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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설수설

[행설수설] 티벳 신화와 관세음보살

by 북드라망 2023. 4. 19.

티벳 신화와 관세음보살

*이 글은 <2020 고미숙의 行설水설 – 티벳, ‘눈의 나라’로의 여행> 강의의 일부 내용입니다.

 


히말라야와 티벳
티벳이 어떻게 불교를 받아들이고 달라이라마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세계의 구성이 가능했을까요? 여기서 지리적 조건을 빼놓고 이해하면 티벳 불교를 미신으로 치부할 준비를 하는 거예요. 티벳 역사는 쥐라기 시대에서부터 시작돼요. 쥐라기 시대는 고생물학에서 찾아낸 연대기인데 그때 아시아 판하고 인도양 판이 붙어 있었대요. 그러다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거죠. 계속 지구가 운동을 하니까 밀어내는 힘이 작용했나 봐요. 그게 2~3천 킬로미터를 튕겨 나갔대요. 그때 원래 자리로 돌아오려고 또 운동을 하다 보니까 대륙이 충돌을 해버렸어요. 이 충돌이 너무 세니까 바다가 융기하면서 히말라야산맥이 쑥 솟아오른 거예요. 그래서 히말라야는 바다의 바다 생물이 굉장히 많고 소금 호수의 소금을 신으로 떠받드는 유목민들도 있어요. 이때 새롭게 알게 된 게 뭐냐면, 히말라야가 일 년에 10cm씩 자란대요. 히말라야가 자라고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죠? 

그래서 히말라야를 하늘에서 찍었는데 그 산맥들을 보면 10만 100개의 용이 꿈틀거려요. 그러니 그런 곳에서 살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절로 샤먼이 되겠죠. 주술을 믿지 않을 수가 없는 거예요. 고원 정상에 호수가 있으니까요. 우리가 백두산 천지를 보면 너무 신비한데 그런 호수의 빛이 엄청난 사이즈로 있어요. 그럼 거기서 어떻게 영성(靈性)을 안 느낄 수가 있겠어요? 그래서 티벳은 태초의, 그리고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은둔의 왕국으로 거의 20세기까지 그 안에서 신과 함께 산 거예요. 신과 함께 살다가 부처님을 만난 거죠. 히말라야가 이 모든 제국의 역사의 변화로부터 티벳 민족을 지켜준 거죠. 그곳을 감히 못 오니까요. 섞일 여지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자연조건이 있으면 그곳과 영향을 받은 인간의 마음이 당연히 생성되는 거예요. 

티벳 사람들이 잃어버린 나라를 떠올릴 때는 너무 신비로운 장면들로 떠오르겠죠. 그리고 또 히말라야는 설산이잖아요? 만년 설산인데 그곳이 인도하고 중국에 있는 모든 문명의 시원이 되는 강들의 시원이에요. 그러니까 황하 양쯔강, 메콩강, 인도 쪽에 있는 강에서 히말라야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염두에 둬야 이해가 되는 거죠.

 



수행하는 원숭이의 등장
그래서 또 수많은 시간이 끝난 다음에 여기도 ‘화수목금토’가 등장해요. 어디서 많이 들어봤죠? 우리는 ‘목화토금수’라고 하는데 여기는 순서가 달라요. 역법이 티벳에 가서 조금 변형이 된 거죠. 그 지역에 맞게 기운이 막 뒤섞여서 하늘과 땅과 바다가 형성되고 땅이 솟아오르는 것이 티벳인들이 구성하는 천지 창조에요. 그런데 아직 사람이 등장하기 전에 관세음보살이 있었어요. ‘보타낙가산’이라는 산에요. 보타산이 관세음보살이 계신 곳이거든요. 남해 보타산, 바로 티벳 라싸의 포탈라궁은 보타낙가산을 ‘포탈라’라고 하면서 관세음보살의 궁전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관세음보살이 천하를 굽어보는데, 거기에 생명체들이 막 진화를 하고 있는 거예요. 진화론이죠. 진화를 해서 유인원이 됐어요. 원숭이들이 막 생겼어요. 그런데 원숭이 중에 아주 변종 돌연변이가 나타났어요. 어떤 돌연변이일까요? 알 리가 없고 상상도 하기 어렵고 ‘얘는 수행을 좋아하는 돌연변이야.’ 이게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왜냐하면, 원숭이는 잠시도 가만히 못 있어요. 그래서 서유기에 보면 손오공은 누구하고 싸워도 이길 수 있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데 뭘 한 가지 딱 못하는 게 있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 것. 그래서 도사들이 ‘누가 오래 앉아 있는지 내기하자!’ 그러니까 얘가 그냥 완전히 기가 죽는 장면이 나와요. 그래서 불교에서 원숭이를 마음에 비교하는 거예요. 우리 마음은 잠시도 가만히 안 있어요. 근데 얘가 수행을 좋아해요. 이런 변종을 보고 쟤를 티벳에 보내야겠다. 그래서 가라고 했더니 갔어. 동굴에 가서 수행해라. 그게 얄룸 계곡에 있는 동굴에 가서 수행을 합니다. 이게 도대체 말이 안 되거든요. 원숭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죠.

