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493 [나의 은퇴 이야기] 설레는 낯섦의 세계로 설레는 낯섦의 세계로 수니(고전비평공간 규문) 때를 맞이하다나는 2024년 6월 말에 직장에서 퇴직했다. 퇴직 전부터 규문 크크랩에서 그림, 사진, 영화 등 예술 관련 공부를 3년째 하고 있다. 화가 반 고흐의 그림에 대한 작가론이나 파졸리니 감독의 영화 비평을 쓰는 경험들은 어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이런 기쁨이 공부를 이어오게 한 게 아닐까 싶다. 퇴직 전까지는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아침과 저녁, 주말 시간에 공부를 해 왔다. 바쁘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어느 순간 ‘정년 퇴직’ 시기가 코 앞에 와 있었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연령인 만 60세가 되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손꼽아 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을 보낸 직.. 2025. 4. 14. [청년 사기를 만나다] 역사, 천 개의 길을 품은 대지 역사, 천 개의 길을 품은 대지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 순수한 것은 없다 나는 역사를 공부한다. 되도록이면 또래들과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내 또래들에게 역사는 그렇게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다. 왜 그럴까? 사실 나 또한 ‘역사’에 시큰둥했다. 돌이켜 보면, 무조건 암기해야 된다,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고리타분하다 등등의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유명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에 대해서도 유통기한이 지난 민족주의적 발언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때는 이미 어떤 ‘역사’가 전제돼 있다. 청년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할 때의 ‘역사’란 일반적으로 ‘한국의 역사’이고, ‘우리 민족의 역사’다. 학교에서 공부한 역사는 .. 2025. 4. 11. [기린의 걷다보면] 계속 걷다 계속 걷다 1. 걷기의 장면들 5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걷기로 먹은 마음을 접기는 싫었다. 어디로 걸을까 하다 성남에 사는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에게 전해 줄 물건을 담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가늘게 내리는 비는 죽전을 지나 성남으로 이어지는 탄천으로 접어들었을 때도 멈추지 않았다. 친구의 집을 절반 쯤 남긴 이매교를 지나서부터는 점점 더 굵어졌다. 모란을 지날 때는 비옷 안으로 물이 들이쳐 옷이 젖고 넘치는 탄천의 물로 신발은 물로 가득 찼다. 더 이상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그저 물길을 첨벙첨벙 걸어서 친구 집 앞에 도착해 전화를 했다. 친구는 집에 없었다.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는 친구에게 괜찮다고 대답했다. 빗속을 네 시간, .. 2025. 4. 10. [돼지만나러갑니다] 퀴어 동물의 섹스, 그리고 돌봄 퀴어 동물의 섹스, 그리고 돌봄- 하마노 지히로,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연립서가 경덕(문탁 네트워크)도나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그녀의 여성 반려견 미즈 카옌 페퍼와의 교감 장면을 다음과 같이 쓴다. “미즈 카옌 페퍼가 내 세포를 몽땅 식민화하고 있다. 이는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가 말하는 공생발생의 분명한 사례다. DNA 검사를 해보면 우리 둘 사이에 감염이 이루어졌다는 유력한 증거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한다. 카옌의 침에는 당연히 바이러스 벡터가 있었을 것이다. 카옌이 거침 없이 들이미는 혓바닥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 우리는 서로를 살 속에 만들어 넣는다. 서로 너무 다르면서도 그렇기에 소중한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저분한 발달성 감염을 살로 표현한다. .. 2025. 4. 9. 이전 1 ··· 3 4 5 6 7 8 9 ··· 87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