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임신톡톡] 임신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골든벨 아니 골든타임을 잡아라!



대체로 아이를 낳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그 여자의 월경이 고른가, 고르지 않는가를 보아야 한다. 혹 고르지 않으면 반드시 약을 써서 고르게 해야 한다. 월경이 고르게 된 다음에는 성생활을 하는 시기와 방법을 잘 맞추어서 ‘임신이 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개 월경이 끝나고 금빛 물이 생기는데 이때는 자궁이 열려 있으므로 성생활을 하면 임신이 된다. 이러한 좋은 시기를 놓치면 자궁이 닫혀서 임신하지 못한다.


─『동의보감』, 「잡병편」, '부인' 


지금까지 장주걸쓰에서는 ‘잉태를 위한 워밍업’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잉태를 다루고자 한다. 무엇으로 시작하는가. 시쳇말로 골든타임! 타이밍이 중요하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골든타임의 비밀을 캐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떠나보자. 조선시대 왕궁으로! 고고씽~^^



합궁(合宮)의 도를 아시나요?


여기 임금과 왕비의 합궁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분위기 있고 화려하고 멋진 공간에서 거사를 치를 것 같은데 방이 너무 소박해서 민망할 정도다. 소박한 방의 비밀은 이러하다. 임신은 천지 음양의 기운이 응축하는 사건이다. 공간이 화려하면 기운이 퍼지기 마련. 그래서 아주 필요한 것 외에 간단 소박한 방이 준비된 것이다. 그런데 왜 합궁이라 불린 것일까. 합궁 전에는 부부유별의 원칙을 지키면서 왕은 자신의 궁전에서 정사를 보고, 왕비 또한 자신이 거처하는 궁전에서 안살림을 챙긴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두 궁전이 만난다고 하여 합궁이 된 것이다.


사극에서 자주 보는 합궁.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왕과 왕비는 부부이고 자식을 생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아무 때나 성욕이 동한다고 합궁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합궁하려면 알맞은 날을 잡아야 하는데 별을 관측하여 이치를 읽어냈던 관상감(觀象監)에서 그 일을 맡았다. 그런데 관상감에서 길일(吉日)을 잡는다고 해도 왕비의 가임기간과 맞아야 하므로 관상감은 왕비를 모시는 상궁과 의논해야 했다. 날이 결정됐다고 함부로 합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드시 양의 기운인 왕이 음의 기운인 왕비의 침소로 오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합궁 장소는 둘레 위(囲)자 모양의 방에서 진행되는데 8명의 상궁 입회하에 거사가 치러지게 된다.


에휴 내가 봐도 한숨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해야 하나 싶다. 그런데 이 일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합궁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행사였다. 국가의 군주란 태양 같은 존재로 만물을 비추고 살리는 마음을 지녀야 백성들에게 그 마음이 구석구석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천하에 광명을 비출 왕의 탄생은 중요하다. 그런데 왕은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많은 정성과 과정을 거쳐야 성군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니 여기서 임신은 쾌락과는 전혀 무관한 활동이다. 천지가 생명을 낳듯이 그 이치에 맞는 법도를 지켜 현명하고 지혜로운 군주를 낳으려는 능동적인 실천일 뿐. 그 과정 자체가 자연을 닮으려는 노력인 것이다.



월경, 내 몸에서 펼쳐지는 천지변화


합궁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이 있는데 왕비의 고른 월경이다. 혹시 고르지 못하면 약으로 다스려서라도 고르게 했다. 왜 월경의 고름에 관심을 가졌을까. 사실 월경이 불규칙해도 임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임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월경, 이름 그대로 달의 주기에 따른 내 몸의 변화를 말하다. 이 변화가 펼쳐지는 여자의 몸은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현장이다. 월경은 달이 찼다가 기우는 것처럼 배란기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 자궁 속의 내용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우리는 월경을 단순히 임신을 위한 과정으로만 여기기 쉽다. 즉, 결과를 생산하지 못한 실패작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정말 배란이 임신을 위해 복무하는 것일까. 좀 더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가 배란을 할 때마다 임신을 한다면 매번 결과를 생산하는 셈이니 좋아해야 할까.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월경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몸의 생리대사 가운데 하나다. 내 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월경도 그 순환의 장 안에 있을 뿐이다.



내 몸은 늘 생명을 창조하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창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 보자. 우리도 한 번에 뭔가를 이룬 적이 있는가. 이루지 못해도 늘 변화하는 그 과정 자체가 모두 순환의 한 부분인 것이다. 하지만 임신에 집착하면 월경은 임신이 되지 못한 소외된 과정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생각의 패턴은 일상에서 결과를 낳지 못하는 모든 활동이  소외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렇게 되면 월경에 대해서도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다. 이런 마음을 가지는데 월경이 고르고 임신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달의 주기에 의해 밀물과 썰물이 발생하듯이 내 몸 안의 달은 월경의 변화를 관장하고 있다. 몸 안에 밀물과 썰물이 오가다니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는가. 밀물과 썰물은 달과 태양 및 기타 여러 천체의 인력과 지구의 원심력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 속에서 천체의 움직임과 내 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월경은 저절로 고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임신을 원할 때 법도에 맞는 아이가 저절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몸 안에서 펼쳐지는 천지자연의 변화를  탐사하는 게 아닐까.