 


연결하는 인간, 호모사피엔스
그래서 생각을 해봤어요. 유인원이 돼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를 하잖아요. 이 진화의 과정에 우리는 뇌가 늘어나서 사냥을 잘하고 도구를 만들어서 문명을 이루는데, 지능이 발달하는 것만 진화라고 생각했잖아요? 그것만 진화하는 게 아닌 거죠. 그것만으로 물질적 기술지만으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이것을 잘 몰라요. 그럼 뭐가 있어야 되냐면 근원적인 앎에 대한 욕망이 있어야 돼요. 그러니까 얘가 돌연변이인 거죠. 그런 앎에 대한 천지를 연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 오천 년 전, 이럴 때도 라스코 동굴 벽화에 종교와 예술이 피어날 수 있었던 거예요. 

먹고살기도 힘든데 뭘 저런 걸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현대인들은 그렇지. 현대인들은 뭐 맨날 먹고살기 어렵다고 해요. 지금 우리나라의 어떤 가난한 사람도 1만 5천 년 전 구석기 시대보다 잘 살 텐데 말이죠. 돈 좀 있는 분들도 근원적인 앎에 대한 욕구가 없는, 진리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에요. 그러면 언제 진화를 한 거지? 이렇게 질문을 안 해봤겠죠. 그게 아마 뇌 과학에 보면 변연계라는 게 생겨서 사피엔스가 됐다고 말해요. 변연계가 뭐냐면 모든 걸 연결하는 거예요. 네안데르탈인은 그냥 즉자적인 지식들만 있대요. 정보가 따로따로 있는 거죠. 이건 무척 뛰어나요. 그런데 정보 연결을 못해요. 천지 연결을 잘 못해요. 그래서 그것을 연결하는 변연계가 발달한 그룹이 탄생했는데 그게 호모 사피엔스거든요.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대신 네안데르탈인은 굉장히 신체가 강건하고 힘이 세대요. 

 근데 이런 얘기를 하면 할수록 뭐가 자꾸 떠오르네요? 현대인은 네안데르탈인인가요 사피엔스인가요. 연결을 안 시키잖아요. 연결을. 그런데 힘세고 강한 것은 엄청 원하잖아요. 게임 같은 게 다 그런 거 아니에요? 네안데르탈인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군요. 그 욕망이 다 네안데르탈인 거네요. 막 근육 만들고 쓸데도 없는 복근 만들고 그래서 ‘내가 너보다 더 세지’ 이거 한 단계 넘으면 우리가 야생동물들 중에 수컷들이 발정기에 대결할 때 ‘내 뿔이 더 세지’, ‘내 턱이 더 세지’ 이거 하는 거랑 거의 동일한 비슷한 상태죠. 그러니까 호모사피엔스의 핵심은 연결하는 거예요. 정보와 정보를. 근데 이게 무한대인 거죠. 천지인. 인간의 내면, 외면, 안팎, 위아래를 다 연결하는 존재인 거예요.

