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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2)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2) 증오하면서 의존하는 나는 누군가에게 화를 내본 적이 거의 없다. 나는 늘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비쳤다. 그런 나에게도 마음껏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180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소심하게 앉아 수업을 듣던 학생에서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으며 짜증을 쏟아내는 분노의 화신으로! 이처럼 바깥에서는 온순한 양으로 지내면서, 집에서는 무서운 헐크로 변신하는 청년들이 요즘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청년들을 일컬어 ‘방구석 여포’라는 말이 나왔을 지경이다. 그와 동시에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님께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 2019. 8. 20.
마트만한 곳이 없다? 마트만한 곳이 없다? 우리 동네는, 옛날 말로 '신도시' 요즘 말로는 '뉴타운'이다. 이런 동네에는 어김없이 대형 마트가 있다. 그리고 그곳은 틀림없이 유, 아동 친화적이다. 볼거리도 많고, 놀거리도 많다. 그래서 평일 낮시간에 가보면 어른 반만한 아동들, 어른 반에반만한 아기들이 한가득이다. 마치 거대한 키즈까페(정작 진짜 키즈까페엔 가본 적이 없다) 같다. 우리 딸도 그곳을 채우고 있는 유, 아동 중 하나인데, 부모 된 입장에서 이만한 곳이 또 없다. 시끄럽다고 눈총 받을 일도 없고, 바닥에 털썩털썩 앉아도 딱히 신경쓰이질 않는다. 왜냐하면 워낙 애들이 많기 때문에 그 정도 일탈은 눈에 띄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매사가 이런 식이다. 이대로 하면 안 되는데,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데 .. 2019. 8. 16.
『안티 오이디푸스』- 우리 모두가 파시스트였다! 우리 모두가 파시스트였다! 작년 추석 연휴기간 벌어진 사건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 고성과 폭언으로 동네 개들마저 따라 짖을 정도로 우리 부부는 흥분해 있었다. 감이당 공부를 그만두라는 남편의 일방적 통보에 나는 치솟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실례합니다.” 예기치 않은 경찰의 방문에 부부싸움은 자동 종결됐지만, 나와 남편은 큰 충격을 받았다. 평소 아빠의 폭언에 불만을 품었던 딸이 용단을 내린 것이었다. 놀랍게도 우리 부부는 그날 이후 폭언을 딱 끊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가족의 지반’에 의심을 품게 됐다. ‘아빠-엄마-나’라는 가족삼각형 안에서 나는 지극히 모범적인 아내, 엄마로 살아왔다. 남편은 또 어떤가. 성실하고 가족밖에 모르는 가장이다. 하지만 그는 전제군주였다. 남편이 .. 2019. 8. 12.
[아기가왔다] 아이에겐 자연이 잘 어울린다 아이에겐 자연이 잘 어울린다 나는 마케팅 용어로 사용 되는 '자연주의', '천연' 같은 말들을 싫어한다. 아니, 그걸 넘어서 혐오한다. 인간을 포함해 자연스럽게 태어난 모든 걸 망쳐 놓고선 먹고 마시고 바르는 것들은 '안전한' 자연적인 걸 쓰겠다는 그 뻔뻔스러움에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아서다. 아이에게도 자연적인 것만 골라 입힌다거나 먹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입히고 먹이는 편이다. 그래서 전혀 의식을 못했다. 아이가 얼마나 자연적인지, 비-인간적인지 말이다. 이번주 초에는 강원도 함백, 고미숙 선생님의 고향 마을에 다녀왔다.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산골이었다. 몇걸음만 가면 흙을 밟을수 있고, 그렇게 몇결음만 가면 물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 2019.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