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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44

저주스러운 시대, 지금 가장 무서운 적은 어디에 있는가? 루쉰과 적들 루쉰은 적과 대놓고 싸울지언정 뒤에 숨어 냉소를 보내진 않았다. 그만큼 적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후면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옆으로 서는’ 수밖에 없어서, 정말 힘이 드네”라고도 했다. 적들은 루쉰의 에너지를 한없이 갉아 먹었다. 그만큼 목숨 걸고 싸웠다는 말이었다. 적들은 도처에서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면 마치 자석에 쇠붙이가 붙듯이 어느새 적들이 나타나서 달라붙었다. 적들이 그를 부른 것일까, 그가 적들을 만든 것일까? 그 적들을 찾아가 본다. ‘낡은 것’이 적이다 북경여사대 사건 이후 루쉰은 샤먼(廈門)과 광저우(廣州)로 떠돌아 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곳도 루쉰의 눈에 거슬리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 시절 편지글에 “베이징이 큰 도랑이라면 샤먼은 작은 .. 2012. 8. 27.
불가능성은 혁명하는 자의 혁명! 타자, 유령, 혁명 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한동안 나는 출근길에 매번 똑같은 노숙자와 마주쳤다. 그는 항상 정류소의 번호 표지판에 기대어 서서 초점 잃은 눈으로 행인들을 이리 저리 바라보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그가 그런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이 지나갔다. 출근길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물론 지나갈 때마다 풍기는 매캐한 냄새는 마치 다른 세상, 다른 아침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때마다 목욕탕으로 끌고 가서 한바탕 물을 뿌려주고픈 마음도 생기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와 눈이 마주칠까 두렵기도 하고, 인생에 이런 불유쾌한 일이 한 둘이냐 싶어, 이내 세상의 다른 행인들과 잘 섞여 지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얼마 지나자 그 매캐한 냄새도.. 2012. 6. 25.
에로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 자기배려와 철학 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오늘도 우리는 어김없이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터에 가고, 저녁에 돌아와 잔다. 아마 내일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 갈 것이 틀림없다. 여기에 별달리 덧붙일 말이 또 뭐가 있을까? 9회말 2아웃 후 뜬 볼인 양 싱거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싱거운 일도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냐’고 진지하게 묻고 다가가면, 그 순간 그것은 참 낯선 일로 보인다. 공중에 덩그러니 떠있는 볼을 사진으로 찍어 놓은 느낌이다. 저게 뭐하는 것일까 싶다. 싱거울 정도로 자명한 것이 불현듯 유령처럼 변해 버리고 만다. 그것은 아마도 밥을 먹고, 일터에 가고, 아침, 저녁으로 일어나고 잔다는 것만으로는 ‘산다는 것’의 정체를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곳.. 2012. 6. 11.
불사약과 같은 혈자리, 태연 서왕모의 거처, 태연(太淵)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해품달' 말고, '서품태'니라 동양 신화에는 서왕모(西王母)라 불리는 여신이 있다. 이름 풀이하면 서방의 여왕. 그녀가 사는 곳은 곤륜산 꼭대기에 있는 연못이다. 이 연못은 요지(瑤池)라고도 하고, 천지(天池)라고도 하고, 태연(太淵)이라고도 한다. 각각 옥구슬 연못, 하늘 연못, 크고 깊은 연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펴볼 혈자리 태연의 원류는 서왕모가 사는 연못, 태연과 이렇게 닿아 있다. 이쯤 되면 태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여신, 서왕모가 살짝 궁금해진다. 중국 고대의 지리서『산해경』에 기록된 여신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아름답고 우아한 서쪽 여왕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처럼 생겼는데 호랑이 꼬리에 표범의 이빨을 한 반인반수, 머리는 .. 2012.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