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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아침놀』- 말에 걸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by 북드라망 2020. 1. 15.

니체, 『아침놀』- 말에 걸려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말'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되는 것이다. '나무'와 실제 나무 사이에는 아무런 필연성도 없다. 수없이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말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말'이 만들어진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사람이 '말'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말'이 사람을 만들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들판을 뛰어다니는 톰슨가젤은 자신의 이름이 '톰슨가젤'인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만든 것이 '신'인지도 모르고, '신'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겠지. 오직 인간만이 전지하고 전능한 어떤 것을 표시하기 위해 '신'이라는 말을 만들고, 그것을 '개념화'하였다. 그리고 결국엔 그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인간은 세계를 '말'을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나무'와 실제 나무 사이에 아무런 필연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말'과 세계 역시 아무런 필연성이 없다. 갑작스럽게 낯설게 다가오는 세계에 대한 이미지, 이해불가능한 타자로서 (자기) 외부를 경험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와 맞닥뜨릴 때, '돌부리에 걸려 다리가 부러질 때'야 말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그때가 바로 단단하게 굳어져버린 말들의 세계가 깨지는 순간, 변형의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일 테니까.


사실 솔직히 나는 전승된 유산, 말로 이루어진 '인류'의 독특성을 물려받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태어나야만 가능한 일. 기왕에 물려받은 것, 물려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을 받았으니 가급적이면 이것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다양하게 이용하고 누리며 살고 싶다. 어쩌면 그게 인간에게 주어진 최선의 길일 수도 있겠다.


아침놀 - 10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박찬국 옮김/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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