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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해완's MVQ

걷고 걸은 뉴욕 컨셉 여행기 + 완리스의 탄생!

by 북드라망 2014. 9. 26.

고샘과 길쌤의 깜짝 방문 !★ 제가 좋아하는 투즈키 (Tuzki) 움짤 모음입니당.. ㅎㅎㅎ : 85.gif

웰컴 투 뉴욕~



드디어, 내 심심한 뉴욕 생활기에도 기록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8월 26일, 감이당의 고샘과 남산강학원의 길쌤이 내가 사는 뉴욕을 방문하셨다. 뉴욕에 온 지 약 9개월 만에 연구실 식구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이번 뉴욕행은 고샘과 길쌤은 캐나다 벤쿠버 대학으로 초청 강의를 하러 가시는 길목에 뉴욕에도 ‘잠깐’ 들리기로 계획하시면서 결정되었다. 사실, 이 계획은 고샘의 의도치 않은 착오(^^) 덕분에 가능했다. 토론토와 벤쿠버의 지리를 헷갈리신 고샘은 뉴욕에서 벤쿠버까지 1~2시간이면 갈 줄 아셨단다. 실제로는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건너가는 미 대륙 횡단, 최소 6시간의 긴 여행인데 말이다. 그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보고 싶은 선생님들도 뵙고, 덩달아 벤쿠버까지 따라가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JFK 공항에서 고샘과 길쌤을 처음 뵌 순간이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고샘과 길쌤과 함께 한 4박 5일간의 뉴욕 여행을 작은 컨셉들로 소개해보겠다!






컨셉 1 : 진정한 로드트립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뉴욕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모든 것이 달랐다. 미국에 암만 무지했어도 내 마음 속 뉴욕이란 ‘모던 도시 뉴욕’이었다. 하지만 이 <뉴욕 타임즈> 연재글을 계속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뉴욕은 후줄근함을 기본 컨셉으로 표방하는 도시다. 살짝 후줄근하면 ‘엔티크’하다는 그럴 듯한 표현을 쓸 수 있겠으나 뉴욕의 후줄근한 내공은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처음부터 어찌나 친숙하게 느껴지던지.




역시나, 이번 고샘과 길쌤의 뉴욕 방문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 밖이었다. 전 세계인들에게 꿈의 여행지 1번지인 뉴욕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이 세계의 수도를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경험했다. 다름 아닌, 로드 트립이었다. 정말로 우리는 4박 5일 동안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월가, 차이나타운, 클로이스터 성당, 콜롬비아 대학.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와 프로스펙트 파크. 퀸즈의 아스토리아, 잭슨 하이츠, 엘머스트, 포레스트 힐. 이 모든 곳을 선생님들은 두 발과 지하철 카드 한 장으로 돌아다니셨다. 내가 학교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두 분끼리서 지도를 펴고 이곳저곳 탐방하셨다. 그 결과, 두 선생님은 단 오 일만에 뉴욕의 주요 지리를 파악하셨다. 왜 이렇게 걸었느냐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선생님들이 걷는 것을 너무 좋아하시기도 했고,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니기에는 맨해튼의 다닥다닥한 길거리들이 적합하지 않은 까닭도 있었다. 게다가 이 뉴욕에서 쇼핑 안 하고, 뮤지컬 안 보고, 씨티 투어를 안 한다면 걷기 밖에 더 할 일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뉴욕 역시 원래 걷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뉴욕에는 구석구석마다, 때로는 단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전혀 다른 풍경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발이 가면 몸이 공간을 기억하게 된다. 각 공간들마다 가지고 있는 다른 느낌들이 중첩되면서, 마음속에 단 하나 뿐인 내 뉴욕 지도가 풍성하게 그려진다. 걷기. 뉴욕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실 이 낡은 여행수단이야말로 뉴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컨셉 2 : 부동산 탐방


우리의 뉴욕 첫 코스는 퀸즈의 중심부 잭슨 하이츠였다. 첫날부터 집 밖에 볼 게 없는 잭슨 하이츠에 가다니. 파격적이었다. 그 어떤 뉴욕 관광객도 시도해본 적 없는 코스일 게 분명했다.




사실, 그 ‘집’이 우리의 목적이었다. 내년부터 이 뉴욕에 게스트 하우스 겸 세미나 공간이 생길 예정이다. 이 공간의 매니저가 되는 것이 내가 이곳 뉴욕에 온 가장 일차적인 목적이다. 남산 필동 구석구석에서 보물 같은 공간을 찾아낸 부동산 계의 ‘작은 손’ 고샘과 길쌤은 잭슨 하이츠에서도 유감 없이 실력발휘를 하셨다. 이 집은 사이즈가 너무 크고, 그 집은 문 구조가 사람들이 드나들기에 편치 않고, 저 집은 교통이 너무 불편하고...... 실제로 집을 구하게 될 시기는 올해 말이지만, 이번 부동산 탐방을 통해 우리는 어떤 집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할지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이 밑그림을 바탕으로 이번 11월 나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벤쿠버에 도착한 후, 고샘과 길쌤과 함께 앞으로 퀸즈에 자리잡게 될 게스트 하우스의 이름을 궁리했다. 여러 촌스러운 이름들이 난무한 끝에, 결국 안타 하나가 나왔다. 바로 ‘이타카 하우스’다. 10년 전, 고샘이 이 뉴욕행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곳이 바로 뉴욕 주 이타카에서였다. 내년 1월부터 뉴욕 퀸즈에 이타카 하우스가 오픈한다.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장소다^^



컨셉 3 : 먹지 못한 슬픔

 

그러나 우리 세 사람이 이 여행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는 테마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먹지 못한 슬픔일 것이다. 길쌤은 당연히 내가 식당을 안내하리라고 믿고 계셨다. 그렇다, 현지인과 함께 돌아다니는데 누가 일부러 식당을 찾아보고 오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내가 쓸모 없는(...) 현지인이라는 것이었다. 맛집을 알지도, 찾지도 않거니와 지금까지 내 주요 식단은 전기밥솥과 냉장고 안의 밑반찬, 샌드위치 점심 도시락이 전부였다.




결국 우리는 ‘대충’ 먹고 다녔다. 이상하게 들어가는 식당마다 음식이 시원찮았다. 길쌤은 종종 허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내 너를 믿었는데...... 난 네가 비싼 레스토랑을 찾아놓고 사달라고 할 줄 알았어...” 컵라면이라도 속 편한 게 먹고 싶다는 길쌤의 촉촉한 눈가를 보자, 갑자기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어찌하나. 평소에도 굳이 맛있는 것을 찾아 먹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지 않는데. 내 팔자에 먹을 복이 고립되었다고 했는데, 그게 정말이긴 한가 보다. 헌데 고샘과 길쌤 같은 경우는 먹을 복이 아예 없다. 결론은, 우리 세 명은 여행 멤버로서는 적합한 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하튼, 나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완-리스(less)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Useless 한 해완... 문리스 쌤의 뒤를 이어 앞으로 중남미 대륙 쪽을 열심히 파보라는 격려(?)의 말씀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나야 좋겠지만, 이 새로운 별명 때문에 이타카 하우스에 방문하기를 꺼려하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좋겠다(ㅠㅠ). 내년부터 새롭게 시작될 이타카 하우스, 많이 기대해주시길!




글/사진_김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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