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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리포트] 아바나, 그 여백의 미(美) 아바나, 그 여백의 미(美) ​다시 심심한 아바나로​지난 쿠바리포트에서는 쿠바에 대한 불만을 잔뜩 터뜨렸었다. 그러나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멕시코에서 아바나로 되돌아오자 내 마음은 고요를 되찾았다. 잡생각과 감정의 기복이 없어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땡볕에 서서 1시간씩 인터넷을 쓴다. ‘아, 오늘은 그래도 인터넷 연결이 비교적으로 안정적이었네,’ ‘최소한 시스템에 에러가 나서 내 인터넷 충전시간을 까먹지는 않았네’ 라고 감사하면서 말이다. 불평해봤자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머리뿐만 아니라 온 마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마음이라는 게 마치 흙탕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맑아 보이지만, 바람이나 지진 같은 계기가 외부에서 찾아오면 맨 밑에 가라 앉아있던 침전물(불만, 욕망, 감정, .. 2019. 6. 25.
김애령, 『은유의 도서관』 - 동일한 것도, 다른 것도 아닌 것 김애령, 『은유의 도서관』 - 동일한 것도, 다른 것도 아닌 것 은유'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로 다른 것들을 다르게 둔 채로 연결짓는 이 행위야 말로 인간적 삶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한다. '통합'과 '소통'이 이데올로기로 작동할 때마다 나는 항상 '은유'를 떠올린다. 우리 사회가 '상상력'과 같은 특정한 미적 감각이 결여된 사회라고 할 때, 그것은 무엇보다 이러한 '은유'의 감각이 결여된 채로 있다는 것과 같다. "은유 안에서는 '동일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작용한다." 은유의 도서관 - 김애령 지음/그린비 2019. 6. 24.
[아기가 왔다] 표정이 늘어간다 표정이 늘어간다 아기들의 얼굴은 정말 단순하다. 태어나서 초기에는 우는 얼굴, 그냥 얼굴, 웃는 얼굴 정도 밖에 없다. 그러다가 점점 크게 웃기, 작게 웃기, 데굴거리며 웃기 같은 식으로 표정들이 점점 분화된다. 그런 중에도 재미있는 것은 이른바 '인상 쓴다'고 할 때의 그 '인상' 그러니까 얼굴을 찡그리며 못마땅해하는 표정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딸의 경우도 최근(24개월 이후)에 와서야 인상을 쓰게 되었다. 물론 못마땅해서 짓는, 진짜 표정이 아니다. 그냥 어딘가에서 보고 따라한다. 요즘 우리 딸은 다양한 감정들을 연습하고 있는데, 확실히 감정이 다양해지는 것이 맞춰 표정들도 다양해진다. 조만간 진짜로 인상을 쓰는 날이 오겠지. 그때 아빠는 어째야 하나. (아빠처럼) 너무 자주 그러지는 말거라. 2019. 6. 21.
[슬기로운복학생활] 마이 "리얼real"트립 마이 "리얼real"트립 모름지기 여행이라는 것은 기껏 휴학씩이나 해서 여행한다는 곳이 겨우 유럽이라고? 학과 공부도 안 맞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 녀석의 결심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돈쓰고 놀러간다고 하면 이해하겠는데, 굳이 없는 돈 모아서 유럽여행을 간다니. 그것도 ‘나 이제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려 해’라는 표정으로. 마치 ‘대학생이라면 꼭 해야 할 것들 20가지’ 같은 자기계발서에 나올법한 뻔한 여행을, 대단한 모험 마냥 여기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대학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다보면 익숙한 배경이 눈에 띈다. 에펠탑 야경, 런던아이, 오사카의 뜀박질 전광판(Glico Man) 등 랜드마크를 배경사진으로 해놓고, 그 아래서 뒤돌아서 브이를 한다거나, 허공을 올려다보.. 2019.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