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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곳간을 비우는 법 내 몸의 곳간을 비우는 법 『동의보감』을 읽다보면 병과 치료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토(吐), 한(汗), 하(下), 토하거나 땀을 흘리거나 설사하는 것은 병증이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 이것이 치료법이 될 수 있다. 병이 상부에 있을 때는 토하게 하고 중간에 있을 때는 땀 흘리게 하며 아래에 있을 때는 설사시킨다. 계절에 따라 이 처방을 달리하는 것도 재미있다. 봄에는 토(吐), 여름에는 한(汗), 겨울에는 하(下)가 어울린다. 병은 대개가 담음(痰飮)으로 생긴다. 담음이란 진액, 즉 몸의 수분이 졸여져서 뭉친 것인데 이것이 진액의 흐름을 막고 기혈의 순환을 막아 온갖 병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도 있다. 간질이나 두려움 등 정신질환도 담음의 일종으로 본다. .. 2019. 12. 26.
[쿠바리포트]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이 한 달의 시간에 ‘모험’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글을 다 읽고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서 무슨 모험을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아, 물론이다. 지난 한 달 간 내가 사는 아바나에서는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고, 게릴라군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일상을 모험이라고 부르련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치부하는 것들은 실제로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일상의 기본을 책임지는 디딤돌이다. 이 요소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일상은 곧바로 재난이 된다. 쿠바는 이런 소소한 재난의 천국(?)이다. 도대체가 ‘이런 게’ 내 인생을 괴롭히는 주적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때.. 2019. 12. 24.
미셸 푸코 『말과 사물』 -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얼굴처럼 사라지기를 미셸 푸코 『말과 사물』 -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얼굴처럼 사라지기를 그 유명한 『말과 사물』(미셸 푸코)의 마지막 문장이다. 한 문장이 네 줄에 걸쳐 있을 만큼 복잡하지만, 결국 요지는 하나. '배치'가 바뀌면 모든 게 바뀐다는 뜻. '인간'은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한다. 그리고 '인간'이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과 같았다고 믿고 있다. 『말과 사물』은 그러한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자각이 사실은 특정한 배치의 산물임을 밝힌다.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체로서의 '인간'은 발명(또는 발견)되었다. 굳이 말하자면, 영 유치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나는 발명(발견)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 삶에 거의 100%(는 뻥이고 구십 몇 퍼센트 쯤) 만족하기는 하지만, 가끔 '인간'으로 사는 것이 너무 .. 2019. 12. 23.
아빠의 장난, 딸의 장난 아빠의 장난, 딸의 장난 아빠는,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다. 보름만 있으면 한국 나이 마흔이 되는 이 시점에 와서도, 매일매일 장난을 친다. 딸에게도 치고, 아내에게도 치고, 자기 자신에게도 친다. 정말이지 이 아빠는 장난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나마 나이를 이만큼 먹어서 때와 장소는 가리게 되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때도 없고 장소도 없었다.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응분의 댓가 따위 결코 나에겐 오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자식이 생길 줄이야. 내 자식은 아빠만큼 장난을 친다. 괜히 와서 설거지하는 아빠의 엉덩이를 두들기거나, 화장용 붓 같은 걸 가지고 와서 간지럼을 태우거나, 소파에 누워있는 아빠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집어 넣는다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장난을 걸어온다. 며칠 전엔 크래커를 먹.. 2019.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