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창조신화
*이 글은 <2021고미숙의 行설水설 – 달라이라마, 칸을 만나다!> 강의의 일부 내용입니다.
수행하는 원숭이
창조신화로 들어가 보면 태초에 혼돈이 있었고, 영겁의 시간이 흐른 뒤에 빛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육지와 바다와 하늘이 나누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의 중앙에 거대한 땅이 솟아올랐습니다. 이것은 남성적 구조로 뜨거운 것이잖아요. 우리가 사는 곳은 뜨거운 불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욕망의 불을 끄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남해에 관세음보살이 세상을 쭉 굽어보고 있었어요. 이런 얘기가 원래 이야기에 있었을 리가 없겠지요. 그때는 관세음보살을 몰랐을 텐데 관세음보살을 안 다음에 첨가를 했겠죠. 오래 전 그 티베트민족이 관세음보살을 어떻게 알겠어요. 이건 나중에 불국토가 된 다음에 첨가됐겠지요. 어쨌든 관세음보살이 쭉 이렇게 세상을 돌아보는데 원숭이 하나가 눈에 딱 뜨인 거예요. 그중에 수행을 열심히 하는 원숭이가 있는 거예요. 세상에 이게 말이 되나요. 말이 됩니다, 인간인 나도 안하는데,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 돼요, 이 원숭이가 굉장히 높은 수준에 있었던 거지요.
나찰녀와 원숭이의 결연
명상도 열심히 하고, 계율도 열심히 지켜서 이 원숭이를 얄로 계곡으로 보냈습니다. 얄로 계곡이 티베트 민족이 처음 거처로 삼은 지대인가 봅니다. 그래서 거기 가서 수행을 했습니다. 수행을 하면서 아주 경건하고 청정하게 살았습니다. 근데 거기가 아마 바위가 많은 곳이었나 봐요. 바위가 오래도록 천년, 2천년, 천만년 바위로 지내면서 해를 받고 빛을 받아서 바위의 정령이 되었습니다. 금이 계속 단련이 되면 청정해지면서 거기에 아주 총명한 기운이 들어갔나 봅니다. 일단 믿으세요. 근데 이 바위 정령이 나찰녀라는 여자예요.
나찰녀라는 마녀가 나타난 거예요. 근데 이 나찰녀가 원숭이한테 홀딱 반했습니다. 그래서 맹렬하게 대쉬를 했습니다. 그러면 원숭이는? 당연히 아니된다 그랬죠. 그러자 나찰녀가 협박을 합니다. 나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으면 나는 나찰남과 혼인하겠다. 이것은 마녀가 마왕과 결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왕은 남자 악마입니다. 악마는 생명을 잡아먹는 존재입니다. 여기서는 뭐냐면 생명력이 아닌 파괴하는 힘을 가진 게 악이고 악마인겁니다. 생명을 낳는 쪽으로 쓰는 게 보살이고 붓다이고 신이고 이런 거지요. 이렇게 협박을 하니깐 생명을 지켜야 되는데 어떡하나 이런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 때 관음보살이 등장하여 이제 나찰녀와 결연을 할 때다, 라고 중매를 서 주셨습니다. 그래서 결혼해서 여섯 명의 자식이 태어납니다.
원숭이에서 인간으로의 도약
여섯 명이 삼년 뒤에 오백 마리에 이르게 되죠. 그럼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자식이 많으니깐 좋구나, 가 아니라 기근에 빠졌습니다. 먹을 게 없는 거지요, 인구폭발로 다 굶주리게 됐을 때, 관세음보살이 뭔가를 가지고 옵니다. 보리를 가져와서 심게 하였습니다. 보리는 굉장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입니다. 그래서 보리를 키워서 굶주림을 해결하고 인구도 늘어났습니다. 곡식을 먹으면서 계속 인구가 늘다 보니 털이 일단 줄어들고 꼬리가 줄어들었습니다. 꼬리가 줄어들면서 점점 일어나서 걷게 되었습니다. 직립을 한다는 것, 이것도 뭐 천만 몇 년 이상 지나야겠지요. 호모사피언스가 됩니다. 이게 진화론의 코스를 밟는 겁니다.
이게 티베트에서나 갖는 굉장히 중요한 특징 입니다. 이런 곳이 없습니다. 우리의 조상은 누구예요. 곰이잖아요. 이 티베트의 건국신화는 정말 남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행하는 원숭이와 바위의 정령인 나찰녀가 결합을 했고 보리를 먹으면서 인간으로 진화했다고 봅니다. 이것을 해석을 할 때, 이 원숭이는 인도 쪽에서 온 수행자들, 그런 부족을 상징 할 수 있고, 나찰녀는 토착민 여성을 뜻하는 바위 정령이라고 봅니다. 신화연구자들이 이렇게 해석을 합니다. 이 안에 있는 과정을 잘 보면 진화론적 과정과 너무 비슷하다고 합니다.
원숭이는 어떻게 사람이 되는가? 무언가를 계속 탐구할 때 사람으로 도약하지 않겠어요. 현 인류가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맞는 말이죠. 이 수행하는 원숭이라고 하면 우습게 보이지만 수행이 다른 게 아니라 세계에 대한 탐구입니다. 그런데 원숭이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겠습니까? 바위정령은 이 땅의 어떤 야생적 기운을 가진 여성, 그리고 여성이니깐 음양에서는 음에 가깝겠지요. 이렇게 결합을 하면 거기서 변형이 계속 생기고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사람으로 진화한다. 저는 이렇게 과학적인 창조신화는 처음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단군신화에서는 곰이 언제 사람이 됐지요? 쑥을 먹고 백일 수행하잖아요.
100일 동안 참고 그 안에서 정진을 했습니다. 안 그러면 못 견디고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야생성을 못 견디고 나온 거잖아요. 그런데 곰이 바로 사람이 될 수가 있나요? 거기에 한 억만년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단 쑥 먹은 다음에 원숭이 비슷하게 바뀌고, 근데 그러면 쑥이 너무 도약을 심하게 해주게 하네요. 이 근거가 박약하게 말입니다. 그럼 우리가 쑥 먹으면 쑥 자라나? 다른 나라도 이런 식이잖아요. 예를 들어 늑대에서 바로 바뀌지요. 이 중간과정이 없지요. 티벳 신화는 다윈하고 맞짱을 뜰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것이 굉장히 두드러집니다. 이 원숭이 신화가 아주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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