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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왔다 2

“아기가 왔다” 특집 인터뷰 (강보순 샘)

by 북드라망 2023. 5. 3.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힘든 일은 한번에 겪으라는 뜻은...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아이, 엄마, 아빠, 부부... 그런 날들이 모두 5월에 몰려 있네요. 그래서 5월은 명절이 있는 달 다음으로 분란이 많은 달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공동체 네트워크의 입장에서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고자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아기가 왔다" 특집! 사실 저희 북드라망 블로그에서 절찬리에 연재되었던 코너가 있으니 바로 '아기가 왔다'였습니다. 늦깎이 부모과 된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쓰는 코너였는데요, 이제 아기는 어린이가 되었고, 내년이면 학교에 갑니다. >_<

아무튼, 그런데! 작년부터 갑자기 공동체 주변에서 아기가 왔다는 소식(임신 소식)이 막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기들이 하나둘 건강하게 태어나서 엄마아빠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기쁘고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요,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돌도 안 된 아기들을 육아 중인 엄마아빠들에게 서면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7개월에 접어든 도겸이 엄마 원자연샘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내일은 100일을 앞둔 단희의 아빠 강보순샘 인터뷰, 그리고 모레는 이제 2개월에 접어든 서윤이(무려 둘째아기!)의 엄마 소민샘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아기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아기는 그 자체로 매일매일 기적을 보여 줍니다.
아기의 존재 자체가 기적의 연속이거든요. 그리고 우리 자신들도 이렇게 매일을 기적으로 채우면 자랐다는 걸, 이번 인터뷰에서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보시죠!

 

* 도겸이 엄마 원자연 샘의 인터뷰는 "여기"(클릭해주셔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기가 왔다” 특집 인터뷰 (강보순 샘)

 

1. 단희는 어떤 아기인가요? ^^(단희 소개)
단희는 ‘위대(胃大)한 햇님’ 
“산모님, 초음파상에 아기 위가 비대하게 큰데, 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출산하면 소아과에 연결해서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내와 나는 긴장했다. 정말 뭔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아니었다. 태어나고 보니 그냥 위가 큰 아기였다.^^;; 위가 크면 밥도 많이 먹는 법. 덕분에 아기는 또래들보다 키가 2cm 정도 더 크고, 몸무게도 1kg나 더 나간다. 아기가 한 달 되었을 때, 주변에선 아기가 벌써 100일이냐며 물을 정도였으니,..음, 말 다했다.


이렇게 무럭무럭 성장 중인 우리 귀요미 이름은 강단희. 밝을 단(㫜), 햇빛 희(曦)를 써서 단희다. 여아인 데다, 사주가 차서 이름을 부를 때마다 온기가 불어넣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은 이름이다. 하루 종일 해가 들어오는 이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거꾸로 단희 덕분에 적막했던 우리 집이 따듯해지고 있다. 단희의 알 수 없는 옹알이와 온갖 발짓, 몸짓이 만든 활발발함이 온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헌데 요즘 한 가지 고민이다. 단희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좋은데, 이 귀요미가 잠을 안 잔다. 하하. 보통 신생아들은 24시간 중 16시간은 잔다는데, 이제 100일을 앞두고 있는 단희는 뭘 그렇게 보고 싶은지 하루 16시간을 두 눈 부릅^^;; 아는 지인이 우스갯소리로 하루 종일 해가 들어오는 이름인데 어떻게 잠을 자겠냐고 했는데, 그 말이 정답인지, 덕분에 우리 부부도 단희와 함께 하루 종일 해가 들어오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러 가지 의미로^^;; 

 

 


2. 단희가 엄마 배 속에 있었던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요?
‘이 친구는 무엇을 깨닫기 위해 이 세상에 왔을까?’ 다른 남편들은 아내가 임신하면, 태교관련 도서나 육아관련 도서를 읽는다고 하는데, 난 우연한 기회로 연구실에서 『티벳사자의 서』를 읽게 되었다. 생명 탄생을 앞두고 망자의 노래라니, 대체 무슨 곡절일까? 


