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연재 ▽796

해완's 뉴욕타임즈 마지막 이야기 - 가장 치열한 인류학의 현장, 뉴욕 뉴욕, 인류학의 도시 1935년, 레비스트로스는 문화 현장 조사를 위해 브라질 열대우림으로 떠난다. 인류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책 〈슬픈 열대〉가 잉태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인류학 연구는 파죽지세로 진척되었고, 레비스트로스가 몸소 남긴 강렬한 이미지는 그대로 남았다. 일명, 오지로 떠나라! 였다. 인류의 다양성과 타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라는 사명을 띤 채 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로, 남미로, 호주로, 더 멀리 또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지금 여기, 인류학의 현장 그러나 왜 문명화가 ‘덜 된’ 장소만이 인류학적 가치를 지닌단 말인가? 갈취의 대상이든 탐구의 대상이든 간에 왜 타자는 언제나 ‘비서구권’으로 정의되어야 할까? 이것이 바로 내가 문화인류학 입문 수업을 통해 배우게 된 질문이다. 아니, 교수.. 2015. 10. 30.
정신에 '약'이 되는 음악, 데이빗 보위 〈I'm Deranged〉 David Bowie의 《Outside》 앨범 수록곡 〈I'm Deranged〉 1995년 내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LA 대학에 1년간 머무르며 Ethnomusicology(민족음악학)를 중심으로 여러 음악 강의를 자유롭게 청강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었다. 돌이켜보면 학교 굥부보다는 캘리포니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접했던 음악과 영화들이 지금까지 유익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그 당시 어느 여름밤이 또렷히 기억난다. LA 다운타운을 지나다가 한 장의 영화 포스터에 눈길이 사로잡혔다. 평소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새 영화 "Lost Highway"(1996)의 포스터였다. 인적 없는 도로를 미친 듯 질주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노란 차선 변경선 위를 질주하는.. 2015. 10. 23.
필경사 바틀비, 시스템에 균열의 씨앗을 심다 장치와 생명체, 그 균열과 연결의 이중주 (1) 『필경사 바틀비』는 『모비딕』의 작가로 더 알려진 허먼 멜빌의 단편소설이다. 1851년 출간된 『모비딕』과 후속작들이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출판사에 화재가 나서 그의 모든 작품이 불타 버렸다. 멜빌은 절박한 마음으로 『필경사 바틀비』를 쓰기 시작한다. 시련은 자신이 서 있는 지반을 한 걸음 물러서서 보게 한다. 세상에 던져져 있지만 큰 벽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 『필경사 바틀비』는 그러한 단절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의 월가(Wall Street)는 실제로 큰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원주민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세워진 이 벽이 월가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바틀비의 책상이 있는 창가도 오래된 벽.. 2015. 10. 21.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영원한 이십대의 망명지,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장밋빛 인생」 中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비가 2 : 붉은 달」 中 십대 때는 마흔이 넘은 나를 상상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뭔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은 길어야 10년 뒤쯤인 듯하다. 아무튼 십대 때는 마흔도 너무 오래 산 나이처럼 느껴진다. 노인의 모습을 한 뒤에 죽지 말고, 젊었을 때 죽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도 곧잘 한다. 십대 후반의 나는 이십대 길어야 삼십대 초반에 죽은 문인 및 예술가들을 동경하며 서른이 넘어 사는 삶은 끔찍할 거라 생각했다. 스물여덟에 죽은 윤동주, 스물일곱에 죽은 이상은 너무.. 2015.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