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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진정한 '세계문명화'를 위한 노력 : 뉴욕과 에드워드 사이드 (2)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문화를 위하여 (2): 뉴욕과 에드워드 사이드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 재인용, 에드워드 사이드, 박홍규 역, 『오리엔탈리즘』, 교보문고, 2012년, 445쪽 이 아포리즘을 읽으면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아쉬움 없이 고향을 등지는 방랑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노라고 선언하는 결연한 표정. 이 사람은 고향과 무슨 척이라도 지은 걸까? 아니다. 그는 지금 고향 땅이 아니라 고향이라는 표상이 제공하는 “감미로움”을 거절한다. 현재가 살기 팍팍하고 이해하기 힘들수록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고향은 익숙한 과거를 붙.. 2016. 5. 27.
김부식에게 한민족은 없었다! - 1 〈‘한민족’이 아니라 ‘삼국’이 있었네!〉 1탄 삼국, 다른 기원/다른 천하 『삼국사기』라는 역사책으로 진입해보자. 『삼국사기』는 중국의 역사책인 『사기』의 양식을 모방한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는 황제의 일과 행위를 다룬 본기(本紀), 제후의 일과 행위를 다룬 세가(世家), 기억할 만한 개인들의 행위를 기술한 열전(列傳), 왕력을 연표로 정리한 표(表), 문물·제도·법령을 논술한 서(序)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독창적 역사 양식이 창조된 이래, 동아시아 역사책들은 기전체라 불리게 된 이 양식을 전범으로 삼게 된다. 김부식도 『사기』의 양식에 의거하여 본기·열전·연표·잡지(雜志)의 체제로 역사를 구성한다. 중요한 것은 김부식이 신라·고구려·백제 삼국을 각각 천자의 나라, 즉 독립된 제국으로 보았다는 점이.. 2016. 5. 24.
나의 고전분투기,『중용』을 시작하며 『중용(中庸)』은 어떤 책인가? '중용'이라는 말의 일상적인 용법은 '치우치지 않음'의 의미로 쓰인다. 이 용법의 근거는 12세기 북송시대의 정자의 “중(中)이라는 것은 치우치지 않음[不偏 불편]을 말한다.”라는 주석이다.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대개는 중간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곤 한다. 이때 중간이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함이나, 중립을 가장한 책임회피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용법은 『중용(中庸)』이라는 텍스트가 의미하는 중용의 의미를 심히 오해하는 것이다. 정자(程子)가 말하는 '치우치지 않음[不偏]'은 중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자(朱子)는 '치우침이 없고, 과함이 없고, 모자람이 없는 것[不偏不依 無過不及 불편불의 무과물급]'이라고 보다 상세한 주석을 덧붙이는.. 2016. 5. 19.
[약선생의 도서관]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걷기, 증여의 마음을 연습하다 프레데리크 그로,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오랜만에 고향인 제주에 갔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옛 담임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좀 일찍 도착한 나는 남은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제주 시내를 무작정 걸었다. 제주라면 자연경관부터 떠올리는 이들은 언뜻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나에겐 시내 골목골목이 더 강렬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제주도도 역시 사람 사는 마을인 것이다. ‘사람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 나면 제주로 보낸다’는 말은 그래서 무책임하다. 관덕정에서 동문시장까지 이곳저곳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먹어대던 낡은 자장면 집, 술 취한 내가 기대어 토악질 해대던 옛 술집의 담벼락, 그리고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면 몰래 숨어 들어간 .. 2016.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