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약선생의 도서관40 중국이 부르주아 경제를 다루다 원톄쥔 『백년의 급진』 중국이 부르주아 경제를 다루다원톄쥔 『백년의 급진』 무슨 일을 할 때면 언제나 시작부터 모순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언가 새로운 공부를 하려면, 새로운 공부보다 더 많은 기초공부가 먼저 필요하다. 이를테면 미적분학을 공부하려면 방정식, 기하학 등 일반 수학에 능통해야 한다. 그것을 공부하다 미적분학은 구경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려면, 돈을 들여 집을 구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기초공부도, 집을 구할 자본도 없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지연되고, 다시 고민에 빠진다. 경제개발이라는 사태에 직면한 개발도상국들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개발도상국들은 서구국가들의 강력한 군사력과 만나고, 여지없이 그들의 힘에 매혹된다. 그리고 그 힘의 배후에 언제나 틀림.. 2017. 6. 13. 『손자병법』 - 마음을 움직이는 자 『손자병법』 - 마음을 움직이는 자 영화 《매트릭스》에서 토마스 앤더슨이 빨간 약을 삼키고 난 후, 물컹물컹해진 거울에 이끌려 그것에 손을 댄다. 그러자 거울이 액체로 변해서 그의 팔을 타고 흘러 올라온다. 아마 앤더슨이 보던 것들이 보던 그대로가 아니라는 뜻일 게다. 이내 그 다음 장면에서 앤더슨은 “토끼 구멍”으로 쑥 빠져 들어가는데, 바로 그 순간 앤더슨은 유선형 용기 안에 담겨 있는 자신의 진실과 대면한다. 알몸인 채로 환상에서 깬 것이다. 그는 현실이 우리가 아는 그 현실이 아니고, 컴퓨터가 만들어낸 꿈의 세계라는 ‘진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영화는 묘하다. ‘진실’을 찾았고, 더 이상 새로운 진실을 찾아 나서야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앤더슨 일행은 끊임없이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와 싸운다. 이.. 2017. 5. 16. 조르조 아감벤, 『왕국과 영광』- 텅 빈 것들의 합창 텅 빈 것들의 합창 - 조르조 아감벤, 『왕국과 영광』 다른 사람들과 사물들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쩌면 현대에 와서 골격이 잡힌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같은 학문들은 모조리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들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그 관계들을 의도에 맞게 조정하고 바꾸어 나감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그 학문들의 핵심적인 목표인 것이다. 경영학이란 회사의 이익에 맞게끔 직원들과 생산요소들을 잘 연결시키고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경제학이 국민소득을 극대화시키도록 경제참여자들로 하여금 소비와 투자와 정부지출을 적정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런 시선으로 사태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 2017. 4. 25. 얀 아스만, 『이집트인 모세』 - 유일신과 다신교 얀 아스만, 『이집트인 모세』 - 유일신과 다신교 어떤 것이 다른 어떤 것과 어쩐지 다르지 않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동의보감』에서 “인체는 한 나라와 같다[人身猶一國]”이라는 문장을 보았을 때, 나는 이런 문장들이 비유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가 그런 비유들을 이용하리라고 짐작하기 보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사실’이지 않을까라고 한동안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냥 ‘유사성’이라고만 뭉뚱그려서 말하기에는 우리 주변에 그런 일은 굉장히 많은 것이다. 다르다는 것, 그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철학자들도 나처럼 어리숙하지 않게 이런 문제를 중요한 주제로 고민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구조’라든가, ‘형식’이라는 개념은 이런 느낌을 구체화해서 탐구한 용어들임이.. 2017. 3. 28. 이전 1 2 3 4 5 6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