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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리포트] 없음이 다름이 되는 법 없음이 다름이 되는 법 데자뷰 좀비가 된 딸 덕분에 어머니는 관광객이 아닌 생활인 모드로 아바나를 경험했다. 열대의 열기로 채색된 아바나 비에하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는 대신, 조용한 주거지에서 집과 시장만 왔다갔다하셨다. 시가와 럼을 기념품으로 사는 대신에 시장에서 씨가 마른 소고기와 해산물의 행방을 쫓으셨다. 이 와중에 우리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오고 간 대화는 다음과 같다. “여기는 이런 것도 없니?”“응. 여기는 원래 이래.” 소름이 돋았다. 데자뷰 같은 문답이다. 어머니의 질문은 내가 처음에 쿠바에 왔을 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었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은, 텅 비어 있는 마켓 진열대가 이해되지 않았다. 골목 가득히 양파와 고구마만 꺼내놓은 재래시장의 풍경은 내 눈을 의심하게 했다. 물건.. 2021. 1. 26.
2021년 신축년은 철학과 함께~! 2021년 신축년은 철학과 함께~! 새해가 벌써 3주나 지났지만, 아직 신축년은 오지 않았습니다.진정한 새해는 입춘부터라는 걸 북드라망 독자님들이라면 다 아실 텐데요,신축년을 맞이하여 새해에 작심하기 딱 좋은 '철학공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 그리스로마 철학, 스피노자, 니체, 푸코를 만나시려면 혜화동에 자리한 '고전비평공간 규문'에서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입문자들을 위한코스가 각각 토요일과 일요일에 준비되어 있는데요, 서양철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매주 일요일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스피노자, 니체, 푸코의 철학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소개글 : 철학은 우리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철학자들이 자신이 놓인 구체적인 조건들 속에서던진 뜨거운 물음들은 상식적 전제들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2021. 1. 25.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4) 『노자』의 판본_2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4) 『노자』의 판본_2 (이전 글 보기) 앞에서 세 종류의 판본을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노자』의 판본을 얘기하려면 다음에 설명할 두 판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논의 편의상 왕필본을 중심에 두었는데 백서본과 죽간본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앞의 주석본을 판본으로 간주한 것이지 이 두 판본이 아니었다면 노자의 판본을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고고학의 중요한 성과인 두 판본이 발굴되면서 현재 통용되는 텍스트들을 ‘판본’으로 보는 관점이 성립했다는 말이다. (세번째로 언급한 상이본도 고고학상의 발굴로 이 부류에 넣어야 온당할 것이다.) ④ 백서본(帛書本) 백서노자(帛書老子)라고도 불린다. 1973년 중국 후난성(湖南省) 장사(長沙)부근 마왕퇴(馬王堆)라는 곳.. 2021. 1. 22.
[공동체가양생이다]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에코n 양생실험실 인문약방(링크)에서 활동하는 기린님의 새연재 '공동체가 양생이다'를 시작합니다. '공동체'를 만나 인생이 바뀐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운영자인 저는 너무 재미있게 읽은 글들입니다. 기대해 주셔요!!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 2021.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