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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

손씻기 2 손씻기 2 전에 손씻기에 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었다.(링크) 이제 거기서 한단계 더 진화해서 손을 혼자 씻는다. 나갔다가 들어오면 꼭 손을 씻게 하는데, 슬슬 말을 안 듣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주 그냥 막 그냥 안 씻으려고 그런다. 그러던 차에 아빠가 꾀를 내어, '그럼 아빠는 밖에 있을테니까 혼자 씻을래?'하며 낚시대를 드리웠고, 딸은 옳다구나 하며 '그래!' 하였다. 그러더니, 신기하게도, 정말로 자기 혼자 물을 틀고, 비누칠을 하고,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밑까지 다 닦는게 아닌가!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가는 건가 싶다. 기쁘다. 2020. 1. 17.
[연암을만나다] 글쓰기는 공작(孔雀)을 만나는 일 글쓰기는 공작(孔雀)을 만나는 일 연암이 열하 사신단을 따라 중국에 갔을 때였다. 연암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공작 세 마리를 본다. 그것은 푸른 물총새도 아니고, 붉은 봉황새도 아니고, 학보다는 작고 해오라기보다는 컸다. 몸은 불이 타오르는 듯한 황금색이었고, 꽁지깃 하나하나마다 남색 테가 둘러져있는 석록색, 수벽색의 겹눈동자가 황금빛과 자주색으로 번져 아롱거리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푸른빛이 번득였다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다가 하는 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채(문채文彩)는 본적이 없는 듯했다. 이어서 연암은, 역시 연암답게도 이 숨 막히게 빛나는 (공작을 설명하는 연암의 문장을 직접 읽어보면, 온 세상이 환해지면서 숨 막히는 기분이 든다.) 공작을 보면서 ‘글’에 대해 생각한다. 무.. 2020. 1. 16.
니체, 『아침놀』- 말에 걸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니체, 『아침놀』- 말에 걸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말'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되는 것이다. '나무'와 실제 나무 사이에는 아무런 필연성도 없다. 수없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말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말'이 만들어진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사람이 '말'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말'이 사람을 만들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들판을 뛰어다니는 톰슨가젤은 자신의 이름이 '톰슨가젤'인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만든 것이 '신'인지도 모르고, '신'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겠지. 오직 인간만이 전지하고 전능한 어떤 것을 표시하기 위해 '신'이라는 말을 만들고, 그것을 '개념화'하였다. 그리고 결국엔 그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인간은 세계를 '말'을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2020. 1. 15.
함장가정(含章可貞)의 지혜 함장가정(含章可貞)의 지혜 ䷁重地坤坤 元 亨 利 牝馬之貞. 君子 有攸往. 先迷 後 得主利.西南得朋 東北喪朋 安貞 吉.初六 履霜 堅氷至.六二 直方大 不習 无不利.六三 含章可貞 或從王事 无成有終.六四 括囊 无咎 无譽.六五 黃裳 元吉.上六 龍戰于野 其血玄黃.用六 利永貞. 내가 ‘周易’을 나름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역은 내게 ‘天–地–人’으로 상징되는 三才가 함께 움직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과 우주를 변화시켜간다는 원리를 가르쳐주었다. 3년 전부터 『주역』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외웠다. 어느 정도 외운 후 이제 뜻도 좀 잘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역』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중천건(重天乾) 괘를 읽고, 중지곤(重地坤) 괘를 읽어가면서 갑자기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 2020.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