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13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기쁨이어라, 삶이여, 죽음이여! 기쁨이어라, 삶이여, 죽음이여! 죽음 충동과 마주하며 쭈뼛거리는 친구들 틈에 있다가 금방 나오긴 했지만, 그 이후로 마음 한 쪽 구석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계속 돌아간다. 이렇게 젊은이들뿐인 장례식이라니. 당연히 ‘왜’에 대한 답을 구할 수도, 감히 그 심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을 테다. 그런데도 자꾸만 비슷한 물음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대체 그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체험되었을까? 어떤 색 어떤 톤으로 비춰졌고 무엇이 그토록 견디기 어려웠을까? 반대로, 어떻게 그 동안은 사는 쪽을 택해왔던 걸까? 대답이 나올 리 없는 이 의문들이 한참을 물결치고 나서야 비로소 초점이 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나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가.. 2022. 11. 30.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우정, 마주침을 맞이하는 윤리 우정, 마주침을 맞이하는 윤리 친구...라구요? 언어에 실체가 없다는 말이 이런 걸까? 규문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몇 가지 단어의 의미를 이곳의 맥락에 맞게 고쳐 생각해야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역시 ‘공부’였다. 여기서의 공부는 성적이나 평가와 무관했고, 지식습득보다는 함께 읽고 쓰는 작업으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감수성을 변화시키는 수련에 가까웠다. 그 외에도 ‘에세이’나 ‘세미나’와 같이 내가 알던 상식과는 다르게 쓰이는 말이 몇 개 더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새 용법이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다. 그런데 좀처럼 그런 전환이 잘 안 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친구’다. 친구라는 말이 혼란스럽기 시작한 것은 이란 여행 도중이었다. ‘소-생 프로젝트’에서 떠난 여행에서, 어느 날 저녁 채운 선생님께.. 2022. 11. 15.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자족(自足)이라는 이름의 풍요 자족(自足)이라는 이름의 풍요 스톱, 피터팬 코스프레 돈에 대한 생각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진지함의 정도로 따져보면 나는 돈을 우습게 여기는 편이다. 타고나길 저렴한 취향 때문인지 공동체 환경에서 자라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돈의 위력을 잘 몰랐고, 돈 쓰는 것을 버는 것만큼이나 내켜하지 않는다. 물론 한창 학교 다닐 때, 특히 알바를 할 때는 넉넉히 용돈 받는 애들이 부러웠지만 그때뿐이었다. 돈이 뭐 대수인가? 조금 벌어 조금 쓰면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게 내 신조였다. 그래서 내게 낯설고 거북했던 것은 모든 가치가 일단 쉽게 많이 버는 데 있는 것처럼 구는 분위기였다. 입시-학점-취업-승진의 코스는 꼭 그 목적을 위해 짜인 것 같았다. 치솟는 서울살이 비용이 그 코스를 정당화해주는 듯했.. 2022. 11. 2.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좋지 아니한가? 원래 이 글은 전혀 다른 내용일 뻔했다. 의 주제들을 짜던 3월까지만 해도, ‘사랑’과 관련해서는 진한 한숨이 묻어 있는 전개가 예정되어 있었다. 공부와 연애의 병행 불가능성에 대한 한탄, 그럴수록 커지는 환상, 깊어지는 슬픔, 그리고 거기에 초연해지는 기술 따위를 쓰려 했다. 맨날 늘어놓던 지겨운 투정과 성과 없는 자기 최면 말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침침한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땐 거의 포기 상태였고, 별자리상 실낱같은 희망이 있을 거라는 말도 그냥 웃어넘겼었다. 나를 방해하지 마라. 열심히 공부해서 티 없이 청정한 수행자의 길을 가려니까. 슬픔을 밀어내고 겨우내 마음을 추슬렀을 즈음, 불현듯 핑크빛 봄이 찾아왔다. ‘꿈★은 이뤄진다’는 말이 진실이었나? 꿈.. 2022. 10. 5.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