골든타임, 쉽지 않아요


이제 월경에 대해서 살펴봤으니 본격적인 합방 과정을 알아보자. 임신하려면 월경이 끝난 후 금빛 물이 나와야 한다. 이때 자궁이 열리고 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를 놓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임신이 되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골든타임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바로 임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건이 더 필요한지 계속 읽어보시라.


월경이 끝난 후 첫날과 제 3일과 5일에 성생활을 하면 남자가 되고 2일과 4일, 6일에 성생활을 하면 여자가 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임신이 되지 않는다. 또한 자시(子時, 밤 11시-1시) 이후에 성생활을 해야 좋다.


─『동의보감』, 「잡병편」, '부인' 


아이를 낳으려면 오직 월경이 끝난 후 1일과 3일, 5일 가운데서 그 어느 좋은 날을 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봄에는 갑일(甲日)과 을일(乙日), 여름에는 병일(丙日)과 정일(丁日), 가을에는 경일(庚日)과 신일(辛日), 겨울에는 임일(壬日)과 계일(癸日)이다. 이러한 날들의 야반(夜半) 이후 생기가 약동할 때에 성생활을 하면 임신되어 반드시 똑똑하고 오래 살 수 있는 아들을 낳을 수 있다. 2일과 4일, 6일 가운데서 그 어느 날 성생활을 하여 임신이 되면 반드시 딸을 낳는다. 6일 이후에는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 「잡병편」, ‘부인’


합궁일은 월경 후 금빛 물이 나올 때라고 알려줄 뿐,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지 않는다. 매우 비과학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알려면 몸을 늘 관찰하고 살피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금빛 물이 나온 걸 확인했다면 이제 내가 원하는 성별을 선택 가능한 날을 결정해야 한다. 아들을 낳으려면 1, 3, 5일에 성교해야 하며, 딸을 낳으려면 2, 4, 6일에 해야 한다. 동양의 숫자는 단순히 양(量)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 1, 3, 5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수에는 역동적인 양(陽)의 기운이 듬뿍 담겨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1, 3, 5는 보다시피 홀수로 짝이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짝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운명을 지녔다. 이렇게 동적인 양일(陽日)에 교합하면 당연히 천지의 기운과 몸의 기운이 섞여서 양기를 타고난 남아를 낳을 수 있다는 이치이다. 여아도 마찬가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고려해야 할 날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매달 초하루, 보름, 그믐날은 제외해야 한다. 초하루와 그믐날은 달이 거의 보이지 않고, 보름은 달의 기세가 수그러드는 때이다. 특히 초하루와 보름을 삭망(朔望)이라 하여 불길하게 여겼는데 이때는 조용히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서 운명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지 어떤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 밖에도 금기해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이를 잉태하는데도 때와 장소가 있다'를 참고하세요.)
 

합궁일은 지금까지 보았던 금빛물이 나오는 시기와 남녀를 가려서 선택하는 날을 결정하는 것 외에 또 고려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계절에 맞는 날의 선택이다. 예컨대 봄에는 목의 기운이 가장 센 갑을일(甲乙)을, 여름에는 병정일(丙丁)을, 가을은 경신일(庚辛)을, 겨울은 임계일(壬癸)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까지 지켰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절대로 낮에 교합하면 안 되고 자시(子時) 이후, 즉 밤 11시 이후를 지켜야 한다. 밤 11시 이후는 계절로 치면 겨울로 응축하는 기운이 감도는 시간이다. 이때 교합해야 음양의 기운이 똘똘 뭉친 씨앗이 자궁에 떡하니 착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저렇게 날짜를 빼고 나면 일 년에 합당한 날은 5~6일에 불과하다. 그나마 임금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거사를 치를 수 없으니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이를 낳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아마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잉태의 법도를 지켰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폭군이 출현했냐고. 그렇다. 조선시대 모든 왕이 현명하고 지혜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천지의 이치를 타고난 후계자를 생산하겠다는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조선왕조는 500년이라는 세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 긴 세월을 통과할 수 있었던 저력은 천지자연의 변화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보살폈던 군왕들의 지혜였다.  



그렇다고 임신하는 날을 따져서 좋은 날에 아이를 낳겠다는 욕심이 발동하면 곤란하다. 요즘에는 좋은 사주팔자를 받아서 그 날에 제왕절개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거야말로 탐욕 중의 탐욕이다. 천지자연의 이치를 생각한다면 좀 더 크게 우주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임신이 천지의 활동이라는 것을 자각한다면 임신하는 날을 세세하게 따지지 않더라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이가 탄생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임신에 대해 어떤 철학도 없이 확 그냥 막 그냥 생명을 만드는 시대가 있었을까. 현대인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이미 예고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이미 법도를 망각한 부모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고 있다. 하늘의 별을 보고 가듯, 자신의 길을 또박또박 걷는 아이를 낳고 싶다면 ‘골든타임’을 실천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닐까. 



글_박장금(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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