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약선생의 도서관40 데이비드 그레이버 『가능성들』 새로운 물신, 혁명의 순간 데이비드 그레이버 『가능성들』새로운 물신, 혁명의 순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마지막 "나귀의 축제" 장면은 볼수록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아주 장엄하다. 신이 죽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서도 우중(愚衆)들은 나귀를 대상으로 다시 경건하게 신앙을 찾아 나선다. 특히 지체 높은 경배자들이 연도를 하자 그때마다 나귀가 마치 신의 목소리인양 “이-아” 하고 화답하는 장면은 교회 미사와 오버랩되어 무척이나 현대적이며 영화적이다. 이 장면은 제 발로 거렁뱅이가 된 자, 그리고 차라투스트라와 그림자가 쫒고 쫒기는 장면과 함께 이 책에서 가장 연극적이고 영화적인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 다 자기 이외의 것, 자기 자신을 구속하고 마는 것에 자기를 의탁하는 피로한 자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주.. 2017. 8. 8. 왕양명의 『전습록』 - 양지, 내 마음의 온당쾌락처 왕양명의 『전습록』 - 양지, 내 마음의 온당쾌락처 중국 명나라 왕가에는 환관이 끊이지 않았다. 왕양명(王陽明)이 삼수 끝에 들어간 조정에도 곧 어린 황제가 들어서고, 환관들이 그 틈을 타 어김없이 날뛰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유근(劉瑾). 그는 뇌물의 액수에 따라 마음대로 인사를 결정했다. 당연히 간관(諫官, 군주의 과실을 직언하여 바로잡는 관리)들이 상소문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상소가 받아들여지기는커녕 바로 투옥되고 만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열혈강호 양명, 가만있을 리 없다. 간언이 직무인 간관들을 투옥한 것은 지나친 일이며, 인심(人心)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상소를 했다. 그러나 통할 리 없었다. 오히려 유근에게 미움을 받고 양명도 곧 투옥되고 만다. 더군다나 ‘정장(.. 2017. 7. 25. 루이 알튀세르 『마르크스를 위하여』- 잊어야하는 것으로부터 배우기 잊어야하는 것으로부터 배우기루이 알튀세르 『마르크스를 위하여』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나 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면 으레 남들은 어떻게 그것을 도입했는지를 살피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서 제도나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내용을 잘 살펴보고 우리 회사에 맞게 고치는 것은 실무자로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따르다 발생할 시행착오를 줄이고, 모범이랄 수 있는 것을 어찌어찌 잘 바꾸어 본다면 혹시 경쟁자보다 더 잘 세팅할 수도 있을 것이기에 그런 작업 자체가 회사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아직 정착되지 않은 일이거나, 혹시라도 국내 첫 시도이기라도 하다면 “선진사례 벤치마크(Benchmark)”라는 이름으로 해외 유수 기업들의 사례를 조사하는 것은 필수를 넘어 필사적인 일이 된다. 그.. 2017. 7. 11. 읽기의 역량이 우주를 만든다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 읽기의 역량이 우주를 만든다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 영화 《컨택트》는 언어에 대한 성찰이 듬뿍 담긴 이야기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평하고 간혹 ‘영원회귀의 영화’라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감독이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영화 내내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 루이스는 언어학자이다. 또한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heptapod)가 사용하는 언어가 화면 전체에 표기될 때면 영화를 보는 내내 언어는 물질이라는 느낌이 강렬해져서, 내 신체 안에 거주하는 언어는 어떤 질감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물음마저 스스로 던지게 된다. 특히 내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외계 생명체들이 언어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매개체이다. 그들은 공간에다 뿌리는 방식으로 언어를 표현한다. 다시.. 2017. 6. 27. 이전 1 2 3 4 5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