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민68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물고기의 인간 되기 – 달리고 먹고 웃겨라 《벼랑 위의 포뇨》② 사건 물고기의 인간 되기 – 달리고 먹고 웃겨라 인간과 비인간 《벼랑 위의 포뇨》 핵심 사건은 물고기의 인간 되기이다. 인간과 바다 어머니 그란만마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포뇨는 호기심에 이끌려 바다 표면까지 올라온다. 자기가 보기에 육지에서 제일 높은 곳 벼랑 위에 이끌리고, 벼랑 위 작은 집에서 내려오는 한 소년에게 반한다. 여기서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어공주’ 패러디가 시작된다. 그런데 확실히 다르다. 안데르센 동화에서 인어공주는 왕자를 구하고, 그의 사랑을 얻어야만 하는 운명의 사슬에 묶여, 온갖 질투에 시달리다,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포뇨는 쇼스케에게 도움을 받고, 쇼스케를 먼저 사랑하고, 물거품으로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포뇨는 동료 인어의 질투가 .. 2024. 3. 14.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 《벼랑 위의 포뇨》 ①배경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 사라진 직선 《벼랑 위의 포뇨》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림체의 변화 때문에 초반 몇 분 동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미야자키하면 디테일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유치원 아이들 보는 교육방송처럼 간단히 형태만 살린 바다 생물이 잔뜩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들은 다 귀엽고 재미있어 보였다. 하지만 서사도 기대 밖으로 단순했다. 인간이 되고 싶은 물고기 때문에 멀쩡했던 바닷가 마을이 물에 잠겼다가 다시 원상복귀되는 이야기였다. 마녀도 안나오고 지구가 멸망할 일은 더더구나 없다. 해일이 일어난다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주인공 인어공주도 예쁘지가 않았다. 심지어 얼굴형이 평범한 네모여서 나는 그것도 충격이었다. 엽기발랄한 사랑스러움이 빠진 것이다. 4살.. 2024. 3. 7.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하울의 움직이는 성》 ①배경 《하울의 움직이는 성》움직이는 성 - 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결벽증의 온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공개되었을 때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현대의 피카소가 나타났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움직이는 성이라니? 아래는 닭다리에 몸통은 여기저기서 갖다 붙인 이런저런 건물의 부속품들, 예를 들면 다락방이라든가 발코니라든가 굴뚝이라든가 여러 외관을 가진 방을 덕지덕지 붙인 형태인데 마치 유바바처럼 큰 얼굴을 지닌 괴물 같다. 벌린 입으로 혀가 나와 있어 무거운 방들을 붙인 덕분에 걷기가 힘들 때면 헉헉거리기까지 한다. 미야자키가 ‘성’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지만 움직이는 성이라니? 솔직히 날아다니는 성보다 더 충격적이다. 미야자키는 움.. 2024. 2. 29.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치히로 – 이름이 많은 모험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③ 캐릭터 치히로 – 이름이 많은 모험가 표정이 멋진 아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장 공들인 것은 아마 치히로 표정의 변화일 것이다. 우리는 《붉은 돼지》의 썬글라스에서 시작해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애매한 얼굴들까지, 미야자키가 캐릭터의 얼굴 변화에 대단히 신경을 쓴다는 것을 보았다. 치히로 얼굴이 당당하고 침착하게 바뀌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표정이 풍부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크고 반짝이는 예쁜 눈이라든가 오똑한 코나 갸름한 볼살 같은 것, 그가 입고 두른 값나가는 것, 이보다 만들기 어려운 것이 바로 매력적인 표정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낯선 세계에 떨어져, 전에 없던 문제에 부딪혀 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 2024. 2. 22. 이전 1 ··· 3 4 5 6 7 8 9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