 낯선 풍경 속에서 작동하는 것은 여전히 ‘유럽’이라는 척도였습니다. 열대로부터 돌아와서 그는 자기라는 관점 바깥으로 나가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또한 자기와 타자를 가르는 구분선이라는 것이 결정적인 것도 아님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통찰을 거듭해 가며 그는 독특한 인류학적 시선 하나를 .. 2022. 9. 13. 이전 1 2 3 4 5 6 7 8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