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뉴욕
여기는 뉴욕, 응답하라 오바! 붕어 해완이 몇 달 만에 북드라망 블로그에 인사드린다(^^). ‘이 사람은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왔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실 독자들을 위해 잠깐 북드라망과 맺어온 인연을 소개하겠다. 2012년에는 1년 동안 ‘붕어’라는 닉네임으로 북드라망 블로그 편집자를 맡았으며, 지난해에는 북드라망 출판사에서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이라는 책을 썼다. 지금은 뉴욕에 머무르면서 새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참이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북드라망에 뉴욕 소식으로 찾아뵐 예정이다.
뉴욕에 오기까지
나는 어떻게, 왜, 무엇을 하러 뉴욕에 오게 되었는가. 현재 나는 뉴욕시립대학교 산하의 Hunter College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ESL 학생으로 이곳 뉴욕에 와 있다.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내년에는 대학교에 들어갈 계획이다. 각 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이 ‘유학생’이라는 이름 하에 나와 같은 코스를 밟고 있다. 하지만 유학생이라는 신분은 나의 이 뉴욕 행(行)을 설명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내 친구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이곳에 보내지기까지 여러 인연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2009년 9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남산강학원(구舊 수유너머남산)에서 인문학 공부와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당시 곰샘은 일명 ‘이타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계셨다. 세계의 수도 뉴욕에 연구실 지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할 일도 연고도 없던 나 역시 이 프로젝트의 떨거지(?) 멤버로 끼게 되었다.
그로부터 햇수로 5년이 흘렀다. 이 시간 동안 나는 연구실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뉴욕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숨 가쁜 시간이었다. 이타카 프로젝트 역시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우선, 프로젝트에 함께 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각자 사정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원래 멤버 중에는 오직 나만(!) 남게 되었다. 또, 해외로 뻗어나가는 움직임이 이타카 프로젝트 말고도 여럿 생겼고, 그러면서 여러 네트워크들끼리의 모임인 무빙비전탐구(MVQ) 블로그가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2014년 1월, 나는 이타카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자 MVQ 베이스캠프가 될 ‘뉴욕지부’에 깃발을 꽂으러 비행기에 올라탔다.
뉴욕에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종종 외국인 친구들이 물을 때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 묻는다. 뉴욕에 세워질 이 센터의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이냐고.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다(-_-;;). 고정된 목표를 갖기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인연들을 네트워킹하는 것이 이 뉴욕지부의 역할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 연고도 없는 뉴욕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지만 내가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연구실 식구들이 없다면, 또 그들이 나와의 연결고리를 타고 이곳 뉴욕에 오지 않는다면 내가 뭔 재미로 여기에 있겠는가! 무엇보다, 내가 이곳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공부거리들을 상상하기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이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잘 연결될 수 있다면 베이스캠프의 역할은 충분할 것이다.
여기에 내 개인적인 비전을 덧붙이자면, 영어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어로 읽고 쓰게 된다면 또 어떤 새 세상과 만나게 될까. 이만하면 내가 뉴욕에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충분히 스케치된 것 같다!
길바닥 뉴요커가 되다
어느새 뉴욕 땅에 발을 밟은지 만 3개월을 채워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영어보다도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스킬들을 익혔다. 지하철과 버스 갈아타는 법, 교통카드 충전법, 대형마트 코너명, 팁 빠르게 계산하는 법, 은행 업무 보는 법……. 이 ‘맨해튼에서 살아남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나는 엠파이어 빌딩만큼이나 높은 뉴욕의 물가를 피부로 확실하게 느끼고 말았다. 가장 큰 충격은 방값이었다. 맨해튼에서 유학생이 방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곳 유학생들은 원룸을 둘이서, 2베드룸을 넷이서, 거실마저 커튼으로 쪼개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곳 거실 한쪽에 매트리스를 놓기 위한 값은 평균 월세 100만원이다. (물론 여섯 명이 화장실 하나를 공유하는 할렘 가에 찾아가거나, 맨해튼의 학교까지 1시간 반 걸리는 외각 지역에 방을 구하면 월세 60만 원대까지도 내려간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염려해준 덕분인지, 다행히도 나는 가격대비 가장 멀쩡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방은 현재 내가 아무 문제없이 뉴욕 생활을 해나가는 데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돈에 쪼들려 급급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생계형 유학생이라고 해서 뉴욕을 즐기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기에 뉴욕은 참 매력적인 공간이다. 그 동안 나는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돈 없이 뉴요커가 되는 노하우들을 발견했다. 일명 ‘길바닥 뉴요커’다(^^).
1. 걷기 – 맨해튼의 스트리트와 애비뉴는 보행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건널목 거리는 짧고, 차들은 일방통행이라 속도가 느리고, 게다가 빈티지풍의 건물들은 근사하기까지 하다. 센트럴파크를 포함해 시내 군데군데 앉아서 쉴 수 있는 공원이 있으니 더 좋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질리지 않는다.
2. 박물관 – 뉴욕에는 참 많은 미술관들과 박물관들이 있다. 물론 제 값을 다 주고 들어가려면 이곳들도 가격이 만만찮다. 그러나 각 박물관들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요금 무료나 기부제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단과대학 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마어마한데, 매 주말마다 한 관씩 관람해도 몇 달은 보낼 수 있다!
3. 커피 만들기 – 여기에서 돈을 절약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것은 스타벅스 보이콧(?)이다. 커피를 사마시지 않고 직접 내려 마시면 맛도 좋고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운 좋게 120년 된 커피콩 집을 발견한 후로, 다달이 3달러어치의 커피콩으로 아침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나날이 본토 길바닥 뉴요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스킬들을 계발할지 모른다(^^). 다음번에는 학교 이야기와 친구들 이야기로 찾아뵙겠다!
글, 사진. 김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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