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정희성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나 자신의 해방을 위해 가는 여정 ― 정희성 1978년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1991년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그리고 정희성 2001년 시집 『詩를 찾아서』 한밤에 일어나 얼음을 끈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보라, 얼음 밑에서 어떻게 물고기가 숨쉬고 있는가 나는 물고기가 눈을 감을 줄 모르는 것이 무섭다 증오에 대해서 나도 알 만큼은 안다 (……)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얼음을 꺼야 한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나는 자유를 위해 증오할 것을 증오한다 ― 정희성, 「이 곳에 살기 위하여」 부분, 『저문 강에 삽을 씻고』, 24쪽 “불의의 시대에 맞서는 힘은 증오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 나의 언어는 부드러움을 잃고 점차 공격적인 것으로 변해갔다... 2016. 5. 16. 김부식, 역사는 고증 가능해야 한다 vs 일연, 허탄한 이야기도 역사다 역사가 김부식 : 일연과의 대결 김부식, 역사는 고증 가능해야 한다 고려시대에 편찬된 삼국의 역사서를 말하려면,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를 비교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나는 정사요 하나는 야사, 김부식은 유학자요 일연은 불승, 하나는 문헌 조사를 중심으로 하나는 현지조사를 중심으로 기술되었다는 점에서 두 역사책은 대칭을 이룬다. 이 때문에 『삼국사기』를 읽으면 『삼국유사』가 궁금해지고, 『삼국유사』를 읽으면 『삼국사기』가 궁금해진다. 우리에게 삼국 역사를 알려준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에서 삼국의 역사에 관한한 이 두 권밖에는 전해지는 역사책이 없다는 점에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부식의 역사의.. 2016. 5. 10. [약선생의 도서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향한 두 시선, 알튀세르와 푸코 경계인의 해방감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새벽 출근 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들어가 샤워를 할 때면 거울에 비친 내 몸을 익숙한 듯 찬찬히 뜯어보게 된다. 얼굴에 주름이 좀 생기긴 했지만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옆구리까지 흘러넘친 뱃살이 볼수록 끔찍하다. 이제는 도무지 저 놈들을 걷어내질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좀 서글픈 느낌이 솟아나기도 한다. 저 늘어진 살덩이가 방구석에 틀어박혀 이제는 하찮아진 나의 생명을 끔찍하게 보여주는 듯해서다. 언젠가 오십 살이 가까워가는 내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먼저 차변(借邊)쪽 자산(資産). 평범하지만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직장은 내게 과분하다. 이걸로 네 식구를 먹여 살렸으니 저평가할 수는 없다. 더구나 승진도 늦지 않게 해 왔으니, .. 2016. 5. 3. 문화의 추방자이자 이민자, 에드워드 사이드와 뉴욕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문화를 위하여 (1): 뉴욕과 에드워드 사이드 논쟁하기 좋아하는 싸움닭. 이것은 ‘뉴요커’에게 붙은 무수한 딱지 중 하나다. 뉴욕에서 직접 살아보니 이 이미지의 유래를 알 것 같다. 여기서는 논쟁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논쟁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뉴욕이 그토록 광고해대는 (그 놈의!) 다양성 때문이다. 다양한 인간들이 좁아터진 섬에 모여 살다보면 서로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 잘난척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난다. 무지 자체는 괜찮다. 문제는 무지를 고집할 때다. 바로 그때 무지를 깨뜨리려는 자와 무지를 고수하려는 자 사이에 논쟁이 시작된다. 쿨하지 못해 미안한 이름, 문화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에 살 때는 과열된 애국심이나 유치한 반일 감정에 거리를 두며 나름 ‘쿨녀.. 2016. 4. 29. 이전 1 ··· 125 126 127 128 129 130 131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