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길 없는 대지』 - "그렇다. 다시, 갈 뿐이다."
『루쉰, 길 없는 대지』 - "그렇다. 다시, 갈 뿐이다." 혁명은 한 번에 ‘헤까닥’ 뒤엎는 게 아니라 어둡고 비좁고 답답한 참호 속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진다. 루쉰의 글자들 사이에서 싸우는 것은 루쉰과 청팡우 등만이 아니다. 나도 그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다. 이희경, 「혁명은 어디에 있을까」, 고미숙 외, 『루쉰, 길 없는 대지』, 북드라망, 2017, 185~186쪽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유혹, 아니, ‘참아야지’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않고 슬쩍 다가와 의식 전체를 점령하고 마는 그런 유혹이 있다. 다름 아니라, ‘한방의 유혹’이다. 이 유혹은 정말이지 너무나 강력해서 평소엔 그 강력함마저 느낄 수 없다. 가령,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으면 한 번에 ..
2017. 5. 8.
『루쉰, 길 없는 대지』 : 나는, 내가 인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루쉰, 길 없는 대지』“인간은 인간에게 절망하지만, 그 인간이 바로 나를 살게 하는 힘” 루쉰을 읽으며 나는 재차 확인했다. 내 절망은 세계와 타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내 기대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임을. 내가 구축한 환상에 내가 깔린 셈이다. 루쉰의 텍스트는 내 우울함을 삼켰고, 내 헛된 기대마저 날려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가르친다. 인간은 인간에게 절망하지만, 그 인간이 바로 나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모래바람에 할퀴어 거칠어진 영혼, 그것이 사람의 영혼이기에, 나는 사랑한다. 나는 형체 없고 색깔 없는, 선혈이 뚝뚝 듣는 이 거칢에 입 맞추고 싶다. 진기한 꽃이 활짝 핀 뜰에서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한가로이 거닐고, 두루미 길게 울음 울고, 흰 구름이 피어나고…. 이런 것들에 마음 끌리지 않는..
2017. 4. 26.
이탈로 칼비노,『반쪼가리 자작』 - '완전한 인간'은 누구인가?
이탈로 칼비노,『반쪼가리 자작』 - '완전한 인간'은 누구인가? 때때로 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가 젊기 때문이다.-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옮김, 『반쪼가리 자작』전집2권, 114쪽 아직 젊기 때문인지 우습게도, 가끔씩, 정말로 아주 가끔씩 나는 왜 천재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가끔이 아니라 자주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못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글을 못 쓰지', '나는 왜 이렇게 읽은 책이 없지', '하필 나는 왜 이런 아시아의 변방에서 태어난 거지', '왜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지' 등등. 다시 말해 삶 전체가 온통 '결여'로 가득차 있었던 셈이다. 어쩔 수 없는 '젊음'의 극단성 같은 것일..
2017.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