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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13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원자들의 클리나멘 원자들의 클리나멘 1.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참 의아하다. 나 같은 촌놈이 어쩌다가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으며, 이런 속물이 어쩌다가 철학 공부를 한다고 이렇게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걸까? 게다가 지금 여기 앉아서 루크레티우스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대체 무슨 영문인지. 새벽녘, 나도 모르게 센치해지면 가끔 지금의 생활이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안 그러겠는가마는 거기에는 자꾸 의문이 남고 곱씹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비슷하게 흘러가는 날들이 갑자기 다른 길로 돌아서게 되는, 우연적이고 돌발적인 순간들 말이다. 멋지게 말하면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태어나 자랐던 시골의 교회공동체를 나오게 된 때와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을 그만두던.. 2022. 4. 4.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두 원자 이야기 두 원자 이야기 원자력은 나의 힘? 테슬라, 테슬라, 테슬라. 곳곳에서 테슬라가 난리다. 비트코인이 어떻고, 주가가 어떻고, 화성 개발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테슬라라는 전기차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5년 만에 100배가 늘었다고 하니, ‘전기차 빅뱅’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이십 년 뒤에는 자동차의 반이 전기차가 된다고 하는데 그 소식이 내게는 썩 반갑지가 않다. 소리도 없이 ‘슈우우’ 스치듯 지나가는 차라니, 뭔가 스산한 기분이 든다. 전기차의 성공에는 ‘친환경’이라는 딱지의 공이 크다. 전기차는 배기구가 없다. 즉 매연과 탄소를 내뿜지 않는다. 물론 도시에서만 그렇다. 전기차의 전기를 만드는 지.. 2022. 2. 28.
[청년루크레티우스를만나다] 피부의 유물론 피부의 유물론 1. 십년의 고독 그간 거울 앞에서 내쉰 한숨을 모으면 컨테이너를 몇 개나 채울 수 있을까.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그보다 이제 그만 나아질 때도 됐는데. 둘 다 영 마음처럼 안 풀린다. 그런 점에서 여드름만큼 훌륭한 선생도 없다. 세상엔 뜻대로 되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을 이렇게 가까이서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무려 십 년 동안이나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피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부에 신경을 끄는 것 또한 내 의지 밖이다. 집착이 사라지면 대상도, 대상에 대한 욕망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같은 이치로, 피부를 신경 쓰지 않게 될 때쯤 여드름도 사라질 것이다. 더 정확히는, 더 이상 피부가 문제 되지 않으니 사라지든 남아 있든 간에 별 상관이.. 2022. 1. 7.
돌고 돌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돌고 돌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 그깟 과학 나부랭이? 그놈은 무용할 뿐 아니라 해롭다! 학교를 그만둘 즈음부터 지금까지, 환경공학에 대한 내 입장은 변함없이 단호했다. 그동안 ‘전공에 회의를 느꼈다’고 점잔빼며 말해왔지만 실은 삐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엥? 아무리 삐돌이라 해도 학문에 삐질 수가 있다니? 가능하다. 기대가 컸다면. 우리는 심지어 날씨나 운명에까지도 성을 내지 않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환경공학에 대한 내 판단은 이렇다. 이 학문의 취지도, 구체적 커리큘럼도,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도 환경에는 별 관심이 없구나. 아, 이걸로는 사슴벌레 한 마리도 살릴 수 없겠구나. 학부 건물 현관에 언제나 어지럽게 솟아있던 분리수거통의 모습이 선명하다. 오염물질을 없애고 수치를 낮추고 안 보이게 만드는 일에 .. 2021.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