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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민68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어떻게 엄마를 구할 것인가? 어떻게 엄마를 구할 것인가? 네 머리의 피를 보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줄거리를 붙잡기가 난해하다고 하지만 중심 사건은 세 가지이다. 윗세계에서 마히토가 자신의 머리를 돌로 찧은 것, 두 번째는 아랫세계에 내려가 키리코와 함께 와라와라를 구한 것, 마지막은 그 밑의 산실에서 나츠코를 깨운 것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은 그 자체로는 개연성이 없다. 하지만 마히토의 모험 전체가 무엇을 위한 여행인지를 염두에 두면 이 사건들은 필연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마히토가 하굣길에 돌로 머리를 찧은 것은 이사를 온 그 다음날이다. 오프닝의 화재 씬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터지는 소년의 피여서 보는 관객은 누구라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소년의 머리에서 피가 꿀렁꿀렁 철철 흘러내리는 모습은 《원령.. 2023. 11. 16.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변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난 10월 25일 개봉했다. 7월 일본 개봉 이후로 명작이냐 망작이냐를 두고 전세계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지난 열 편의 미야자키 감독 작품들과 달리 대단히 압축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 작품의 디테일에 대한 보충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스스로도 자기가 잘 모르는 부분도 많이 있다고 할 정도다. 개봉 첫날 아침에 영화관을 찾았다. 정말 한 방울의 정보도 없었기에 장면 하나하나에 푸욱 빠져서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 역시 주인공 마히토의 고민과 결단, 그 주변 가족들의 행동 방식, 왜가리-남자라는 독특한 캐릭터 등 어떤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선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두.. 2023. 11. 9.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토토로, 공상의 미래에서 일상의 지금으로 토토로, 공상의 미래에서 일상의 지금으로 토토로는 낭만의 화신이 아니야 《토토로》의 인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작품이 발표된 1988년은 우리도 88올림픽으로 한껏 들떴던 때이지만 일본 역시 고도성장기였다. 당시는 도로에 갑작스럽게 외제차가 많아지고 명품 구매가 과도해지는 등 도시 문화가 사치스럽게 변했다고 한다. 89년의 한 인터뷰에서 미야자키는 이런 속물적인 일본이 너무 싫다고 토로하기도 했다(수잔 네이피어,『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둠과 빛, 미야자키 월드』, 196쪽). 그런 분위기 속에 발표된 1950년대 농촌의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은 버블 경제로 인한 정신적 공황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논밭에서 평화롭게 곡식이 익어가고, 이웃집 할머니가 아이들을 아낌없이 돌봐주고, 푹신한.. 2023. 10. 26.
[공동체, 지금만나러갑니다] <인문공간 세종>: 끝도 없는 숙제의 길 위의 세 사람 : 끝도 없는 숙제의 길 위의 세 사람 어두운 밤하늘에 환하게 빛나는 보름달과 그 보름달에 닿기 위해 언덕길을 달려 오르는 호박마차. 인문공간 세종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그림이다. 호박마차는 야심한 밤 숙제를 싣고 떠난다. 그들을 비춰주는 달님은 인문공간 세종의 오선민 선생님이다. 학인들은 실제로 오선민 선생님을 ‘달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호박마차 학인들을 만나기 위해 세종시를 찾았다. 어느 작은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고 있는데, 순식간에 세 평 남짓한 공간이 시끌벅적해졌다. 네다섯 명의 손님이 들어와 앉을 자리를 찾는 중이었다. 안 쓰는 테이블을 내어드리니 일행 중 한 분이 머쓱해하며 감사하다는 말 뒤에 한마디를 더 보탰다. “우리 좀 많이 시끄러울 텐데^^” 그 말에 고개를 다시 들.. 2023.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