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약선생의 도서관40 들뢰즈·가타리, 『천개의 고원』- 새로운 도주선, 새로운 철학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천개의 고원』새로운 도주선, 새로운 철학 들뢰즈는 자신의 미시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절편성(Segmentar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일상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절편성”을 말 그대로 해석해 본다면 “조각조각 잘려있음”을 지칭하는 것이다. 구분 없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든 하나하나 식별되도록 쪼개져 있을 때 그 조각들을 절편이라고 하고, 그렇게 조각조작 나뉘어져 있는 생김새를 절편성이라고 한다. 일상적인 용어로 대체해 본다면, ‘나뉨’, ‘구획되어짐’이라고 옮겨 볼 수도 있겠다. 즉 절편성은 구간으로 나누어짐을 말한다. 원래 이 용어는 원시사회를 논의하기 위해 인류학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이었다. 그들은 원시사회가 고정된 중앙 국가도 없었고, 그.. 2017. 3. 14. 영원회귀는 두 번 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영원회귀는 두 번 뛴다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의 집안은 전통적인 루터교 가정이었다. 니체의 선조들은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독일로 도망친 프로테스탄트들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니체의 선조와 가족들은 한 지역에 정착해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니체가 훗날 “프로테스탄트 목사가 독일 철학의 아버지”라고 했던 것은 자신의 집안 내력으로부터 유래한 주장인 셈이다. 물론 목사인 아버지가 서른여섯 살(니체의 나이 네 살)에 요절하면서 위기가 찾아오지만, 다행히도(?) 외할아버지인 욀러 목사의 영향 속에서 그 전통은 어린 니체에게 계속 이어진다. 열 네 살의 어린 니체가 아침 4시에 일어나고 저녁 9시에 정확히 취침하는 포르타 기숙학교의 생활을 견뎌낸 것도 이런 전통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7. 2. 28.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와 『지식의 고고학』 나는 다른 행성에서 왔다!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와 『지식의 고고학』 미셸 푸코의 삶을 읽다보면, 다이내믹하게 변해가는 그의 사유들 때문에 크게 놀라게 된다. 특히 『감시와 처벌』(1975) 이후 7년간의 침묵 속에 이루어진 변화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이루어진 그의 탐구를 이해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 기간 동안 푸코의 시선이 머문 대상이 다소는 엉뚱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현대’라는 시대를 밝혀내기 위해서 언제나 그가 ‘역사’를 천착해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 7년 동안 그가 헤맨 시간대가 그리스·로마 시대인 점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의 전 저작을 통틀어 그가 그리스·로마 시대를 중심에 두고 연구를 진행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혹자.. 2017. 1. 31.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들 - 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들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시경』의 「북산(北山)」이라는 시에 “넓은 하늘 밑은 임금님 땅 아닌 곳 없으며, 바다 안 땅 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임금님 신하이거늘” “溥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이라는 구절이 있다. 은대(殷代)까지는 땅 위의 왕들이 그들보다 높은 절대자로 상정된 제(帝, 대왕)의 명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한다는 관념이 확고했다. 그러나 『시경』의 저 문구처럼 주나라가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땅 위의 어떤 임금’이 다른 모든 것을 다스리는 천하가 되자, 상황이 약간 애매해졌다. 절대자인 제(帝)가 땅위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임금 위에 누군가 진정한 통치자가 있어야하는데, 땅 위의 임금 따위가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2017. 1. 17.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