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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당391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무엇인가? 자기에게 빌려온 자기 현자는 또, 운명을 두려워할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현자는 자기의 노예나 재산이나 지위뿐만 아니라, 자기의 몸이나 눈과 손, 무릇 인간에게 생활을 애착하도록 만드는 모든 것, 아니, 자기 자신까지도 모두가 허락을 받아 잠시 맡겨진 것으로 헤아리고 있기 때문이며, 자기는 자신에게 빌려서 가져온 것이고, 돌려 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한숨짓거나 슬퍼하지 않고 돌려주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므로 또, 현자는 자기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 왜냐하면 자기는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 모든 것을 부지런하게, 또 용의주도하게 하겠지 - 마치 신을 우러러보며 신을 믿는 자가, 신탁 받은 재산을 지킬 때에 하는 것처럼. (「마음의 평정에 대.. 2013. 4. 17.
몸 속 화열(火熱)을 식히는 물의 계곡, 통곡(通谷) 바람 맞은 날, 통곡(通谷)하자! 지금 이 시각, 나는 침을 꽂고 글을 쓴다. 글이 얼마나 써지지 않으면 저렇게 발악을 하는가 싶겠지만 그게 아니다. 이유가 있다. 나는 화요일마다 산에 간다. 그런데 이번 주 화요일, 청명(淸明:하늘이 점차로 맑아진다는 절기. 정말?)으로부터 사흘 뒤인 4월 9일. 이것이 정녕 봄바람인가 되묻고 싶은 바람과 마주했다. 아마도 이날 밖에 나가보신 분들은 기억하시리라. 마치 ‘폭풍(暴風)’을 연상시키듯 천지를 뒤흔드는 바람. 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산을 탔다. 산정상은 바람으로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서둘러 산을 내려와 평소처럼 씻고 밥을 먹고 한숨자고 일어나자 머리를 바늘로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 쪽으로 열감이 느껴지더니 눈까.. 2013. 4. 11.
봄에 피고지는 부지런한 본초, 진통작용을 하는 현호색 아픔, 현호색과 함께 사라지다 약이 되지 않는 풀은 없다?! 옛날 옛적 깊은 산골에 약초를 공부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스승이 그에게 “이 산에서 약이 되지 않는 풀을 하나만 구해 오면 하산해도 좋다.”고 하자 그는 매우 쉬운 일이라 생각하고 풀을 구해왔지만 가지고 가는 것마다 퇴짜를 맞으며 십년이 흘렀다. 이제 그의 눈엔 약으로 쓰이지 않는 풀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낙담하여 “도저히 그런 풀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자 그 말을 들은 스승은 “이제 하산 하여라~”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어떤 풀도 그 특성을 잘 알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 일까? 약은 모자라는 기운을 돋우거나 넘치는 기운을 덜어내어 몸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몸 밖에서 취하는.. 2013. 4. 11.
무너지는 척추를 잡아주는 버팀목, 목기운을 가진 속골(束骨) 허물어진 중심에게, 속골(束骨)을! 희한한 진단법?! 내가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의 아버지는 한의사셨다. 메기수염을 길게 기르고 늘 한복을 입으셨는데, 가끔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무료로 진찰해주시곤 했다. 몸이 좋지 않아 아저씨한테 가면, 먼저 양 손목을 잡힌다. 손가락을 얹어 지그시 잡으시고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고르셨다. 침을 놓을 때는 눕힌 상태에서 배를 이리저리 눌러보기도 한다. 그렇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한의학의 진단법이다. 맥진(脈診)과 복진(腹診). 맥을 짚거나, 배를 눌러보거나, 환자의 안색을 관찰하는 것(망진). 맥과 손끝의 감각으로 균형이 무너진 곳을 찾아내는 아저씨의 기술은 실로 신기했지만, 누구든 하루아침에 그런 능력이 생길 수는 없다. 우선 맥을 짚을 촌, 관,.. 2013.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