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다니카와 슌타로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가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시들의 모음, 『이십억 광년의 고독』 일본의 “국민시인”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郞, 1931~ )의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의 옮긴이 해설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그의 시의 결말은 이렇게 인생을 유쾌하게 표현하곤 한다.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들이 읽어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으나, 읽는 이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단지 신선함이 아니다. 괴테가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가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가 좋은 시”라고 했듯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에는 동요와 철학과 인생이 있다. [김응교, 「옮긴이 해설: 하늘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 2015. 9. 9. "나를 써준 군주를 생각해 절대 개죽음 당할 수 없소!" 연나라의 악의 "주군을 위해 명예롭게 살리라!" 애끓는 연서의 주인공 악의(樂毅) 사마천은 「연소공세가」에서 연나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나라는 밖으로는 만맥(蠻貊:중국 화하족華夏族 이외의 부족) 등 여러 종족들과 대항하고 안으로는 제(齊)나라와 진(晉)나라에 대항하면서 강국 사이에 끼어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느라 국력이 가강 약하였고, 거의 멸망 직전에 이른 경우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연나라는 지금의 북경과 하북성 지역에 위치한, 춘추전국시대 최북방의 나라였다. 늘 북쪽 오랑캐에 시달리고 강국 진나라와 제나라에 이리저리 채이면서 전쟁의 시대에 어찌어찌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남았으나, 춘추전국시대 제후국들의 연표인 「십이제후연표」와 「육국연표」에서 늘 빈 칸이었던, 그야말로 유야무야한 나라였다. 그런 연.. 2015. 9. 8. 소건중탕, 음양이 모두 부족할때는 단맛이 나는 약이 필요해! 열고, 먹고, 살아가라(Open, Eat, Live!) - 소건중탕의 미학(味學) 앤은 한 빵집에서 아들 스코티의 생일 케이크를 예약했으나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경황이 없었다. 케이크를 찾으러 가기로 한 생일날 스코티가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했지만 스코티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며칠 만에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스코티의 생일 날 부터 빵집주인이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예약한 케이크를 가져가라는 전화였다. 그러나 케이크를 예약한 사실을 알지도 못하는 남편 하워드는 물론이고 황망해 하고 있던 앤도 밤낮으로 전화해대는 이 사람이 빵집 주인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빵집 주인은 집요했다. 새벽 5시에도 전화를 걸었다. 부부는 이 자가 스코티.. 2015. 9. 2. ‘서울’ 대학가 익명시 모음 『슬픈 우리 젊은 날』 대학생활을 ‘상상’하게 했던 대학가 익명시 모음, 『슬픈 우리 젊은 날』 집에서 첫째인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가끔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려운 숙제를 도움받아 해오는 걸 볼 때도 부럽긴 했으나 그보다는 있어 보이는(?) 팝 음악도 많이 알고, 뭔가 수준 높아 보이는 책들도 읽고 하는 것이 더 부러웠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이렇다더라, 하는 정보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뭐랄까 하나하나 내 힘으로 내가 겪으며 깨쳐 가야 하는 고단함에 비해 손쉬워 보이기도 했고 더 유리해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인터넷이 없던 시절, 정보는 오롯이 지근거리의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는데, 나에겐 정보를 얻을 곳이 참 없었다(언니 오빠는 고사하고 나이 차가 얼마 안 나는 삼촌이나 이모, 고모도 없었고, 가까운.. 2015. 8. 31. 이전 1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