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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설수설

[행설수설] 송첸의 티벳, 문성공주의 당제국을 품다

by 북드라망 2023. 4. 26.

송첸의 티벳, 문성공주의 당제국을 품다

*이 글은 <2020 고미숙의 行설水설 – 티벳, ‘눈의 나라’로의 여행> 강의의 일부 내용입니다.

 


티벳에 문자와 불교를 보급한 송첸캄포
지난번에 티벳의 민족 신화는 잘 들으셨죠? 원숭이, 나찰녀, 관세음보살로 이루어진 조합이 티벳 민족의 시조인 조상들을 낳았어요. 이후 그들로 형성된 열 두 개의 부족이 지도자를 내려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렇게 인도에서 온 왕자 같은 분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얄룸 왕조라고 하는 최초의 왕조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다음 33대 송첸캄포가 등장하면서 티벳 역사가 전면적으로 바뀝니다. 일단 수도가 얄룸 계곡에서 라싸 평원으로 옮겨져요. 지금 우리가 아는 라싸 시대를 연 대제가 송첸캄포인 거죠. 그런데 송첸캄포가 위대한 건 얄룸 왕조에서 토번 왕국이 됐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이거를 다 통일하려면 군사적 힘만으로는 안 됩니다. 뭐가 있어야 되냐면, 그걸 연결하는 사상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불교가 드디어 티벳 민족과 만나게 됐어요. 그것을 아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도입한 게 송첸왕인 거죠. 

그런데 불교를 도입하려면 뭘 해야 돼요? 일단 누군가가 불교를 전파를 하고 그다음에 부처님을 만나려면 경전을 만나야 되겠죠. 그러려면 인도 경전이든 중국이든 뭐가 와야 되잖아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했죠? 한자를 다 보편화해서 ‘중국 문물을 한자를 통해서 받아들이자.’ 이러면서 중화 문명권이 됐는데 티벳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은 거예요. 한자를 배워서 ‘불교를, 고등 문물을 받아들이자.’ 이렇게 한 게 아니에요. 반면 인도는 산스크리트잖아요. 그럼 ‘산스크리트를 그냥 다 일반화하자.’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근데 너무 특이한 것 같아요. ‘티벳 문자를 만들자.’ 이렇게 한 거예요. 되게 놀랍지 않습니까? 7세기 티벳의 상류사회는 산스크리트어를 쓰고 일반인들은 문자 배울 필요가 없으니까 그냥 티벳어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티벳어를 문자화하는 문자 창안을 했다는 거예요. 이것이 티벳 사람들이 송첸캄포를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여기는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토번 왕국의 강성함. 이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불교를 도입하고 문자를 창안했다.’ 이건 대단한 일이죠. 그러면 송첸캄포 왕에 대해서 되게 궁금하잖아요. 그 사람의 일대기를 봤더니 열 세 살에 즉위를 합니다. 아버지가 독살을 당하고 왕위에 올랐어요. 독살은 주로 반대파하고 뵌교 사제들이 항상 결탁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즉위를 해서 바로 아버지를 죽인 집단을 다 숙청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이 됐어요.

 


토번왕국vs당제국
그런데 제가 너무 재미있는 건 이때 천하의 형세가 바뀌었다는 사실이에요. 중원이 수나라에서 당나라로 바뀌었어요.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수당의 교체. 어렸을 때 배운 역사 시간을 다 동원해 봐도 우리는 수양제 그러면 살수 대첩 같은 프로(major)전투밖에는 잘 기억을 못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하여튼 수나라는 망하고 당나라가 시작된 건데, 당나라는 중국 왕조 중에서도 문물이 가장 번성하고 동서 교역로가 열린 너무너무 자랑스러운 왕조죠. 그때 송첸캄포가 등장하면서 티벳 전역을 다 규합해서 통일을 하는 천하의 형세가 구성된 거예요. 그러면 당나라의 주역은 누구인가요? ‘당나라’ 그러면 누가 떠오릅니까? 당태종이죠. 

그런데 저쪽에 토번 왕국이 떴어요. 그동안 안갯속에 갇혀 있던 은둔의 나라가 거대한 왕국이 돼서 ‘짠’ 나타난 거죠. 그래서 송첸캄포와 당태종이 맞수인 시대에요. 너무너무 흥미롭게도 이 두 사람은 거의 같은 연대에 죽어요. 너무 신기하죠? 제가 찾아낸 거예요. 유튜버들도 안 찾아내더라고요? 그러면 당나라하고 어떤 관계를 맺게 되나요. 왜냐하면 특별히 관계없이 활동했으면 이야깃거리가 없죠. 얄룸 계곡에서 라사 평원으로 옮겼어요. 그런데 거기가 대평원이고 아직 궁전이 자리 잡지 않았고 왕은 유목민적 기질이 있기 때문에 거대한 집에서 뭘 누리고 이런 게 잘 안 맞는 때였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송첸캄포도 움막 같은 데서 산 거예요. 왕인데 말이죠. 지금의 몽골을 보면 아시겠지만, 게르라고 하는 거 아시죠? 징기스칸도 그런 데 있었다는 거예요. 제주도 가면 효리네 민박에 있었잖아요. 텐트인데 좀 큰 텐트죠. 그 안에 다 있잖아요 뭐든지. 그게 유목민인 거예요. 그렇게 사는 게 제일 편하고 가볍고 언제든 떠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 보기에는 궁전에 처첩이 있는 복잡한 데서 사는 게 제일 후져 보이고 너무 답답해 보였겠죠. 그래서 이때도 왕들이 왕인데도 조그마한 움막에서 살았다고 해요. 거기가 지금 성지가 돼 있는 거예요.

