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3490

나쓰메 소세키 『갱부』-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갱부』 밑바닥에서 일어서는 힘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다 단 한 명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새로 살고 싶다든지, 이대로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세키의 『갱부』에 깊이 매료될 수 있다. 이유가 뭐든 간에 당신은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절망해본 사람임에 분명하다. 절망의 끝에서 나 몰라라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할까? 정면 돌파할 수 없다면 삼십육계 줄행랑도 좋은 계책이라 하지 않던가. 따져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가정주부가 ‘살림을 탕탕 뽀사 뿌리고’ 가출한들 겨우 찜질방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되돌아오듯 말이다. 대책도 없이 그냥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절박감만이 강렬하다. 『갱부』는 이런 심정에 사.. 2019. 6. 19.
아트 슈피겔만, 『쥐』-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아트 슈피겔만, 『쥐』 1.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었고 수업도 그 해의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상.봄에는 ‘학교’였다. 여름에는 ‘집’이었다. 가을에는 ‘마을’을 하고, 겨울에는 ‘세상’. 처음부터 그렇게 네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해의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익숙한 관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기에 집보다도 학교를 먼저 놓았다. 익숙하다 여길 테지만 실은 턱없이 낯설 ‘집’이 두 번째였다. 늘 거닐면서도 지각 밖에 있을 ‘마을’은 그 다음이었다. ‘세상’은 마지막이었다. 앞의 주제들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시즌을 시작할 때에도 나는 어.. 2019. 6. 18.
『낭송 논어』 디딤돌편 리뷰 - "두 마리 토끼를 쫒다" 『낭송 논어』 디딤돌편 리뷰- "두 마리 토끼를 쫒다" 내가 논어를 접한 것은 2010년초였을 것이다. 문탁네트워크가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었을 시기, 처음 열었던 고전강좌가 『논어』였다. 우응순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 당시에 나는 한자를 조금 읽을 줄 아는 정도였고, 한문으로 된 문장은 한 번도 읽어 볼 엄두를 못 내는 문외한이었다. 딸과 함께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를 읽어 내려가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렇게 나의 고전읽기는 시작됐다. 추운 계절에 열렸던 강의는 논어를 함께 읽는 세미나로 이어졌지만, 나는 그리 오래지 않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나의 고전 입문기는 끝이 났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다시 『논어』를 읽는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고전을 원문으로 공부한 지.. 2019. 6. 17.
[아이가 왔다] 공룡이 나타났다 공룡이 나타났다 여기는 중생대 백악기 어느 대륙도 아니다. 그렇다고 쥬라기 파크도 아니다. 이곳은 '삼X공룡X마파크'라는 곳으로, 몇가지 거대한 공룡 모형과 도무지 의도와 목적을 알 수 없는 로봇, 원시인, 오리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가 9천원인데(25개월 미만은 무료...였던가...) 어른의 눈으로 보자면 도대체 어째서 그 정도의 가격인지 납득이 안 간다. 말하자면 가성비가 몹시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26개월짜리의 세계관 속에서 이곳은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모험의 세계였던 듯. 신이 나서 염소, 토끼, 오리를 관람하다가, 집에도 있는 말타기 인형도 타고, 공룡이 살아 숨쉬는 대지를 이리저리,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 사실 나는 수차례 밝혔듯, 이런 곳에 다니는 걸, 아니 주말에 .. 2019.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