『티벳사자의 서』의 원제는 ‘바르도 퇴돌’, 간단히 말해 삶과 죽음의 사이에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자유에 이른다는 의미의 티벳 경전인데, 이 경전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한 구절 있었다. 그 대목은 죽음 이후 인간의 몸을 다시 얻는 2개의 길이었다. 하나는 중음신 상태에 놓인 망자가, 자신이 몸을 갖고 있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육체를 소유하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자궁문으로 들어가 인간의 몸을 얻는 경우다. 대부분의 중생이 이렇게 몸을 얻는다. 그런데 드물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길이 있으니, 큰 깨달음은 인간의 몸이 아니고서는 안 되기에,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 다시 자궁문으로 들어가 인간의 몸을 얻는 경우다. 붓다의 태어남이 바로 그렇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내내 배속에 있던 단희가 생각났다. 몸에 대한 집착 때문이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든, 어쨌든 단희도 이번 생에 인간의 몸이 아니고서는 안 되는 어떤 필연이 있었겠구나, 그래서 우리부부와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을 맺은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돌연 들었던 것이다. 과연 ‘이 친구는 무엇을 깨닫기 위해 이 세상에 왔을까?’ 궁금하고 또 궁금하지만, 뭐라도 하나 깨닫고 가겠지.

 


3. 단희가 태어나고 그간 가져온 생각(가치관 등)에서 가장 크게 바뀐 건 무엇인가요?
‘자유의지는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자들은 대부분 남자다. 왜일까? 그리고 왜 그들은 자주 자유의지 비판을 자기 철학으로 삼은 것일까?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단희를 낳고 보니, 한 가지 평범한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아빠가 되어본 적이 없었다. 아빠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육아도 해본 적이 없을 터. 이 점이 중요하다. 아기는 무엇 하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존재임에도, 무엇 하나 부모의지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만약 그들이 육아를 해봤더라면,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십 페이지의 논증이 필요했을까. 스피노자,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를 공부하며 그들의 자유의지 비판을 재미있게 따라가면서도 한편으론 기연가미연가 하는 게 있었는데, 단희와 만나 알게 되었다. 자유의지는 확실히 없다는 사실을.

 

 


4. 아기를 직접 키워보니, 아기를 키우는 데 정말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존재의 자기변형’ 
요즘 저출산의 원인을 두고 ‘집이 없어 아기를 못 키워’, ‘경제력이 부족해 아기를 못 키워’와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처음엔 나도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는 아기 키우기가 힘들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막상 자식을 낳고 보니 이런 이유가 자식을 낳지 않을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집을 마련하고, 연봉이 올라가면 육아는 조금 더 수월해질지(?) 모르지만, 그렇게 모든 걸 다 갖췄더니 나이가 60이라며, 이제는 아기를 가질 수도 없는 나이라는 풍자가 떠오른다. 아기를 키우는 데는 돈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무얼까?


육아는 쉽지 않다. 힘들고 고되다. 그 육체적·정신적 고단함이란 말도 못한다.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그렇다고 제대로 씻기를 하나 뭔가 상큼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헌데 놀랍게도 아이는 부모의 이런 일상이 아니고서는 길러지지 않는다. 조금 이따 써야 할 글, 세미나준비, 처리해야 할 업무등 나라고 여기는 것들에 집착하면 아기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 해서 좀 내려놔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내려놓기란 마음을 어떻게 내느냐의 문제이지,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내려놓는 신체로 나를 변형시키는 것. 그리고 그럴 마음을 기꺼이 내는 것. 아이를 키우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아이를 키운다. 엄마의 변신은 무죄, 아빠의 변신도 무죄! 

 


5. 단희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으신가요?
요즘은 좋은 아빠 되기가 유행인 듯하다. 잘 놀아주고, 같이 여행도 자주 가는데, 돈도 잘 벌어다주는. 이게 미안할 일인가 싶지만, 단희에게 전 이런 의미의 좋은 아빠는 되어주지 못할 것 같다. 다만 살면서 ‘나의 좋음’을 ‘아이의 좋음’으로 연결시키지 않는 아빠가, ‘좋음’과 ‘좋지 않음’은 중중무진 연결되어 있기에 ‘하나의 좋음’을 원하는 삶은 ‘무수히 많은 좋지 않음들’ 역시 원해야 하는 삶이라는 것을 함께 깨우쳐가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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