 



송첸캄포의 청혼
그런데 송첸캄포가 거기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티벳의 문물을 끌어올려야겠다. 그러려면 중국의 공주하고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결혼을 해야만 문물의 융합이 일어나거든요. 굿 아이디어. 그래서 공표를 했어요. ‘중국의 공주와 결혼하겠다.’ 그럼 그때는 어떻게 해야 되냐면 전투를 해야 돼요. 

그래서 티벳은 토번 왕국을 다 규합했고 중국은 당나라가 떴는데, 그 위에는 들어봤는지 모르겠네요. ‘토욕혼’ 이 선비족은 우리가 잘 몰라요. 몽골도 징기스칸 때문에 아는 거고. 근데 역사의 어떤 순간에 굉장히 강력한 역할을 했어요. 근데 그들은 흩어지면 그냥 기록 같은 걸 하지 않기 때문에 없는 걸로 취급받는데 사실 그렇지 않죠. 유목민들의 역사와 제국의 역사가 분리될 수가 없어요. 선비족이라고 하는 토욕혼이 굉장히 큰 범위를 실크로드 윗부분을 장악했더라고요. 그래서 송첸캄포왕이 토욕혼을 밀어붙이고 나서 중국 당태종한테 사신을 보냈어요. ‘공주를 시집보내라.’ 당태종은 생각했겠죠. ‘이런 어이없는 오랑캐들이 있나? 뜬금없이 갑자기 공주랑 결혼하겠다니.’ 이걸로는 안 되나? 그래가지고 송첸캄포가 당나라의 송주라고 하는 국경지대에 있는 도시를 또 침략해요. 청혼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아시겠죠? 집에 가서 그냥 버티고 있으면 요즘은 그냥 바로 성범죄자로 끌려가겠지만, 진심을 다해 하면 됩니다. 그래서 송주 전투를 밀어붙였어요. 그러니까 당나라에서도 여기를 감당하기에는 전투력이 넉넉하지 않고, 또 내부 수습도 해야 되고, 이런 상황이라서 이 청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당나라가 세계를 좌지우지했을 것 같은데 토번한테 공주를 보내야 되는 수모를 당한 셈이죠. 토번 입장에서는 세계 속으로 나가고 문명국들과 소통하기 시작 한 거고요. 소통은 이런 전투를 통해서 밖에는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기 딸이 아니라 신하의 딸 중에 아주 총명한 소녀를 양녀로 삼아요. 그게 문성공주예요. 양녀로 삼았으니까 당태종의 공주인 건 맞잖아요. 이 문성공주를 티벳으로 보냅니다. 여기가 눈의 나라가 부처님을 만나는 장면이죠. 

 


문성공주, 티벳에 불교를 가져오다
그런데 이 공주가 시집을 갈 때, 당나라 문물의 핵심을 다 가져가죠. 그러니까 일단 비단이나 그 나라에서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기술과 관련된 것들을 바리바리 싸 가요. 그중에서도 문성공주가 ‘석가모니 12세’ 불상을 가지고 와요. 그러니까 아주 독실한 불자였던 거예요. 불교를 가지고 티벳을 가는 이 결혼은 정말 대단한 거죠. 그렇게 떠났는데, 제가 유튜브를 보다가 정말 감동했던 것은 ‘저렇게 해서 인류가 문명과 문명, 국가와 국가 인종과 인종이 교류를 했구나. 이 길을 열기 위해서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 나서야 했을까. 거기에 주인공이었던 사람의 운명으로 우리의 대운이 바뀌었네’ 이 정도였어요. 그 이후에 살아갈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일을 벌인 이 소녀는 지금이 얼마나 벅찰까요.

 

 


문성공주의 통곡, 거꾸로 흐른 강물
드디어 이 여정의 첫 번째 국경지대에 도달합니다. 거기에 갔을 때 당나라로 언제 돌아올지, 살아서 돌아올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이것은 완전히 딴 세상으로 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당태종이 자기를 무척 아껴서 선물했던 일월보경을 그곳에서 깨뜨려버려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기 위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한, 거기서 살 수가 없으니까요. 생각을 해봐요. 무언가를 계속 그리워하는데 그곳에서 어떻게 삽니까? 병들어 죽거나 탈출하려고 하죠. 그렇게 티벳 안으로 들어갔죠. 낯선 곳을 가다가 어떤 강물을 만났어요. 근데 거기서 이 소녀가 그동안 참았던 설움이 폭발해버려요. 꾹꾹 눌러졌던 게 폭발해서 통곡을 했는데, 이 통곡 소리에 강물이 거꾸로 흘러요. 그래서 이거를 도창하(倒淌河)라고 한대요. 저는 강물이 거꾸로 흐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통곡이라는 건 우리가 이렇게 보통 사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현대인들이 상처를 받았네, 나는 슬프네, 외롭네, 그립네 이거는 다 목구멍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죠. 그러니까 뭐 그냥 툭하면 눈물이 막 나는데 사연은 없고 들으면 참 썰렁하고 공감은 하나도 안 되죠. 그런데 나만 슬프고 나만 괴롭다고 해요. 자기밖에 공감하기 어려운 슬픔을 끌어안고 있는 게 바로 이기심이에요. 자기밖에 모르는 슬픔은 눈물도 그렇게 크게 나지도 않아요. 통곡이라는 것은 사람이 평생 별로 못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성공주는 진짜 통곡했을 것 같아요. 

 

 

강의_고미숙

 

 


**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티벳, 눈의 나라로의 여행> 연재가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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