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 놀이
아기가 9개월쯤 되었을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잠시 저녁거리를 사고 있는데, 유아차에 있던 딸이 혼자 얇은 담요로 얼굴을 가리더니 홱 하고 내렸다고 한다. 나는 그 상황을 보지 못했지만, 남편과 첫째가 똑똑히 목격(!)했다고 한다. 그 후로 딸의 셀프 까꿍 놀이는 계속되었다. 방문을 열었다가 닫으며 숨었다가 나타났고, 또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오빠의 내복 바지나 책, 분리수거하려고 꺼내 놓은 종이 등등) 머리 위로 올린 다음 내리기 바빴다.
그날도 딸은 얇은 천 기저귀를 가지고 신나게 까꿍 놀이 중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꼭 기록하고 싶어서 앞에서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기 시작했다. 한 열번쯤 손을 올리고 내리며 놀이를 즐기는 딸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바닥에 ‘쿵’ 소리가 났다. 촬영 욕심에 딸이 다치다니… 속상했다. 아이는 그 후로도 열심히 기고 앉고 서는 것을 연습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잊을만하면 ‘쿵’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내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다치는 건 정말 한 순간이다. 잘 보고 있는 데도 꼭 잠깐 뭔가를 하는 사이에 일이 벌어진다. 그것도 하필 매트가 없는 공간에서 말이다. 정말 그럴 때면 참 안타깝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아이가 크고 나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제는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고, 위험하다는 상황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다치는 사건에서 자유로워지기는 힘들다. 2년 전, 첫째 아이가 계단에서 넘어져 응급실에서 턱 몇 바늘을 꿰매고 난 후로 유치원에서 알림장이 올 때마다 혹시 다친 것은 아닐지 걱정부터 하게 된다. 아이와 모든 걸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또 같이 있는다고 아이가 다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불쑥불쑥 찾아오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부모가 되면서 얻게 되는 아이가 주는 즐거움이 있지만 이 불안함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숙명(?)이 아닐지!
글_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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