 

 


‘도약’을 담고 있는 창조설화
그런 원숭이가 나왔으니까 이때부터 진화가 폭발적으로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 원숭이한테 홀딱 반한 토착 여성이 있었어요. 그게 나찰녀였죠. 뭔가 이름도 좀 심상치가 않잖아요. 순하고 착한 여자 같지는 않죠? 막 그냥 들이대는 거죠. 그래서 ‘당장 나랑 결혼을 해주지 않으면 내가 나랑 비슷한 나찰남 하고 결혼을 해서 1만 명의 생명을 잡아먹겠다.’라고 말해요. 이 정도 들이대야 이게 진정한 대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 원숭이가 고민돼서 관세음보살, 그러니까 자기를 영적으로 인도하는 존재에게 묻는 거죠. 그랬더니 관세음보살이 ‘니가 희생해라’ 그래서 할 수 없이 결혼을 합니다. 그래서 여섯 마리 원숭이를 낳았고 여섯 마리가 500마리가 됐어요. 그랬는데 이 원숭이들이 수행하는 아버지를 둬서 너무 또 성스러웠어요. 그래서 음식을 잘 안 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또 다른 이야기를 보니까 인구 밀도가 높아져서 먹을 게 없었다는 썰도 있고요. 그런데 히말라야 고원에서는 다 비슷하게 먹을 게 별로 없고 그렇게 음식을 탐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어요. 그래야 거기서 살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관세음보살이 오곡 종자를 줍니다. 특히 자기 스스로 그냥 자라는 게 보리라고 그러네요. 정교하게 키우지 않아도 되나 봐요. 보리를 줘서 그걸로 먹고살게 해줬어요. 그랬더니 얘들이 점점 그것을 먹고 점점 번식을 하는데, 일단 털이 없어지기 시작했대요. 그다음에 꼬리가 짧아졌어요. 그리고 직립 보행을 해요. 이런 류의 창조 설화는 전 지구에 어디나 있잖아요. 

우리도 있죠. 우리는 곰의 후손이잖아요. 근데 곰이 어떻게 인간이 됐죠? ‘100일 동안 마늘을 먹으면 된다’ 근데 이게 믿어져요? 그럼 한번 해보세요. 곰을 독방에 가둬 놓고 마늘만 계속 줘봐요. 그러니까 모든 창조 설화는 사실 도약이죠. 뜬금없이. 그러니까 갑자기 하늘이 뭘 어떻게 하고 신이 창조하고 해야죠. 이렇게 변화하는 과정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티벳 창조설화는 가장 과학적이다’ 이런 평가를 받아요. 진짜 과학적이에요. 보니까 다윈이 봐도 감탄하겠어요.


티벳인을 창조한 관세음보살
이 500 마리의 원숭이가 진화를 하면서 티벳인이 만들어진 거죠. 티벳인의 조상. 그래서 12개의 부족으로 나누어져요. 그러니까 굉장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창조 설화가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관세음보살이 결합돼 있잖아요. 근데 태초에 티벳은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관세음보살의 존재를 알았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것은 후대의 부처님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창조 설화가 결합한 거죠. 이 모든 창조의 과정을 이끈 건 관세음보살인 거예요. 그러니까 티벳이 원숭이의 후예인 건 맞아요. 그리고 나찰녀가 유혹한 것도 맞고 특이한 구도자 원숭이가 등장한 것도 굉장히 독특한 거죠.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원숭이 설화가 갑자기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고 인도를 통해서 온 거예요. 그래서 인도, 티벳으로 와서 중국으로 가는 과정을 발견했어요. 이게 진짜 제가 <서유기> 공부를 하면서 손오공의 존재가 도대체 기원과 중국의 어떤 설화들하고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겠고 책도 없어서 너무 답답했는데 티벳 공부를 하면서 이것을 발견했죠. 사실 원숭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서부터 티벳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유기>가 또 저를 그쪽으로 인도해 준거죠. 고전이 이렇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는 걸 여러분은 안 믿죠? 안 믿어요 아무리 얘기해도. 그러니까 맨날 어떻게 살아야 되냐고, 멘토가 어디 있냐고, 뭐를 달라고, 그러니까 맨날 사기나 당하죠. 고전 하나를 깊이 읽으면 이것이 계속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가야하는데 말이죠.

 

 

강의_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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