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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왔다 2

“아기가 왔다” 특집 인터뷰 (원자연샘)

by 북드라망 2023. 5. 2.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힘든 일은 한번에 겪으라는 뜻은...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아이, 엄마, 아빠, 부부... 그런 날들이 모두 5월에 몰려 있네요. 그래서 5월은 명절이 있는 달 다음으로 분란이 많은 달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공동체 네트워크의 입장에서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고자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아기가 왔다" 특집! 사실 저희 북드라망 블로그에서 절찬리에 연재되었던 코너가 있으니 바로 '아기가 왔다'였습니다. 늦깎이 부모과 된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쓰는 코너였는데요, 이제 아기는 어린이가 되었고, 내년이면 학교에 갑니다. >_<

아무튼, 그런데! 작년부터 갑자기 공동체 주변에서 아기가 왔다는 소식(임신 소식)이 막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기들이 하나둘 건강하게 태어나서 엄마아빠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기쁘고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요,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돌도 안 된 아기들을 육아 중인 엄마아빠들에게 서면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7개월에 접어든 도겸이 엄마 원자연샘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내일은 100일을 앞둔 단희의 아빠 강보순샘 인터뷰, 그리고 모레는 이제 2개월에 접어든 서윤이(무려 둘째아기!)의 엄마 소민샘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아기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아기는 그 자체로 매일매일 기적을 보여 줍니다.
아기의 존재 자체가 기적의 연속이거든요. 그리고 우리 자신들도 이렇게 매일을 기적으로 채우면 자랐다는 걸, 이번 인터뷰에서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보시죠!

 

“아기가 왔다” 특집 인터뷰 (원자연샘)

 

1. 도겸이는 어떤 아기인가요? ^^(도겸이 소개)
도겸이는 귀엽고 빵빵한 볼따구를 가지고 있는 날쎈돌이 친구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온 마루를 누비며 (여느 아기와 같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기예요. 네발로 기며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이 본인도 신기한지 아주 뿌듯한 얼굴을 하며 기어 다니고 있고요, 요즘은 또 무한 앉기 연습에 빠져있답니다. 

 

얼마 전 6개월이 되어 이유식을 시작했는데요. 이 친구 참 먹성이 좋더라고요?! 수유할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말이죠. 이를테면 입속에 아직 음식이 가득한데도 양손에 먹을 것을 들어 올려 입으로 가져가다가 입에 안 들어가면 오열을 한다든지, 준비한 식사량을 다 먹고도 더 먹고 싶다고 운다는지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식사 시간이 늘 눈물로 끝을 맺는답니다.^^; 먹을 때를 빼곤 참 순하고 순한 아이랍니다.

 

 


2. 도겸이를 임신한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요?
한 생명을 품는 이 소중한 일을 잘 겪어 가보자,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일생에 다시 없을 수도 있는 10개월이니까요. 한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겪은 느낌은 음… 생명을 품는다기보다는 급습한 생명체에게 방을 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다고나 할까요…? 

 

나 혼자만 쓰던 이 몸을 다른 존재와 같이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대끼는 일인지, 매 순간 조정이 필요한 일인지 정말 ‘몸소’ 느꼈습니다. 기존에 제 몸을 쓰던 방식이 먹히지 않더라고요. 저는 몸이 찌뿌둥하거나 살짝 으슬으슬하면 팔을 힘차게 내저으며 걸으면 나아지곤 했는데요, 웬걸! 몸져누웠었습니다. 골반이 아파서 스트레칭을 좀 했더니, 더 심해져 걷는 게 맘대로 안 되기도 했고요. 호호. 다른 존재와 한 몸이 되기 위한, 말 그대로 공동체(共同體)가 되기 위한 기간이었네요.

 

이렇게 신체로 육박해 오던 임신이라는 사건을 겪어내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많이 한 생각’이라고 했을 때는, 당시 저의 일상을 채우고 있던 공동체의 수많은 일과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있으면서 책을 편집하는 것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3. 도겸이가 태어나고 그간 가져온 생각(가치관 등)에서 가장 크게 바뀐 건 무엇인가요?
도겸이라는 아이를 만나면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한 전제가 바뀌었어요. 우선 저는 관계란 기본적으로 신뢰 관계라고 생각해요. 어떤 관계를 떠올릴 때 생기는 든든한 느낌은 믿는 구석이 있기에 가능한 거죠. 관계를 맺는다는 건 서로 믿을 수 있는 사이가 된다는 건데, 지금까지 저는 이 ‘서로’라는 말에 항상 상대방의 몫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관계는 쌍방 아닌가?’ 하며, 늘 상대에게 요구하고 있었죠. 

 

도겸이를 키우면서 신뢰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끊임없는 이해와 전폭적인 베풂이 전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라는 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요. 왜 우는지,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하기 위해 아이의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들어가고, 바람 없이 온 체력과 정신을 쏟을 때 믿음이라는 게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태도가 신뢰 관계의 초석이라는 것을요. 어쩌면 이렇게 불공평해 보이는 행위만이 관계라는 것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아기를 직접 키워보니, 아기를 키우는 데 정말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남산강학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남편이 있는 타지에 와서 살고 있는데요.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공동체에서 나오니 여실히 느껴지더라고요. 

 

이야기하고, 밥을 먹는 등의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이 부족합니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육아 동지인 남편은 일하느라 일상을 함께하지는 못합니다. 가끔 찾아뵙는 부모님이나 종종 보는 친구들도 역시 일상이라기보다 이벤트죠. 저의 상황적 특수성도 있지만, 아기를 키우는 또래의 친구들을 사귀어 보아도 비슷하더라고요. 

 

함께 아기를 키우는 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긴 하지만 외로움을 달래는 관계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두들 나 홀로 아기를 키우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아이와 엄마 둘뿐인 세상으로 말이죠. 이 지점을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 저의 큰 숙제가 될 것 같아요.

 


5. 도겸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신가요?
마지막 질문답게(?) 참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지를 받고 내내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도 생각이 많아지기는 합니다만…, 도겸이가 딛고 나갈 수 있는 단단한 땅 같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을 달래다 지쳐 화가 치밀고, 온종일 혼자 아이와 놀다 체력에 부칠 때 울렁울렁해지는 저에게 스스로 되뇌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호호. 이러면서 점점 더 단단해질 수 있겠죠…? 그리고 하나 더. 도겸이를 키우면서 썼던 이 마음을 멀리멀리 미루어 많은 이들에게 쓸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살면 좋은 엄마,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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